김응기 개인전
2025년 03월 21일 ~ 2025년 03월 30일
김응기의 '글자 지우기' 작업에 대한 해석과 비평
박은주(전 경남도립미술관장) 글중에서 부분발해
화가 김응기는 1970년대 중후반부터 일관되게 '글자 지우기' 작업을 지속해오며 독자적 조형 언어를 구축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인쇄매체의 글자를 짧은 선으로 하나씩 지워나가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서 검열과 억압의 문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근작들은 이렇게 게 바탕의 글자를 인쇄한 매체, 글자를 지우는 짧은 선들 그리고 인물 형상의 이미지라는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인물 이미지의 형체를 모호하게 만드는 과정을 좀 더 음미하게되면, 정보와 소통 의 상실을 암시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
글자가 지워지면서 잔재로 남는 시각적 흔적은 언어의 파편화와 그로 인한 소통 부재를 상징할 수 있다.
인쇄된 텍스트의 지워짐은 언어와 의미의 소멸, 정보의 파편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소통이 단절되는 역설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담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 특유의 추상성이 강조된 만큼, 작품의 의도가 지나 치게 모호하게 수용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인쇄된 글자를 지우고 인물을 배치하는 아이디어는 독창적이지만, 그 의도가 지나 치게 암시적이어서, 일반 관람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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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작가의 성품이 내면의 깊은 고독감과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추측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작품은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한 듯하며, 동시에 현실을 초월하려는 시도와 더불어 사회적 단절에 대한 성찰까 지 엿보이게 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인 '글자 지우기'라는 '메모' 작업은, 기존의 언어와 정보 체계를 해체하여 새로운 시각적 의미를 창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 방식을 그가 지속적으로 이어온 것은, 단순한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 언어의 본질과 소통의 문제를 깊이 탐구하려는 그의 예술적 철학을 보여준다.
작가의 글자 지우기 작업은 단순한 조형적 실험이 아니라 1970년대 군사독재와 검열의 기억을 담고 있는 비판적 미술 언어이다.
바둑판 같은 배열 방식 또한 흑백의 대립과 사회적 갈등을 상징하면서도, 억압 속 에서 살아남은 개인의 흔적을 표현한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역사의 질곡 속에서 의미를 잃고 왜곡된 언어와 진실을 복원 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으며, 그 속에는 사회적 저항과 실험 정신이 동시에 담겨 있다.
다만 지나치게 암시적이어서 현대 관람자가 직접적으로 감각하기 어려운 점은 비판적 숙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