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 리뷰

2010 / 11

http://gael.tistory.com/412

http://www.imdb.com/title/tt1285016/

데이빗 핀쳐가 감독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는 2010년 현재, 대표적인 SNS 중 하나인 페이스북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페이스북이나 IT 산업 전반에 대해 아무런 상식과 관심이 없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IT 업계의 새로운 거물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욕구를 가진 인간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 26살짜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 또는 재미를 줄 수 있는가? 한국의 홍보 문구처럼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화려하게 그리지 않는다. 이 영화는 다른 명작들과 같이, 보편적인 이야기 소재인 계급, 타이틀, 우리가 평생 벗어나지 못 하는 사회의 평가, 변화 등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속 마크 주커버그는 체격과 태생, 배경 모두가 보편적인 기준의 엘리트가 아니다. 영화 초반에 그에게 부여된 사회적 가치는 "하버드 재학생" 임이 전부이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교 내에서 무명인이고 여자친구에게 차여 분한 꼬맹이이다. 친구의 비밀 클럽 가입이 부러운 아웃캐스트이다. 마크에게 소송을 건 전형적인 WASP 윙클보스 형제처럼 조정 선수가 될 수도 없다. 그리고 마크 주커버그는 이 모든 것에서 초연한 사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능력과 수완으로 새로운 매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오래된 가치인 숫자와 타이틀을 획득하여 다시 새롭게 사회에서 검증 받으려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목표가 페이스북 탄생의 기초가 된다. 여기서 영화 속 키워드와는 전혀 상관 없는 관객도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수 많은 타이틀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이틀 없이는 검증 받기 힘들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더 점수가 높은 대학을 가려고 하며, 좀 더 연봉과 복리가 좋으며 이름 난 회사를 선호하며 몇 가지 숫자로 가늠 가능한 타이틀의 배우자를 만나려 한다.

진짜 천재는 어떤 형태로든 "구현되는" 그 압도적인 재능 때문에, 타인과 사회에게서 천재라고 "검증"을 받는다. 하지만 영화 속 마크 주커버그는 타고난 초연함을 지닌 천재가 아니다. 타이틀을 통해 검증 받지 않아도 안달복달하지 않는 현자도 아니다. 우리 모두와 같이, 검증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

때로 사람들은 자신의 검증 받아야만 하는 삶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며 공산품처럼 평가 받는 것에 대해 분노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안은 없다. 영화 속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서버 다운을 두려워하며, 왈도에게 다시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게 그의 숨기지 않는 진심이다. 명성, 돈, 위치는 모두 과거부터 존재했던 사회적 가치이고 타이틀이다. 마크는 사후에 평가 받을 천재 칭호 따위를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전 여자친구 예리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만한 위치에 오르길 바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하나 없다. 계급에도 명성에도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 속에서 미약하게 주장하는 대로) 동료를 배반하는 방법 또한 고전적이었고 새로울 것 하나 없었다. 다만 영화 속 캐릭터인 마크에게 부와 명성을 쌓는 자산이 구시대의 것과는 달랐을 뿐이다.

Created by 김혜빈(kyle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