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영상 1부: 인공지능 뉴로모픽시스템(인공뇌)란?
강연영상 2부: 멤리스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뉴로모픽시스템(인공뇌)
Neuromorphic devices and systems
The artificial intelligence (AI) program AlphaGo beat Korean Go champion LEE Se-Dol at the Asian board game. "The game was quite tight, but AlphaGo used 1200 CPUs and 56,000 watts per hour, while Lee used only 20 watts. If a hardware that mimics the human brain structure is developed, we can operate artificial intelligence with less power.
Energy harvesting, Conservation and Storage
As we are facing increasing challenges of diminishing fossil fuel, there is increasing interest in seeking for clean and renewable energy sources. We are developing integrated materials systems for efficient energy harvesting, conversion and storage.
Heterogeneous material integration is central for creating functional systems. Using chemical synthesis and physical assembly approaches, we are developing powerful strategies for the nanoscale integration of highly disparate materials without the limitation of intrinsic material or processing incompatibility.
Advanced Nano Electronics, Photonics and bio-applications
Semiconductor electronics and photonics have been the key driving force of the information technology revolution, but are facing substantial challenge for future growth. We are using synthetic chemistry to produce a wide variety of low-dimensional nanostructures, and further assembling them into functional electronic and photonic systems.,
Synthesis, Assembly and Characterization.
The Yu Lab’s research interests include nanoscale materials, devices and their applications in future electronics, energy technologies and biomedical science. Our research focuses on rational design and synthesis of highly complex nanostructures with precisely controlled chemical composition, structural morphology and physical dimension; fundamental investigation of new chemical, optical, electronic and magnetic properties; and exploration of new technological opportunities arising in these nanoscale materials. A strong emphasis is placed on the hetero-integration of multi-composition, multi-structure and multi-function at the nanoscale, and by doing so, creating a new generation of integrated nanosystems with unprecedented performance or unique functions to break the boundaries of traditional technologies.
◈ 성균웹진 "대학원 진학의 필요성"
대학교 4학년 시절 나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취업과 대학원 진학의 진로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취업을 하면 높은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을 것이야. 반면, 대학원 진학을 하면 7년 가까이 걸린다는데... 등록금, 생활비도 문제고... 국내대학 박사를 받으면 시간강사로 전전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결혼은 언제하고 무슨 돈으로 하지...' 그러던 중 하루는 본교의 이영희 교수님을 찾아뵙고 대학원 진학에 대해 상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열심히 해서 논문만 많이 쓰면 4년 안에 졸업시켜 주시겠다고 하셨고 (평균기간 5년), 대학원 기간 동안의 등록금 및 생활비 일체를 BK21장학금 (현재 BK21+장학금), 연구비 등에서 지원 받을 수 있다고 하시며 내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주셨다. 또, 국내 대학원 졸업이 취업에 비관적이라는 생각과 달리 대부분의 연구실 박사 졸업생들이 교수, 국가연구소, 대기업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업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결국 본교 석박통합생으로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대학원 진학 때의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 4년 안에 졸업하기였다. 대학원에 가면 교수의 강압에 의해 날을 새가며 일을 하게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라 4년만 버티자는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실제 대학원 생활은 그와 전혀 달랐다. 교수님과의 미팅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뿐이고 대부분의 시간과 연구를 자율적으로 진행하였다. 대신 자율에 대한 결과는 본인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열심히만 하던 연구에서 점차 재미(연구를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를 느끼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노력한 만큼에 그 결과물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열심히 연구한 결과 다수의 논문을 출판하였고, 그 결과물로 4년 만에 졸업을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미국 유수의 대학들(MIT, UCLA, 일리노이 주립대 등)에서 박사 후 연구원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내용이 잘 맞는 UCLA를 선택하여 미국 LA로 갔다. 그곳 대학원생 형들과 한 집에서 생활하며 대학원 생활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많았는데, 의외로 한국 대학원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첫 2년간 본인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해결하며 지내고, 2년이 끝나는 시점에 박사 자격 시험을 보게 되는데 이 시험에 떨어지게 되면 Master로 졸업하게 된다.
시험에 통과 하면 그때부터 지도교수가 금전적 지원(등록금 외 생활비 1200달러)을 해주고, 박사를 받기까지 대부분 7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 studio(원룸)의 월세가 보통 1000달러~1500달러임을 감안하면 매우 부족한 생활비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반해 박사후연구원으로 오게 된 내 경우엔 같은 일을 하며 4만달러(4600만원, 세금면제)의 연봉을 받아 대학원생 형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그곳에서 평생 반려자도 만나 넉넉한 연봉을 기반으로 LA (Hollywood, Universal studio, Disney land), Las vegas, Grand canyon, San diego, Yosemiti, Sanfransisco 등을 자동차 여행도 다니며 2년간 즐거운 생활을 보낸 후 본교 교수에 지원, 임용되어 돌아오게 되었다.
교수가 된 지금 대학원생들을 지도해보니 학생 때와는 다른 면에서 대학원 진학의 장점이 보인다. 대학생활 동안 학생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찾고 다듬어 줄 훌륭한 멘토 없이 모든 일을 자기 스스로 진행한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일찍 발견하고 스스로 잘 다듬어 나가는 반면, 꽤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못하고 졸업을 맞이하게 된다. 학점의 높고 낮음이 여기에 기인해 나타난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훌륭한 멘토인 지도교수에 의해 잘 다듬어질 기회를 갖게 된다. 실제로 우리 연구실의 학생들 중 일부 학생들이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고, 일을 진행함에도 덤벙대어 무언가를 자꾸 놓치게 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학생들의 잘못된 습관을 바로 잡아주고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하면 스스로 터득한 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아왔고, 학생들 또한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 꽤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학생 중 대학원 진학에 대해 망설이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내가 보고 느꼈던 경험들이 여러분의 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성균웹진 "드래곤볼 게로 박사와 인조인간 16호"
어렸을 적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만화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드래곤볼! 지금은 아이들이 매주 웹툰에 새로운 회가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나,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다양한 만화들의 새로운 회를 묶은 챔프, 아이큐 점프 등의 만화책이 나왔었다. 매달 드래곤볼의 새로운 회가 나오길 갈망하며 목이 빠지게 기다리곤 했었고, 만화책 출간일 날 동네 문구점에서 점프 만화책을 사들고 읽은 드래곤볼은 어찌나 분량이 짧던지, 흥분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또 다시 기나긴 한달을 기다리는 게 일이었다. 드래곤볼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게로 박사가 만든 막강한 인조인간 및 셀과 혈투를 벌이는 손오공과 베지터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인조인간들은 인간의 뇌를 기계에 연결하는 형태로 만든 반면 인조인간 16호는 오로지 기계로만 만들었다. 인간과 인조인간을 흡수하여 힘을 기르던 셀이 기계인간인 16호만은 흡수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조인간 16호의 제작이 가능할까? 실제로 우리 연구실을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인간의 인지능력(학습, 인식, 판단 등)을 구현하는 뉴로모픽 시스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의 컴퓨터는 계산 위주로 발달되어 수학 계산에 있어서는 인간의 뇌를 월등히 앞서지만, 인지 능력 면에서는 인간의 뇌가 최신 슈퍼 컴퓨터기반 인공지능보다 수천 배나 적은 전력을 소비하면서 훨씬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 예를 들어 알파고 (AlphaGo, Google DeepMind)와 이세돌 9단 간의 역사적인 바둑경기에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알파고는 대용량 슈퍼컴퓨터 수백대를 이용해 시간당 56,000W의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한 반면 이세돌 9단의 뇌는 주먹 두 개 정도의 크기에 시간당 20W만을 사용하며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다. 만약 인간의 뇌와 같이 동작하는 인공뇌 컴퓨터를 만든다면 스마트폰에서도 작동하는 알파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뉴로모픽 시스템”이라는 인공뇌를 제작하는 연구가 최근 시작되고 있으며, IBM은 뇌를 모방하여 1백만 개의 뉴런(뇌세포)과 256억 개의 SRAM 기반 시냅스(뇌의 기억저장 기관)를 이용한 시각인지 시스템 트루노스(TrueNorth)를 2014년 발표했다. 트루노스 인공뇌는 슈퍼 컴퓨터 기반 소프트웨어로 제작된 인공지능에 비해 176,000 배 낮은 전력으로 사물을 인지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트로노스의 SRAM 기반 시냅스는 하나의 바이오 시냅스를 구현하기 위해 대용량(42개)의 트랜지스터를 필요로 하며, 결과적으로 쥐의 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대용량 냉장고 크기의 트루노스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날로그 메모리 소자인 멤리스터 (memristor)를 이용한 시냅스 모방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멤리스터는 저항값의 변화로 기억을 저장하는 새로운 소자로, 하나의 바이오 시냅스를 하나의 멤리스터로 구현 할 수 있어 회로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멤리스터로는 절연막의 저항값 변화를 이용한 저항형 멤리스터 (RRAM)와 반도체의 결정질-비정질 상변화를 이용한 상변화 멤리스터 (PRAM)이 있다. 이러한 멤리스터로 시냅스의 기억저장 기작을 모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로 대부분의 기작을 모방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PRAM과 RRAM을 대량으로 만들었을 때 소자 간 특성이 불균일한 문제를 보여 실제 상용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플로팅 게이트의 충방전으로 기억을 저장하는 플래시 메모리는 10 년 이상의 데이터 저장 및 1,000,000 회 이상의 충방전 횟수 등 우수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소자간 균일도가 100 %로, 현대의 스마트 폰 및 컴퓨터의 주요 저장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 연구실은 이러한 플래시 메모리를 시냅스 모방 소자에 적용한 "터널링 멤리스터"또는 "TRAM (터널링 랜덤 액세스 메모리)"을 최근 제작했다. 그간 시냅스 모방에 문제가 되었던 플래시 메모리의 구조(3전극)를 시냅스와 동일(2전극)하게 변경하여 동작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TRAM은 기존의 RRAM 및 PRAM보다 높은 신뢰성과 1000 배 높은 기억 정밀도를 보였다. 실제로 실험실 수준에서 100개의 소자를 제작하여 90% 이상의 소자에서 균일한 특성이 나타남을 확인하였고, 이는 양산형 집적소자 개발 시 100%에 가까운 균일도를 가질 것이라 예상된다.
인류를 위협하기 위해 만든 인조인간들과 이를 만든 게로 박사는 나쁜 놈이었고 물리쳐야할 상대였는데, 25년이 지난 지금 내 모습이 게로 박사가 되어있고 내가 하는 연구가 인조인간의 인공뇌를 만드는 일일 줄은 그때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조인간 16호가 셀과 맞서 싸워 지구를 지켰듯, 착한 인공뇌를 개발하면 의료 진단 및 치료, 자율주행 자동차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유용하게 사용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나와 우리 대학원생들은 오늘도 열심히 게로박사가 되어 인조인간 16호의 인공뇌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중앙일보 개띠 해 특집 "인간 뇌 같은 인공 뇌... 이세돌·AI 대국서 착안"
; https://news.joins.com/article/22248644
이젠 사람 혁명이다, 82년생 신진 과학자 유우종, 순수 국내파로 31세 때 교수 임용, “엉뚱한 생각서 세상 바꿀 아이디어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사물인터넷(IoT) 등이 부각되면서 인간은 불안하다. 10~20년 뒤에는 상당수 직업이 없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섬마을 출신이며 1982년생 개띠인 유우종(36)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 교수는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미래에 대한 대비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연구자다. 지난해 11월 한국연구재단이 지정한 ‘올해의 신진 연구자’다. 유 교수의 고향은 전남 완도군 노화도다. 유 교수는 성균관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이 대학 석·박사 통합 과정에서 물리학을 배워 4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파다. 2013년 31세에 모교 교수가 됐다. 섬마을 촌놈이 성공한 데는 엉뚱한 구석이 작용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6살때 전원을 켜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전구를 보며 ‘전구가 문제인가, 전선이 문제인가’를 고민했다. 전구를 바꾸다 감전돼 전구를 깨뜨리고 엄마에게 혼날것을 걱정하면서도 ‘감전된걸 보니 전구가 문제인가’라고 생각했다. 이런 경험은 그에게 창의력을 길러줬다.
그는 매우 얇아 잘 휘어지면서도 전기가 잘 통하고 강도는 높은 ‘기적의 물질’ 그래핀에 다른 물질들을 레고 블록처럼 쌓아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유 교수의 관심사는 ‘인공 뇌’다. 그는 “알파고 같은 수퍼 컴퓨터는 집채만 하지만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의 뇌는 주먹 두 개 크기다”고 말했다. 그는 “미세한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을 응용해 인간의 뇌와 같은 컴퓨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유 교수는 “세상을 바꿀 새로운 아이디어는 엉뚱한 생각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연구실 서가에는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이라는 책이 꽂혀 있다.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혼자서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면 연구의 확장은 무한히 가능하다고 봐요.” 그는 “인공 뇌 개발도 다른 분야와의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력과 협업 능력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10년 뒤에는 노벨상 수상자도 분명 나올 것”이라 말했다.
◈ 한국연구재단 웹진 "실험은 짜릿한 '게임'이다"
https://webzine.nrf.re.kr/nrf_1806/webzine/20182/id/353
수능시험 전,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잤다고 한다.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 탓이었다. 덕분에 수능 당일 꽤 헤맸다. 하지만 실험실에서는 달랐다. 편안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실험을 즐긴 덕분에 좋은 논문을 많이 냈고, 대학원 졸업도 앞당겨 했으며, 취업도 빨리했다. 마치 물 흐르 듯 자연스럽게 일이 풀렸다. 2013년 31세에 성균관대 교수로 임용된 유우종 교수 이야기다. 유우종 교수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에 다른 물질들을 쌓아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만일 국가고시 같이 한 번의 시험결과로 판단되는 분야로 나갔다면 이러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는다. 그에 반해 연구는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논문도 자유롭게 낼 수 있기 때문에 자신과 잘 맞았다고 한다. 하다가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되고, 또 실패하면 또 다시 계획해서 하면 되었다. 실험실은 그런 곳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열심히만 하던 연구에서 점차 재미를 느끼고,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 결과물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
-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 '인공 뇌'
유우종 교수는 연구를 ‘게임’으로 표현했다. 실패를 넘어 마침내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과정이 마치 게임에서 1단계 왕을 깨고 2단계, 3단계로 나아가 마침내 최종 보스를 깨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 연구가 워낙 재미있다보니 주말이면 오히려 월요일이 기다려졌다는 그는 어린 시절에도 목 빠지게 기다린 것이 있었다. 바로 추억의 만화잡지에 실렸던 ‘드래곤볼’이다. 그토록 재미있게 보았던 ‘드래곤볼’ 만화 중 아직까지 그의 기억 속에 남는 장면은 막강한 인조인간 16호와 혈투를 벌이는 손오공과 베지터의 모습이다. 과연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조인간의 제작이 가능할까? 실제로 유우종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구현하는 ‘인공 뇌’를 개발 중이다.
- 세상의 빛이 될 연구
현재의 컴퓨터는 계산 위주로 발달되어 수학 계산에 있어서는 인간의 뇌를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지 능력 면에서는 인간의 뇌가 슈퍼 컴퓨터기반 인공지능보다 수천 배나 적은 전력을 소비하면서 훨씬 높은 정확도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바둑경기에서 알파고는 대용량 슈퍼컴퓨터 수백대를 이용해 시간당 56,000W의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사용했습니다. 반면 이세돌 9단의 뇌는 주먹 두 개 정도의 크기에 시간당 20W만을 사용하며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죠. 만약 인간의 뇌와 같이 동작하는 ‘인공 뇌’ 컴퓨터를 만든다면 스마트폰에서도 작동하는 알파고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유용하게 사용될 착한 인공 뇌 개발
우리 뇌에는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경세포에서는 수만 가지들이 뻗어 나오고, 이 가지와 가지를 이어주어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 덕분에 기억을 저장하죠. 이러한 시냅스 시스템을 기반으로 우리 뇌는 적은 에너지로도 고도로 빠른 인식을 할 수 있는데요. 현재 저희 연구팀은 우리의 뇌 속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모방해 에너지효율이 뛰어난 차세대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차세대 메모리는 2차원 나노물질인 그래핀, 육각형 질화붕소, 이황화몰리브덴을 쌓아올려 만드는데요. 전기적, 기계적 특성이 우수한 2차원 나노물질만을 사용해 기존 메모리 소자 대비 1000배 높은 기억 정밀도를 확보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확한 의료 진단 및 치료, 자율주행 자동차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유용하게 사용 될 착한 ‘인공 뇌’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성균관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이 대학원 석·박사 통합 과정에서 물리학을 배워 박사학위를 받은 유우종 교수. 그는 대학원에 진학할 때, 당시 주목받는 연구보다 10년 후 쯤 주목받을 수 있는 연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이에 여러 동향들을 살피던 중 나노기술이 눈에 띄었고, 반도체와 나노기술을 접목한 나노소자 분야에서 유능하신 지도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그는 대학원 진학이 아닌 취업을 할까 고민했었다고. 대학원 진학을 하면 등록금과 생활비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또, 빨리 취업을 해서 높은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대학원 기간 동안의 등록금 및 생활비를 한국연구재단 BK21+ 장학금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연구에만 몰입했고, 4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 연구자의 길에서 만난 사람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하고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덕분일까요. 저는 전자공학 기반 지식과 대학원에서의 물리학 지식을 결합하여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뒤에는 물리학자이심에도 전자공학자인 저를 학생으로 받아주신 박사학위 지도교수님이 계십니다. 바로 이영희 교수님이신데요. 학부 졸업을 앞두고 교수님께 진학상담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교수님은 장학금을 통한 등록금 해결법, 대학원 진학 후의 밝은 비전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시며 제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셨습니다. 당시, 교수님께서는 탄소나노튜브라는 1차원 나노물질을 연구하셨고, 저는 탄소나노튜브의 반도체 특성을 이용하여 다양한 소자를 만드는 연구를 했습니다. 전자공학 기반인 저에게 물리학 마인드를 얹어주셔서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죠. 그리고 현재까지도 옆에서 같이 연구하며 많은 영감을 주고 계십니다.
- 박사 후 국외연수부터 신진연구자 지원까지
대학원에서 연구에 매진한 결과 다수의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이로 인해 대학원 졸업을 빨리 했을 뿐 아니라 한국연구재단의 ‘박사 후 국외연수’ 지원에도 선정될 수 있었죠. 그 후 논문 출판 목록과 재단의 연수비 지원 내용을 첨부해 미국 교수님들에게 박사 후 연구원 지원서를 보냈고, 세계적으로 유능하신 교수님들의 오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중 제가 하고 싶은 연구와 가장 가까운 UCLA Duan 교수님을 선택해 미국 LA로 갔는데요. 지도교수님의 인건비 지원에 재단의 연수비 지원을 더해 안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한 덕분에 연수기간 2년 동안 Nature Materials 2편, Nature Nanotechnology 1편, Nature Communications 1편 등 다수의 세계적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연수기간을 마친 후, 성균관대 교수로 임용되었는데요. 교수가 된 후 지난 6년간 연구재단의 다양한 과제에 지원했고, 신진연구자 및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연구재단 과제는 보통 서류평가, 발표평가 2단계로 이루어지는데요. 저의 경우 특별했던 점은 서류평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통과하는 반면 발표평가에서는 매번 혹평을 받았습니다. 제가 발표력과 질의응답 순발력이 낮은 것이 이유인 듯합니다. 서류기반 패널평가로 진행하는 과제가 많아진다면 연구력은 좋으나 발표력과 질의응답 순발력이 부족한 교수님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 내가 꿈꾸는 연구자
유우종 교수는 박사학위를 밟으며, 또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과연 내가 하는 일이 이 세상에 필요한 연구일까?’라는 의문이었다. 맡은 분야가 기초과학연구다 보니 현재 필요하기보다 미래에 필요할 수도 있는 연구를 주로 했었고, 학부 때 공학을 했던 그로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하지만 그는 이제 안다. 기초과학연구들은 씨앗과도 같아서 어떤 것은 피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몇몇 씨앗은 싹을 피우고 무성한 나무로 자라나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된다는 것을.
- 나는 연구할 때 [게임하듯 즐기며] 한다.
저는 연구라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대학 때까지의 공부는 선배 과학자들이 밝혀놓은 것을 배우는 것이라면 대학원에서의 연구는 새로운 것을 밝히는 것이었죠. 기존에 하지 않은 일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계획하고, 연구를 진행하다가 실패하면 그 원인을 밝혀서 다시 한 단계 나아가고, 또 실패하면 또 계획해서 진행하고,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제가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마치 게임과 비슷해 무척 재미있습니다. 지금은 수업과 과제제안서 보고서 작성, 논문작성 등으로 실험할 시간이 없는 것이 많이 아쉬운데요. 그래도 저희 학생들에게 새로운 연구를 만들어주고, 학생들이 해온 결과를 보며 방향을 지시해주는 등 간접적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 나는 [세상을 바꿀 씨앗이 되는] 연구자를 꿈꾼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것처럼 연구 방향에도 개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분야를 비롯해 융합분야까지 모든 분야가 다 중요하죠.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되, 주변 연구자들을 한 번씩 둘러보며 같이 할 수 있는 연구를 모색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맡은 분야에서 싹을 틔우고 무성한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씨앗과도 같은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인공 뇌’ 연구를 시작한 이유도 그 중 하나인데요. 완전한 기초과학보다는 응용전자공학과 융합된 분야를 연구하여 실용화에 가까운 결과를 얻고자 합니다. 그래서 제 연구가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술이 되어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2019 젊은 과학자 상 수상자, 유우종 교수님
https://webzine.skku.edu/skkuzine/section/people.do?articleNo=77482&pager.offset=20&pagerLimit=10
지난해 12월 우리 대학 전자전기공학부 유우종 교수가 과학기술 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여성 과학기술인 지원센가 함께 주는 우수과학자 포상 통합시상식에서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성균웹진에도 종종 글 을 써 주셨던 분이라며 취재 해 보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기사를 검색하자 교수님 관련 기사가 흥미로웠다. 그간의 교수님 안부가 궁금할 독자를 위해 교수님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하는 말로 질문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유우종 교수입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크게 2가지로, 2차원 나노물질을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 및 센서 연구 그리고 멤리스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뉴로모픽 소자 및 시스템 연구입니다. "
연구 분야는 나노, 나노의 연구 매력은 무엇인가요.
최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그래핀을 비롯한 2차원 나노 물질입니다. 종이와 같이 옆으로는 끝없이 넓게 펼칠 수 있는 반면, 수직 두께는 원자 1~2개 정도밖에 안 되지요. 그중 그래핀은 도체, 부도체, 반도체 중 도체의 성격을 지니는데요, 기존 도체와 달리 저항을 변경시킬 수 있는 독특한 물질이지요. 이런 그래핀의 독특한 특성을 반도체와 결합하면 소자 및 센서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 예로, 그래핀과 반도체를 결합한 트랜지스터의 전류 흐름이 1000배 높아져 초고속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하고요, 다양한 센서들(광센서, 압력센서, 바이오센서 등)의 감도가 기존보다 200배 이상 높아져 초고감도 센서의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현재는 저희 고감도 센서를 이용하여 초소량의 마약을 탐지하는 마약 센서 시스템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근접센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실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2019 젊은 과학자 상 수상 ⊙
젊은 과학자상은 대통령상으로 만 39세 이하 학자 중 성과가 탁월한 학자에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여하는 상입니다. 자연과학 분야 5분과(수학, 물리, 화학, 생명, 지구)와 공학 분야 5분과(전자전기컴퓨터, 기계/재료, 화공/식품/생물, 건축/토목/에너지, 융합)를 격년(1년씩 돌아가며)으로 선발합니다.
이번 상을 받게 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앞서 설명한 그래핀-반도체 결합하여 고성능 소자 및 고감도 센서 제작 내용입니다. 두 번째로는 지난 2018년 3월에도 성균웹진에 소개했었지요(“드래곤볼 게로 박사와 인조인간 16호”click), 최근 4년간 연구를 수행 중인 인공지능 뉴로모픽 시스템입니다. 그때와 지금의 연구내용이 조금 바뀐 부분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지도학습을 연구했고, 현재는 그보다 한 단계 나아간 비지도학습을 연구 중입니다.
인공지능 뉴로모픽 시스템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시스템으로 인간의 오감(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입력 데이터를 기계 스스로 학습하여 판단해주는 장치를 뜻합니다. 이는 지도학습과 비지도학습으로 나뉘는데요, 지도학습은 사람이 일일이 입력데이터에 정답지(레이블)을 부여한 후 학습시키는 방식이고요, 비지도학습은 정답지 없는 데이터를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의 학습법이 비지도학습의 대표적인 예지요. 아기들이 언어를 학습하는 것을 보면, 어른들의 대화를 듣기만 하는 것으로 스스로 언어를 터득하지요? 이것을 지도학습으로 학습시키려면, 모든 대화의 한 어절 한 어절마다 무엇을 뜻하는지 정답지를 부여한 후에 대화를 해야지만 아이들이 언어를 학습하게 되는 거지요. 그렇게 되면 학습 시간도 엄청나게 소모되고, 학습량에도 제한이 있겠지요. 그래서 기계학습도 궁극적으로는 비지도학습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현재의 반도체 소자로는 구현할 수 없어 대부분 지도학습 위주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면 기계가 비지도학습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인간의 뇌세포(뉴런,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동작을 그대로 모방해서 반도체 소자를 만들게 되면 가능합니다. 어렵겠지만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뇌세포(뉴런)의 leaky-integrate-and-fire(LInF) 현상과 뇌세포간 연결체(시냅스)의 spike-timing-dependent-plasticity(STDP) 현상을 반도체 소자로 모방하고, 이것들을 인간의 뇌세포와 시냅스의 연결 모양을 그대로 모방하여 연결시키면 되지요. 저희는 최근에 뇌세포와 시냅스의 특성을 ‘플로팅게이트-멤리스터’라는 저희가 최초로 개발한 메모리소자를 이용하여 모방에 성공하였고, 이를 집적했을 때 인간의 손글씨를 정답지 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비지도학습을 구현하여 논문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비지도학습을 이용할 경우 지도학습 대비 다양한 장점이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지도학습의 경우 일반인들이 인공지능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가에 의한 데이터 레이블링이 선행되어야 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래머가 지도학습을 처리한 후 사용이 가능하므로 고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의료, 법률 등의 고액 서비스 등이나 구글 등의 소프트웨어 대기업에서 수익사업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만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반면, 비지도 학습은 일반인들도 관련 분야 데이터들을 간단히 입력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므로, 생활 곳곳의 다양한 분야에 사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다른 장점으로는 비지도학습을 이용한 실시간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최근 발생한 테슬라의 자동주행(오토파일럿 모드) 차량 사고는 태양의 역광에 따른 센서 인식률 저하 때문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눈·비·안개 등 특정 자연 변수에 대응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안전성 논란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는 미리 학습한 상황에만 대처 가능한 지도학습 시스템이 우발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지도학습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이러한 우발상황을 실시간으로 학습하여 대처 가능한 자율주행 차량 제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입력 데이터가 인간의 지식 테두리 안에 갇혀있는 지도학습과 달리, 비지도학습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므로 인간의 지식수준을 뛰어넘는 신지식의 도출이 가능한 창의적인 인공지능 구현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엑스레이, CT, MRI 데이터를 보고 병의 진단 시 전문가라도 판단하기 힘든 판독 사진들이 많거나, 대량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판단해서 레이블링(정답부여)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지도학습을 하기 어려운데, 이럴 때 비지도학습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기계 스스로 학습하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또 전문가가 확인하지 못한 특이점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겠지요.
2019년 ‘컴퓨팅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Turing Award)을 수상한 제프리 힌튼과 얀 르쿤은 앞으로 비지도학습이 딥러닝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람이 일일이 입력데이터에 레이블(정답지)을 부여하여 학습하는 지도학습 방식은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계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저희가 연구하는 비지도학습 뉴로모픽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범용적인 인공지능 시대를 개척하고자 합니다.
⊙ 연구 목표와 새해 다짐 ⊙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제가 하는 연구는 2D 나노물질을 이용한 고감도 센서 개발과 비지도학습 뉴로모픽시스템 개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에 첫 연구년을 보내며 제가 하는 연구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동안의 7년의 젊은과학자 기간의 연구는 논문출판을 위한 단편적인 연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연구들 간에 연관성이 조금 떨어지고, 연구를 마치고 나면 논문 한편을 내고 끝났습니다. 학생 때는 논문 성과들을 쌓으면 그것들이 스펙이 되고 다음 직업을 찾는데 도움이 됐지만, 교수가 되고 나니 단편적으로 논문을 냈다는 점 외에는 보람과 성취감이 많이 떨어졌지요.
그래서 이제 앞으로 남은 28년의 중견과학자 기간 동안은 우리나라에서 저만 주도적으로 하는 한가지 연구주제를 선정해서, 실제 상용화까지 목표로 하고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목표로는 사람의 오감(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을 모방한 센서들과 이들에서 받아들인 신호를 처리/판단하는 비지도학습 뉴로모픽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사람과 같이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기주도적인 인공지능 뉴로모픽시스템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 대학원 진학에 대한 생각 ⊙
(344호 대학원 진학의 필요성에 대한 기고 click) 제가 대학원 진학할 때를 생각해보면 가장 주저하게 되었던 점은 박사를 받고 나서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이었던 것 같아요. 5~7년이나 걸리는 긴 기간을 투자하는데, 그에 비해서 박사를 받은 후에 그만한 보상이 있을지 막연하고, 뉴스에서는 박사를 받은 사람들이 취업을 못하고 시간강사를 전전하고 있다는 내용들만 전해지니 불안하죠. 부모님이 회사에 취업하라고 해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요. 아무래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대학까지 힘들게 지원했는데 대학원까지 지원하려니 많이 힘들고, 빨리 취업하고 돈 벌어서 결혼하기를 바라시겠지요.
지난 2016년에는 석박사졸업생이 없어서 그 부분을 얘기해줄 수 없었는데요, 작년에 최초의 박사졸업생들도 나와서 지금은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석사, 박사를 받으면 학부를 졸업하는 것보다 직종, 직무, 연봉 등에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저도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저희 연구실에서 최근 졸업한 박사님에게 인터뷰를 조금 했습니다. 박사님은 박사과정 중에 대기업 산학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회사에서 매달 장학금을 지원받았고, 졸업 후 대기업 연구부서에 입사를 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회사에 입사하면 과장1년차(일반사원 입사시 8~10년차)로 입사합니다. 연봉은 과장 1년차 연봉에 박사수당이 추가됩니다. 직무 분야에서는 석사, 박사의 경우 연구소로 배치되어 5년 후 출시할 제품을 연구하는 반면, 학사의 경우 주로 사업부로 배치되어 제품 생산관련 일들을 수행합니다. 자신이 연구개발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졸업 후 진로, 취업 등에 걱정하지 말고 대학원에 진학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네요.
⊙ 후배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저는 수능으로 대학을 가던 세대에요. 제게는 2살 터울의 누나가 있는데요, 서울 교대에 다니던 어느 날 재수를 하겠다며 내려와 공부하더니 서울대에 들어갔지요. 하필 그때가 저도 수능 시험을 봐서 성균관대에 입학하던 해였어요. 그해 설날엔 누나 칭찬으로 가득했습니다. 현역으로 시험 본 저는 뒷전이었지요. 그때만 해도 저는 소위 SKY를 나와야만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요. 고등학교 3년 내내 그렇게 세뇌당했고요. 공부 머리와 엉덩이는 확실히 타고나는 것 같아요. 저는 죽어라 공부해도 누나를 못 따라잡겠더라고요. 그런데 졸업해서 사회에 나와보니 출신 대학보다도 개개인의 재능이 더욱 중요함을 느낍니다. 저와 같이 연구직을 하면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창의력과 연구를 수행하는 손재주 재능이 매우 중요하지요. 저 또한 이런 다른 재능들 덕분에 창의적인 연구들을 많이 하게 되었고, 이른 나이(만30세)에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배 님들도 자신의 재능을 잘 찾아서 각 분야 최고의 인재가 되시길 바랍니다.
◈ 2020 과학동아 3월 호 인공 뇌 연구의 최전선에 서기까지
https://m.dsstore.kr/contents/view/177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이었다. TV 전원을 연결하다가 불꽃이 튀는 현상을 처음으로 겪었다. 항상 주변에 있던 전기였지만, 직접 그 존재를 마주한 첫 순간이었다. 나는 전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집안 화장실에 전구가 나갔다. 이게 문득 전선이 끊어졌기 때문인지, 전구의 수명이 다했기 때문인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창고에 같은 모양의 전구가 불이 켜지는 것을 확인하고, '이 전구에 불이 켜지지 않으면 전선에 문제가 있겠구나' 생각하며이를 빼다가 화장실에 갈아 끼웠다.
전기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던 나는 전구를 끼우다가 따끔하게 전기가 몸속으로 흐르는(감전) 느낌이 들어 전구를 놓치고 말았다. 전구는 박살이 났고, 어머니께 혼나면서도 ‘감전이 됐으니 전선 문제가 아니라 전구 문제였구나!’라는 깨달음에 웃음이 났다. 화장실은 엉망이 됐지만, 궁금증은 해결된 셈이었다.
⊙ 전기 기사는 고교 시절 최고의 친구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전기 과학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8년, 그전까지는 서점에서 가끔 사보던 과학동아를 정기구독하기 시작했다.
과학동아에서 다룬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던 ‘전류전쟁’ 기사는 몇 번이고 읽었던 것 같다. 교류 전류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 니콜라스 테슬라와 직류 전류를 고집한 토머스 에디슨에 대한 다양한 서적들을 더 찾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패스파인더의 화성 탐사 등 과학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과학동아 기사를 통해 흡수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코너는 대학 연구실을 소개하는 코너였다. 당시 나는 대학에 가봐야 중·고등학교에서처럼 수업 듣고 과제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단지 ‘선생님’을 ‘교수님’이라고 바꿔 부르는 점을 빼면 특별할 것이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과학동아에 매달 연재되던 대학 연구실 기사는 나를 놀라게 했다. 모든 교수가 개인 연구실을 가지고, 자신의 전공 분야를 더 깊이 연구하는 동시에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는 교육자의 역할까지 한다니! 이때 나도 처음으로 교수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고, 교수가 돼서 전기 연구를 하는 실험실을 꾸려 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과학동아를 정기구독하며 꼼꼼히 챙겨본 기간은 단 2년이었다. 더 구독하고 싶었지만, 2001년 대학 입시를 앞두고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숙사에 입사하면서 정기구독을 끝냈다. 그렇게 과학동아와의 인연은 끊어지는 듯했다.
⊙ 눈에 딱 들어온 나노 기술 기사
2001년 성균관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는 전자와 전기, 컴퓨터 등 세 학과가 통합된 학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전자과는 각종 전자 부품에 들어가는 소자부터 회로 설계법 등을, 전기과는 송전과 발전 등 실제 전기 사용법을 배운다. 컴퓨터학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법에 치중한다.
나는 전자과에 집중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컴퓨터에서 흔히 말하는 메모리 1GB(기가바이트)란 전자소자의 개수가 8억 개가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각 전자소자는 전압으로 반도체 물질의 저항을 변화시켜, 전기가 흐르면 1을 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0을 표현한다. 이처럼 전자소자를 자유자재로 조절해 컴퓨터를 동작시킬 수 있다는 점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됐다. 곧 반도체 기술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봤다.
그런데 이때도 눈에 들어온 건 과학동아였다. 과학동아에서 미래 유망 기술로 나노기술을 설명하고 있었고, 나노기술로 반도체를 만들면 당시(2000년대 중반)보다 수만 배 더 높은 집적도로 회로를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돼 있었다.
특히 머리카락보다 10만 배 얇은 지름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탄소나노튜브라는 나노물질이 현재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주재료인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손꼽힌다는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나노기술 관련 서적 등을 더 찾아본 뒤, 2007년 나는 결국 탄소나노튜브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던 이영희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의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이 됐다. 모교에 탄소나노튜브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가 있었다니, 이것도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 탄소나노튜브에서 그래핀으로
대학원 공부는 그동안의 방식과 판이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 학부까지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배운 내용을 이해하는 공부가 많았다. 그런데 대학원에서는 교과서에도 없는 새로운 내용의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창의력과 실험을 잘하기 위한 손재주가 중요했다.
나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반도체 전자소자를 직접 만들고, 전기적 특성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 뒤 실패하면, 그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는 마치 아케이드 게임을 하는데 실수하여 주인공이 죽으면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내는 과정과 비슷하여 매우 재미있었다. 실험에 빠져 미친 듯이 연구를 하다 보니 4년이 훌쩍 지났고,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할 수 있었다. 이 기간에 내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8편이었다(연구실 졸업요건의 4배를 달성했다!)
이 시점에서 내가 평생을 두고 매진해야 할 일은 확고해졌다. 과학계의 수많은 연구 분야 중 나노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전자소자 연구인 것이다. 교수가 돼 나만의 연구실에서 더 깊은 연구를 수행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싶다는 생각도 커졌다. 더욱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했다.
지도교수의 후광 없이 내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 경력을 쌓아야 한다. 박사후연구원에 지원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자신이 대학원 시절 출판한 논문 목록이 담긴 이력서를 만들어 관심 있는 대학의 교수나 연구소의 e메일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이렇게 했더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일리노이공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등 관련 학과 교수들로부터 박사후연구원 자리를 제안받았다. 그리고 2011년 3월 나노과학 소재 분석 분야 전문가인 시앙펑 두안(Xiangfeng Duan) UCLA 화학및생화학과 교수 연구실에 합류했다.
UCLA에서는 탄소나노튜브의 사촌 격인 그래핀(graphene)을 주로 연구했다. 탄소나노튜브는 육각형으로 연결된 탄소가 원통형으로 붙은 3차원 구조라면, 그래핀은 육각 판 모양의 탄소 결합체 한 장만 떼어낸 2차원 구조다. 그래핀의 두께는 탄소 원자 1개 크기로 매우 얇다. 게다가 도체의 특성을 띠면서도 일반적인 도체와 달리 저항을 바꿀 수 있는 독특한 성질을 가졌다.
UCLA에서의 성과는 좋았다. 그래핀과 반도체를 결합한 소자로 만든 트랜지스터에서 발생하는 전자의 이동 속도가 반도체 트랜지스터보다 1000배 이상 빠르고, 광센서 감도는 200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이를 이용하면 초고속 컴퓨터와 초고감도 센서 제작을 앞당길 수 있었다.
이런 연구결과는 세계최고의 3대 국제학술지인 NSC(‘네이처’ ‘사이언스’ ‘셀’)급의 저널에 실렸고,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만30세 되던 해인 2013년 성균관대 교수로 임용됐다. 고등학교 시절 막연히 꿈꾸던 교수가 되겠다던 꿈을 이룬 것이다. 물론 이와 동시에 새로운 도전도 시작됐다.
⊙ 알파고와 이세돌이 이끈 인공 뇌 연구
나만의 연구실이 생기자, 이전 연구들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역사적인 바둑 경기가 열렸다. 승패를 떠나 나는 이를 전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알파고는 대용량 슈퍼컴퓨터 수백 대를 이용해 시간당 5만6000W의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 반면 이세돌 9단의 뇌는 주먹 두 개 정도의 크기(심지어 그중 일부만 사용한다)로 시간당 20W의 에너지를 소비했다.
만약 인간의 뇌와 같은 원리로 동작하는 인공 뇌를 만든다면 어떨까. 사실 이때 이미 인간 뇌의 동작을 모방할 수 있는 신개념 메모리로 ‘멤리스터(Memristor)’가 개발된 시점이었다. 멤리스터는 저항값의 변화로 기억을 저장하는 새로운 소자다. 하지만 막 시작된 분야였고,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인공지능 뉴로모픽 시스템을 연구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인공지능 뉴로모픽 시스템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시스템으로 인간의 오감(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입력 데이터를 기계 스스로 학습해 판단해주는 장치다. 뇌를 모방한다는 것은 결국 뇌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틈(시냅스)에서 벌어지는 전기적 변화를 밝혀 전자소자에 적용한다는 의미다.
우리 연구팀은 2016년 말 뇌세포와 시냅스의 특성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플로팅게이트 멤리스터’를 최초로 개발했다. 플로팅게이트 멤리스터는 기존 멤리스터 대비 1000배 이상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고, 이를 이용하여 해설(레이블)이 없는 정보를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의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도 구현했다. 이를 해설이 딸린 정보를 입력해주는 지도학습과 구분해 ‘비지도학습’이라고도 부른다.
고등학교 때 과학동아를 보지 않았더라면 연구자이자 교육자인 교수라는 직업을 꿈꿀 수 있었을까. 과학동아에서 나노기술 기사를 읽지 않았더라면 탄소나노튜브를 연구 주제로 삼을 수 있었을까. 독자 여러분도 운명처럼 찾아오는 과학동아와의 만남이 자신의 길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2024 성대신문 인터뷰
Q. 어쩌다 뉴로모픽 반도체 분야를 연구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 시절에 그래핀 등 2차원 나노물질을 이용한 고성능 트랜지스터, 메모리, 각종 센서 등을 제작하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2013년 성균관대에 교수로 부임 후 관련 연구를 지속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USB메모리 등에 사용되는 플로팅게이트 메모리의 전극 수를 3개에서 2개로 줄여 반도체 회로의 복잡도를 감소시키는 연구였습니다. 2013년부터 4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 결과를 2016년에 논문( Nature Comm. 7:12725 (2016))으로 출판하게 되었는데요, 때마침 2016년에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있었을 때이지요. 혹시 제가 하는 연구를 인공지능에 적용할 수 있을까 찾던 차에 2전극 메모리가 인간 뇌의 기억저장기관인 시냅스와 구조가 동일하여 인공뇌(뉴로모픽) 시스템의 기초소자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냅스에 적용하는 2전극 메모리를 멤리스터라고 부르는데, 제가 개발한 2전극 플로팅게이트 메모리가 멤리스터로 적용이 가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멤리스터로 저항형 멤리스터가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저항형 멤리스터의 경우 전기적 특성이 분균일하여 뉴로모픽 회로를 구성했을 때 인공신경망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지요. 반면 제가 개발한 플로팅게이트 멤리스터의 경우 성능이 우수한 플래시메모리의 동작방식을 적용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균일한 전기적 특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플로팅게이트 멤리스터를 뉴로모픽 시스템에 적용하면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인공신경망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관련 분야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Q. 유우종 연구그룹 홈페이지에서 '인공 뇌' 제작을 목표로 고감도 센서 연구를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와 진행 정도가 궁금합니다.
인공뇌라는게 뉴로모픽시스템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뇌세포, 시냅스와 같은 동작을 하는 인공뇌세포, 인공시냅스 소자를 만들고, 이를 이용하여 뇌연결 구조(신경망)를 모방한 뇌회로(인공신경망)를 제작하면 인간과 같이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뇌(뉴로모픽 시스템) 제작이 가능합니다. 2016년 개발한 2전극 플로팅게이트 멤리스터는 시냅스와 구조(2갈래 연결)가 동일하여 그 특성을 쉽게 모방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뇌세포의 경우 다른 뇌세포들과 여러 갈래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기존에 개발한 2전극 구조로는 뇌세포를 구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엇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전극 여러 개로 동작하는 다전극 플로팅게이트 멤리스터를 새로 개발하게 되었고, 이를 이용하여 뉴런의 특성을 모방할 수 있게 되었지요. 더 나아가 뇌 신경망 구조를 모방하여 인공뇌세포-인공시냅스를 집적시킨 인공신경망을 구성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인간뇌 시각피질의 시각 인지방식을 모방한 인공 시각피질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Nature comm. 14, 3070 (2023)).
앞서 개발한 인공 시각피질의 경우 인간 뇌의 매우 일부분만을 모방한 것으로, 사람과 같이 뛰어난 인지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먼저 인간과 같이 오감(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으로 외부환경을 학습 및 판단할 수 있도록 각종 센서(이미지센서, 가스센서, 화학센서, 압전센서 등)와 인공뇌가 직접 연결된 뉴로모픽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뇌 신경망의 여러 단계를 거쳐 정보를 처리하는 구조를 모방해야 합니다. 쉬운 예로, 사람이 얼굴을 인식할 때, 얼굴의 눈, 코, 입 등의 윤곽선의 방향을 구분하고(1단계), 윤곽선 방향들을 모아 눈, 코, 입을 구분한 후(2단계), 그 결과를 모아 얼굴 전체를 인식(3단계)하게 됩니다. 현재 개발한 뉴로모픽 시스템의의 경우 윤곽선 방향을 구분하는 첫번째 단계를 모방했습니다. 앞으로는 각 단계의 뉴로모픽 시스템을 서로 연결하여 얼굴 전체를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같이 스스로 외부 환경을 학습하고 판단하는 뉴로모픽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뉴로모픽 반도체는 가장 진보된 AI 반도체의 형태이지만, 아직 생태계 구성이나 인공신경망에 부합하는 칩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뉴로모픽 반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부분에서의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세포, 시냅스 그리고 뇌연결구조를 모방하여 인간과 같이 학습 및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가장 앞서 나가 있는 분야가 소프트웨어 기반 인공지능인 딥러닝입니다. 여기서는 소프트웨어 상에 가상의 뇌세포와 시냅스를 만들고 이들을 가상으로 연결한 인공신경망을 구성합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는 하드웨어인 컴퓨터는 인간의 뇌구조와 매우 다르게 구성되어 있고, 이로인해 인공지능 학습 속도가 매우 느리고 전력도 많이 소모됩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인간의 뇌구조와 비슷하게 컴퓨터 구조를 변경한 것을 뉴로모픽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뉴로모픽 시스템은 인간의 뇌와 같이 낮은 전력으로 우수한 학습능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뉴로모픽 시스템의 기본 소자로 사용하는 멤리스터의 성능이 분균일하여 뉴로모픽 회로를 구성했을 때 인공신경망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균일한 성능을 보이는 멤리스터를 제작하는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균일한 성능의 멤리스터를 제작하여 제대로 동작하는 인공신경망을 만들었더라도, 초기의 뉴로모픽 시스템은 매우 간단한 학습을 할 수 있는 수준일 것입니다. 지난 70년 간 개발되어온 소프트웨어 기반의 인공지능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겠지요. 그렇다면 초기의 뉴로모픽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은 고가의 고성능 컴퓨터를 구입이 가능한 대기업에서 자율주행, ChatGPT, 의료 및 법률 서비스 등의 대형프로젝트에 주로 사용이 됩니다. 반면 초기의 뉴로모픽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손톱만큼 작은 칩으로 매우 저렴하게 제작 가능하므로 중소기업의 소형 프로젝트나 개인적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도 최근 제작한 뉴로모픽 시스템에 센서를 장착해서 다양한 응용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를 새로 시작중인데요, 예를들어 주변 환경에 따른 식품에서 나오는 유해가스로 유통기한의 실시간 예측, 대기의 가스 농도에 따른 활동 적합도 실시간 판단, 얼굴 표정에 따른 실시간 감정 예측, 혈액 성분을 측정해서 질환 가능성 판단 등을 하는 뉴로모픽 시스템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뉴로모픽 반도체가 발전하게 될 시 사회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초기의 뉴로모픽 시스템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간단한 예측 및 판단을 주로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뉴로모픽 시스템이 더욱 발달해서 인간 뇌와 유사한 수준까지 진화한다면, 인간을 대신해 복잡한 일들을 학습하고 판단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은 대기업에서 정한 룰대로 일률적으로 학습한 인공지능 결과를 모든 단말기에서 동일하게 사용했다면, 뉴로모픽 시스템은 각자 개인별 상황에 맞는 룰대로 직접 학습을 시키고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인공지능의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나의 상황에 맞게 나를 대신해 일을 처리해주는 인공지능 가정부, 집사, 운전기사, 주치의, 주치변호사가 생기는 것인데, 삶이 조금 더 편해지지 않을까요?
◈ 2021 학과소개 유튜브
Q1. 전기전자공학부를 소개해주세요.(간단 요약)
(유) 지금의 전자전기공학부는 1965년에 설립된 전기공학과, 1970년에 설립된 전자공학과, 1993년에 설립된 제어계측공학과, 이렇게 세 학과가 병합되어서 1996년에 출범 하였습니다. 전기공학과는 한전, 발전소,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전기엔진 등 강한전기를 다루고, 전자공학과는 컴퓨터, 디스플레이, 센서, 무선통신 등 약한 전기를 다루고, 제어계측공학과는 로봇, 드론, 전기자동차 등 기계를 제어하는 것을 배우는 곳입니다.
(고) 이렇게 들으면 어려운데요, 간단하게 학과 이름을 가지고 소개하자면, 전기를 잘 활용하고 더 좋은 전자기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학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Q2. 전자전기공학부는 어떤 학생이 가는게 좋을까요?(관심사, 학업, 목표, 진로희망 관련)
(고) 특별히 관심사나 목표나 진로 희망이 확실하지 않은 학생들이 오면 좋습니다. 왜냐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그리고 하드웨어 안에서도 디지털, 아날로그 등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고, 그에 따라 진로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단 입학해서 충분히 원하는 진로를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유) 이런 날림 대답 말고요, 제가 좀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전자공학은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제작이나 성능을 향상하는 연구 등에 관심이 있으면 좋겠지요. 최근에는 인공지능 뉴로모픽(인공뇌) 분야가 막 시작되고 있는데, 이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도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기공학은 전력생산/소비(전기공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오는 것이 맞겠지요. 한전이나 발전소 등의 일들에 관심이 있거나,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엔진, 배터리 등과 관련된 일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니 여기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오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Q3. 전자전기공학부를 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고) 우선 비교적 커트라인이 높기 때문에 공부를 잘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 공부 잘하셨습니까?
(고) 전자전기 학부 출신이 아니라서… 성적이 안돼서 못간 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요즘 입시 제도가 워낙 많이 바뀌어서 답을 드리기 어렵네요. 다만, 학과 공부를 따라오는 것은 입학 후에 저희들이 잘 이끌어 주니, 그 관점에서는 미리 꼭 준비해야 할것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
(유) 맞습니다. 대학교에 오면 학문관련 커리큘럼이 잘 짜여져 있으니, 고등학교 때부터 미리 공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대신 최신 전자기기나 전자기술 등에 관한 전문 아티클들을 다양하게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흥미가 생기고 더 재미있게 대학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4. 전공 공부에 C언어가 필수인가요?
(고) 프로그래밍 언어는 필수이지만, 요즘은 C언어 보다는 Python이 필수입니다. AI 시대가 오면서 모든 AI 관련 코딩을 Python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AI 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생각하는데 유우종 교수님은 다른 생각이실 수도 있고요.
(유) 전공 안에서도 분야가 워낙 다양하니 필수인 분야도 있고 아닌 곳도 있지만, C언어를 알아두면 사람이 할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도록 할 수 있으니 유익하겠지요. 요새는 우리 학부에 오는 신입생들은 1학년 1학기에 파이썬, 2학기에 C언어를 필수로 수강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와서 수업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되니, 고등학교 때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Q5. 전자공학/전기공학 뭐가 다른가요?
(유) 우리 학부 원로 교수님들 말씀을 들으니, 예전에는 전자를 ‘약전’, 전기를 ‘강전’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전자공학은 약한전기를 다루는 분야로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전자기기 및 무선송수신기 등이 해당되고, 전기공학은 강한전기를 다루는 분야로 발전, 변전, 전기자동차 엔진, 로봇제어 등이 해당됩니다.
(고) 풀어서 설명을 해보자면, 전기공학은 전기를 생산(발전)하고 전송하고 분배, 저장하는, 비교적 스케일과 전압 단위가 큰 것을 타겟으로 하고, 전자공학은 일반적으로는 좀더 작은 크기와 낮은 전압으로 동작하는 쪽에 포커스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전기공학은 전기 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해서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것이고, 전자공학은 그렇게 생산된 전기 에너지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법들을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Q6. 전자전기공학부 세부분야?
(고) 분류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희 학과는 크게 반도체, 통신, 시스템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반도체 분야는 반도체 소자나 아날로그/디지털 회로 설계, 통신은 신호처리, 네트워크, 광학 등, 시스템은 제어 시스템과 에너지 (전기) 시스템으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유) 제가 더 친절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전자공학에서는
1. 나노/반도체: 컴퓨터에 사용되는 트랜지스터, 메모리,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센서 등 개별 전자소자의 물리적, 전기적 특성 및 동작에 관한 분야. 최근 나노소자, 유연소자, 뉴로모픽(인공뇌) 소자 등이 포함됨
2. VLSI(very large scale integration): 실리콘 반도체 기반 트랜지스터를 고도로 집적하여 다양한 전자제품의 구동 시스템을 제작하는 분야. 최근 IoT, 자율주행, 지능형 시스템, AI칩 등의 연구가 수행됨.
3. Signal Processing: 우리생활 전반에 걸쳐서 발생하는 여러형태의 신호(전자기파, 음성, 영상, 동영상 등)를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서 다루는 분야이다.
4. Communications/Network: 여러형태의 신호(전자기파, 음성, 영상, 동영상 등)를 통신망을 통해 무선통신 및 네트워크 전송 기술
전기공학에서는
5. Control systems: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등 기계를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
6. Energy Systems: 전력에너지의 발생(발전소), 전달(송전기), 변환(변전기) 및 배분에 대한 학문. 최근 고효율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전기차용 급속 충전기 등을 연구함.
Q7. 전자전기 관련 유망 첨단기술?
(유) 전자전기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어서 각 분야마다 유망 첨단기술이 있을텐데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칩 등 다양한 유망분야가 있습니다. 그중 제가 잘 아는 저희 분야에 대해서만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반도체 소자를 연구하는 분야에 있고, 최근에는 인공뇌(뉴로모픽)를 제작하는 연구가 매우 유망합니다. 이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는 수천대의 컴퓨터(CPU)를 사용하여 시간당 56,000W의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한 반면 이세돌 9단의 뇌는 주먹 두 개 정도의 크기에 시간당 20W만을 사용하며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지요. 만약 인간의 뇌와 똑같이 동작하는 인공뇌 컴퓨터를 만든다면 스마트폰에서도 작동하는 알파고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뉴로모픽 시스템이란 이름으로 관련 연구가 진행중이고, 저희 연구실도 인공뇌 제작 연구를 열심히 수행중입니다.
(고) 유망한 분야 중 하나는 (제가 하고 있는) AI 관련 기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특히 AI 관련 SW 보다, 이를 HW 상에서 효과적으로 동작시키기 위한 AI 반도체나 AI+IoT 분야의 필요성이 최근 많이 부각되고 있고, 이 분야에 가장 적합한 학과가 전자전기공학부라고 생각합니다.
Q8. 전자전기공학부는 실험과 과제가 많다던데 맞나요? (축제기간에도 공부중이라던데)
(고) 축제기간도 학기 중이니 공부하는 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저는 사실 과제를 많이 내주는 편은 아닌 것 같은데 학생들은 항상 많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합니다. 물론 들어야 할 실험이 많을 수는 있는데 (축제보다) 재미있는 실험들이라 괜찮을것 같습니다.
(유) 이렇게 말하면 이제 신입생들이 다 빠져나가는 거죠. 오해가 생기기 전에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과의 실험과 과제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많다 적다 얘기하기 힘들겠네요. 제 수업 같은 경우, 매 챕터가 끝날 때 연습문제 몇 개씩 숙제로 내주는데, 과목이 여러 개이니 숙제가 많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실험은 일주일에 1~2개정도 듣는 것 같은데, 보통 저녁 6시~8시로 잡혀있습니다.
Q9. 전자전기공학부는 취업이 잘 된다던데 맞나요?
(고) 흔히 말하는 취업깡패 '전화기' 학과 중에서도 제일가는 학과입니다.실제로 학과 취업률이 가장 높지 않은가요?
(유) 그건 제가 아는데요, 당장 저희 학교 전자전기공학부의 취업률은 최근 3년간 87.2%로 대학평균(67.7%)보다 훨씬 높습니다. 전자를 공부한 학생들은 삼성전자(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가전 등), LG(디스플레이, 가정 등), SK(하이닉스 반도체 등) 등에 많이 취업하고, 전기를 공부한 학생들은 한국전력, 발전소, 현대자동차(배터리, 전기모터) 등에 많이 취업합니다.
Q10. 수업시간에 발명도 하나요?
(고) 수업시간에 수업 안듣고 따로 발명하고 있으면 혼나고요, 수업과 관련해서 생각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특허나 논문을 쓰는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그런 아이디어를 혼자 구체화시키기는 어려우니 우리같은 교수님들이 도와줄 수 있겠고요.
(유) 여러분들이 고대하시는 발명은, 4학년 마지막 학기에 모든학생들이 수강해야하는 캡스톤 디자인이라는 수업이 있습니다. 캡스톤이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덮는 덮개돌로,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것이지요. 이 수업에서는 4년동안 전자공학을 하며 배운내용을 토대로 간단한 발명을 하고 실제로 제작하는 실습을 진행합니다. 그동안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직접 제작해보며 수업내용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몸소 체험해보는 유익한 시간이 되지요.
(고) 정말 유익하겠네요…
Q11. 전자전기공학부는 전자제품을 조립이나 수리 잘 하나요?(전자제품을 직접 고쳐보신 적 있나요?)
(고) 저는 전자전기공학부 출신이 아니라 그런지 그건 잘 못합니다. 기계공학과 출신이지만 자동차도 못고치고요. 조금 고장난거 고치려다가 아예 망가뜨린적은 많이 있습니다. 전자제품이 고장나면 AS 센터를 가는게 맞습니다.
(유) 전자제품 조립이나 수리를 잘한다면 우리학부에서 배우는 내용들에 더 흥미를 느낄 것입니다. 다양한 전자제품들의 제조과정, 동작원리 등을 배우는게 우리 학부의 학습 내용이니깐요. 간단한 전자제품들은 직접 고쳐서 사용합니다. 컴퓨터, 노트북도 부품 교체 등 간단한 문제는 직접 분해 수리 하지요. 그러나 대형 가전 등 복잡한 전자기기는 위험하니 손대지 않는 게 좋지요.
Q12. 전자제품 고장났을 때 몇 대 때리면 고치는데 도움이 되나요?
(유) 간단하고 저렴한 전자기기는 전선접촉이 러프하고 방진이 미흡해서 문제가 많이 생기는데, 이때 충격을 가하면 접촉불량이 개선되거나 먼지가 떨어지면서 오작동이 개선될 수 있어요. 그러나 컴퓨터 등 복잡한 전자제품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충격을 가하면 오히려 더 크게 망가질 가능성이 더 높지요. 이런 제품들은 AS센터에 바로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고) 지금 원하는 답이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몇 대 때려야 하는지가 질문이시면, 경험상 2~3대 정도인 것 같습니다.
Q13. 피카츄 100만 볼트 공격은 어느 정도의 위력인가요?(고기 익힐 수 있나요?)
(포켓몬스터라는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인데, 볼에서 100만 볼트가 나와서 상대를 공격합니다.)
(고) 전기공학 전공이 아니라 위력은 잘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고전압을 취급하려면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전기기사같은 자격증을 따야 합니다.
(유) 새총에 비유하면 잘 이해가 될 것 같네요. 새총의 고무줄을 당기는 세기가 전압에 해당합니다. 고무줄을 10 cm 당기는 것보다 백만cm 당기는게 훨씬 아프겠지요? 그런데 새총에 사용하는 돌맹이가 전자인데, 원자보다도 훨씬 작다보니, 한두개 맞아서는 느낌도 안나지요. 대신 전자를 뭉치고 뭉쳐서 돌맹이만하게 만들면 죽을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전자의 개수를 나타내는게 전류에 해당합니다. 즉, 전압 크기만으로 세기를 말하기 힘들고 전류 크기와 같이 얘기해줘야 위력을 얘기할 수 있게 되지요. 여러분들은 실제로 이 답을 중학교때 배웠어요. 전력 = 전압 X 전류. 여기서 전력이 위력이 되지요.
고기를 익히려면 고기를 익히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만큼의 전력을 넣어주면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고기를 골고루 익히려면 전류가 고기 전체에 골고루 흘러야 할텐데, 전류는 보통 저항이 가장 낮은 곳으로만 흐르므로 골고루 익히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고) 개그에 다큐로 답한다는 게 이런 거죠(웃음)
Q14. 전자전기공학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영화 등 콘텐츠
매트리스라고 2000년에 나온 영화인데 아직도 티비에서 자주 나오더군요. 이 영화를 보면 인간의 뇌에서 나오는 전기를 발전기로 이용한다던지, 매트릭스 가상현실이 0과1로 표현된 모습등을 보여주어요. 실제로 전자공학에서 다루는 반도체 소자, 컴퓨터 등의 동작을 잘 표현한 영화같아요. 20년이 지났으나 아직은 이런 기술들이 개발되지는 못했지만 머지않아 충분히 가능한 기술이라 보입니다.
Q15. 전자전기공학부를 전공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을 때
요새 인공뇌에 관해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사람의 뇌도 전기신호 전달을 통해 동작해요. 결국 전기공학을 알아야 사람 뇌의 전기동작을 이해할 수 있고, 그대로 모방한 인공뇌도 만들 수 있지요. 실제 제가만든 인공뇌가 주변 개입 없이 혼자 공부하고 혼자 판단하는 것을 보면 정말 재미있고 신기해요. 이럴 때 이 분야를 선택하길 잘 했다고 느낍니다.
Q16. 전자전기공학부에 오고 싶은 학생들에게 한마디
(유)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의 전자 전기 제품은 우리나라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지요? 전자전기공학부로 진학하여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우수한 인재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고) 우리 학과에 오셔서 꼭 저희같이 멋있는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