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화학을 위한 분자변환의 필요성
지속 가능한 화학을 위한 분자변환의 필요성
지금까지의 화학 산업은 주로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물질들을 원료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석유 자원은 유한하며,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등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기 중의 질소(N2), 이산화탄소(CO2)와 같은 값싸고 풍부한 자원을 이용해 유용한 화합물을 합성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분자변환은 화학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자들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여 반응성이 낮고, 변환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하버-보슈법은 섭씨 수백 도와 수백 기압의 조건에서 진행되며, 전 세계 에너지의 약 1~2%를 소비하는 고에너지 공정이다. 따라서 보다 온화한 조건에서 이러한 분자들을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반응 경로와 촉매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기화학과 광화학은 외부에서 강한 산화제나 환원제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 또는 빛 에너지를 이용해 분자에 직접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높은 반응 선택성과 낮은 에너지 소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며, 향후 친환경 화학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효소를 모방한 ‘협동촉매’ 전략
자연계의 효소는 복잡한 화학 반응을 매우 빠르고 정밀하게 촉진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효소의 작용은 활성 중심 근처에 있는 다양한 아미노산 잔기들이 서로 협력하여 반응물을 조절하는 데서 비롯된다. 본 센터는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둘 이상의 촉매 또는 보조 리간드를 조합하여 작동하는 ‘협동촉매’를 개발하고자 한다.
이러한 촉매 시스템은 단일 촉매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반응을 조절하는 데 유리하다. 예를 들어, 하나의 금속 촉매가 전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다른 촉매 또는 리간드가 반응물과의 선택적인 결합을 조절함으로써, 전체 반응의 속도와 선택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실제로 생체 내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과 유사하며, 특히 다단계 전자전달 반응이나 여러 결합이 끊어지고 생성되는 복잡한 분자변환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촉매 안정성 향상을 위한 접근
촉매의 반응 효율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안정성과 반복 사용 가능성이다. 전기화학 및 광화학 반응에서는 고에너지 중간체(예: 라디칼)가 생성되며, 이들이 촉매 자체를 공격하여 촉매가 분해되거나 탈착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문제는 촉매의 수명과 실제 응용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본 센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안정한 다배위 리간드를 활용하거나, 촉매를 전극 표면에 공유결합 또는 금속-기질 상호작용을 통해 고정하는 기술을 연구하고자 한다. 또한 금속 단일원자 촉매를 이용해 높은 반응성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분자 촉매를 전극 표면에 고정시키고 전자 전달 매개체로 활용함으로써 낮은 전위에서도 반응을 유도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부반응을 줄이고 촉매의 선택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고효율 광전기화학 반응을 위한 광촉매 개발
빛과 전기를 동시에 활용하는 광전기화학 반응은 전하 분리를 촉진시켜 반응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망한 기술이다. 그러나 실제 반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광촉매는 매우 제한적이며, 많은 경우 들뜬 상태의 수명이 짧거나, 광분해에 약한 특성이 있다.
본 센터는 단일항과 삼중항 들뜬 상태 간의 에너지 간격이 작아 지연 형광(delayed fluorescence)을 나타내는 유기 분자를 광촉매로 개발하고자 한다. 이러한 물질은 들뜬 상태에서 긴 시간 유지될 수 있으며, 빛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고효율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이 광촉매와 전극 간의 전자 전달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광전극 구조도 함께 최적화하고자 한다.
복잡한 반응의 해석을 위한 분석 및 계산 기술 개발
분자변환은 일반적으로 다단계로 진행되며, 반응 도중 다양한 중간체가 생성된다. 이러한 반응의 경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석 기술의 융합이 필요하다. 본 센터는 전기화학 분석, 적외선(IR) 및 라만 분광법, 질량분석법 등을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반응 도중 생성되는 중간체와 생성물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실험적으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양자역학적 계산을 수행하여 반응 경로와 선택성을 예측하고 검증하는 계산화학 연구도 병행하고자 한다. 이러한 계산과 실험의 상호 보완을 통해 고난도 반응의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규명하고자 한다.
반응 선택성 향상을 위한 전략적 기질 설계
고난도 분자변환에서는 다양한 반응 경로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원하는 생성물을 선택적으로 얻기 어렵다. 특히, 중간체가 반응 도중 다른 경로로 빠지거나 불필요한 부산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 센터는 반응 중간체와 빠르게 결합할 수 있는 기질을 추가하여 반응의 방향을 원하는 쪽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생성된 중간체가 특정 기질과 빠르게 반응하면서 큰 자유에너지 감소를 유도하면, 해당 경로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어 목표 생성물의 수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반응 경로 제어 전략은 효소가 반응 경로를 선택적으로 유도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전기-광 시너지 반응 시스템 개발
강한 화학 결합을 끊는 반응에는 매우 큰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고전압이나 고에너지 빛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반응 선택성을 떨어뜨리고 촉매나 전극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화학적으로 산화되거나 환원된 촉매 중간체를 빛으로 들뜨게 하여 더욱 강력한 산화제 또는 환원제를 형성하는 전략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러한 방식은 작은 전기 에너지와 작은 빛 에너지를 결합하여, 고에너지 반응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나아가, 이러한 들뜬 상태에서도 높은 안정성과 긴 지속 시간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광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