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포스트휴먼이 아닌 퇴비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필멸의 동물임을 인정한다면, 그런 우리가 “잘 살고 잘 죽는 한 가지 방법”은 이 망가진 세상에서 생명들이 기거할 수 있는 “피난처를 재구축하고, 부분적이며 강력한 생물학적-문화적-정치적-기술적 회복과 재구상을 가능하게 하는 힘들에 합류하는 것”이다.
by 도나 해러웨이
쓰레기 덕후로서 말하건데 음식물 쓰레기처럼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존재는 없다. 내 손안에서 유기물의 물리적이고도 화학적인 변태를 경험할 수 있다.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의 작가는 씨앗이 토마토와 상추가 되는 과정은 너무나 환상적이고 불가사의해서 도저히 이해할 재간이 없다고 했다.
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흙이 되고 그 흙에서 수박씨가 발아해 새끼 수박을 잉태하는 과정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불가사의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가 작물을 일구며 텃밭 한가운데에서 실존주의자가 되었듯 나 역시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대자연의 카뮈와 사르트르가 되는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는 다른 유기체의 밥이자 미래의 흙이자 유기물 순환의 마지막 결과물이다. 유기체인 우리도 결국 흙이 되어 우리를 먹여 살린 땅을 먹여 살린다. 이쯤되면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 잔류 음식물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 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