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홍지윤 작성일: 2025. 05. 28
국가는 해방됐지만, 국가유산은 해방되지 못했다. 문화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구성하는 핵심 자산이다. 그러므로 국가유산의 제자리 귀환은 단순한 복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문화 향유권과 역사적 권리를 되찾는 일이다.
(이 이미지는 napkin.ai를 활용하여 생성되었습니다.)
자리를 떠난 국가유산는 그 의미를 잃는다 🥺
문화재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온전한 의미를 지닌다. 석탑과 같은 건축 유산은 지역의 지형, 신앙, 생활문화와 연결되어 있으며, 주변 환경 속에서 역사적 맥락과 미학적 가치를 온전히 드러낸다. 그러나 현재 서울의 전시 공간에 전시된 원주의 석탑들은 본래 맥락을 잃은 채 단순한 시각적 대상물로 축소되어 있다. 이로 인해 교육적 활용도 제한되며,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유산을 체험하고 기억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이는 문화유산의 공동체적 가치를 약화시키는 문제이자, 문화적 불균형의 상징이다.
국가유산 집중, 식민 지배의 흔적 ⛰️
현재의 문화재 집중 현상은 일제 식민 통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는 경복궁을 전시 공간으로 만들고 전국의 유산을 강제로 수도에 집결시켰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닌, 식민지 문화 통치의 상징이자, 권력의 시각적 구현이었다. 광복 이후에도 이러한 구조는 이어졌고, 법적·행정적 절차는 여전히 중앙 집중적이다. 문화유산의 귀향은 단순한 행정 처리가 아니라, 과거 식민 권력의 잔재를 청산하고 문화적 정의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이 말하는 원칙 📖
이와 같은 현실에 맞서기 위해 제정된 법이 바로 2014년의 「지역문화진흥법」이다. 이 법은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줄이고, 고유 문화를 보존함으로써 문화의 균형 있는 발전을 실현하고자 한다.
특히 제3조는 지역 문화의 격차 해소와 다양성의 조화, 그리고 고유 문화 원형의 보존을 국가와 지자체의 명확한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문화재가 본래의 장소에서 역사적 맥락과 함께 보존되어야 한다는 법적 근거로 작용한다.
이 조항은 문화재가 국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관리될 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성과 공동체성을 유지하며 보존되어야 할 자산임을 명확히 한다. 다시 말해, 강원도 원주의 석탑처럼 지역성과 깊이 연결된 문화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은 이 조항에서 정한 “고유 문화 원형의 우선 보존”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원주의 유산은 고향에 있을 때 가장 온전한 의미를 가지며, 이를 서울에 두는 것은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다.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문화재 반환을 단순한 주장이나 요구가 아닌, 정부의 정책적 책무로 격상시키며 실행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특히 문화시설의 지역 분산, 생활문화의 활성화, 지역 주민의 문화 향유권 보장은 문화재의 지역 복귀와 직결되는 과제다.
이 법은 선언적인 원칙에 그치지 않고, 실천을 요구하는 법적 근거다. 원주의 문화재가 지역사회로 돌아와야 한다는 요구는 단순한 정서적 호소가 아니라, 법률이 보장한 지역문화 자치 실현의 요청이다.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을 때 비로소 지역의 역사와 자긍심이 회복되고, 문화 격차는 줄어들며, 진정한 문화 균형 발전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법의 정신과 배치된다. 현재도 원주의 국가유산들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역 고유 문화의 원형 보존, 그리고 주민들의 문화향유권 이라는 법의 핵심 가치를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재가 서울에 집중됨으로써 지방 주민들은 실질적인 접근권과 체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의 문화적 자긍심 회복 또한 제한받고 있다.
문화재는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다. 그것은 그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 공동체 기억이 깃든 상징적 자산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이 규정한 “고유 문화 원형의 우선적 보존”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문화재 제자리 복귀를 통해 실현되어야 할 구체적인 과제다. 이는 제도적 선언을 넘어선 실천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국가유산 제자리 찾기,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
국가유산 제자리 찾기는 단순히 ‘되돌리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문화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고, 일제강점기 문화 수탈의 연장선상에 놓인 상징의 왜곡을 청산하는 과정이다.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를 계기로 강제로 서울로 반출된 원주의 석탑들은 광복 이후에도 중앙 중심 문화행정 속에서 되돌아오지 못했다. 이는 해방 이후 80년이 지나도록 문화재 분포의 불균형과 역사적 오류가 방치되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이러한 문화적 편중과 지역 소외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그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고유의 문화 원형을 우선 보존할 책임이 있으며, 문화의 다양성과 자생성을 위해 제자리를 되찾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국가유산이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감정적 요청이 아니라, 법적 원칙에 따른 정당한 권리의 회복이며, 역사적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적 책무다.
국가유산은 더 이상 ‘보관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직접 경험하고 계승해야 할 살아 있는 자산이다. 그 자산이 제자리에 놓일 때, 비로소 교육은 현장에서 살아나고, 지역 문화는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돌려야 할 시간이다. 법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지금은 실천이 책임이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