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회불평등 데이터베이스(이하 KIOD)는 마이크로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의 시군구 지역별 기회 불평등 양상의 다양한 지표들을 구축하는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2024년 구축한 1년차 파일럿 데이터에서는 청년 기회불평등과 거주지 기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분리 양상을 지표로 측정했습니다. 2년차 2025년 데이터에서는 거주지 분리에 더해 학교와 직장이라는 활동 공간(activity space)에서 어떻게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분리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지표를 추가했습니다. 아래 <표 1>에 구체적인 데이터 목록과 출처가 있습니다.
<표 1> 2025년 KIOD 데이터 목록
지역과 공간은 다양한 소득 수준이나 인적, 문화적, 사회적 자본을 지닌 개인들이 불균등하게 분포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주요한 장입니다. 한 지역 내 유사하거나 이질적인 집단이 공존하는 양태는 불평등의 중요한 차원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사회적 분리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것인지는 불평등 연구에서 주요한 논의 주제였던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연구는 사람들이 어디에 사는지를 중심으로 사회경제적으로나 인구학적으로 다른 집단들이 어떻게 통합 또는 분리되어 있는지에 주로 집중되어 왔습니다. 거주지 정보가 데이터로 활용되기 쉽기 때문인 한편 사회적 상호작용의 거점으로서 거주지 자체가 가지는 중요성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관심사가 거주지 중심의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활동공간(activity space)’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학교나 직장 등 일상 속 활동 공간은 거주지와는 다른 사회적, 경제적, 구조적 요인과 역학이 작용하는 상호작용 공간입니다 [1]. 다양한 계층이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고 해도 소득 계층별로 가구들마다 다른 학군지 학교로 보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실제로 아이들은 하루 일과의 주된 시간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과만 어울리는 분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반면 경제적으로 매우 동질적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라도 직장 소재지에 다양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면 하루의 대부분을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고 소통하게 됩니다. 따라서 거주지 분리를 넘어 학교와 직장과 같은 활동 영역의 분리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에서 서로 다른 계층 집단 간 소통과 상호작용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KIOD는 2차연도에 가구통행실태조사 2010년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교와 직장 지역에서의 소득 분리를 측정했습니다. 가구통행실태조사 2010년 데이터는 참여 가구의 가구원들의 평일 이동 경로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읍면동 수준까지 제공을 합니다. 가구 내 자녀들은 어느 지역의 학교를 다니는지, 부모는 어느 지역의 직장을 다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군구별 학교 및 직장 분리 양상을 추정했습니다.
먼저 학교 분리를 살펴보겠습니다. 학교 분리(school segregation)란 인종이나 사회경제적 지위, 학업성취 수준 등이 다른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교로 배정되어 다니고 있도록 조직화되어 있는 현상이자 그 정도를 의미합니다 [2]. 가령 동일한 시군구 내 여러 초등학교가 있다고 해보죠. 이 학교들에 저소득층 아이들이 모두 균등하게 분포가 되어 있다면 저소득에 따른 학교 분리 수준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시군구 내 학교 사이에 저소득층 아이들이 몇몇 학교들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나머지 학교에는 중간 혹은 고소득층 아이들의 비율이 그만큼 더 높게 집중되어 있다면 이 지역(시군구)은 학교 분리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 분리가 심한 상황은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3]. 또한 사회적 이동성을 저해하며,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낮추고 개인 능력 만능주의적 사고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4]. 이런 상황은 주거 및 교육 정책에 의해 강화되기도 하며 결과적으로 중요한 사회 정책적 함의를 가집니다.
학교 분리를 측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개별 학교의 학생 구성을 그 학교가 속한 상위 지역(예: 교육구, 시군구, 대도시권, 전국 등)의 학생 전체 구성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가령 한 시군구 내 학교들 사이에서 저소득층 학생(예를 들어, 기초생활수급자 가구 자녀)의 비율이 얼마나 비슷하게 혹은 다르게 분포되어 있는지 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식별화된 학교 ID와 학교가 위치한 지역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전국의 학군지 수준(예를 들어, 시군구)에서 이런 정보가 제공되는 데이터가 없습니다. 대신 KIOD는 가구통행실태조사가 재학 중인 학교를 읍면동까지 제공한다는 점을 활용해서 학교 자체가 아니라 통학하는 학교의 소재 읍면동을 기준으로 학교 분리를 측정했습니다. 엄밀하게는 학교 소재지 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 분리와 학교 소재지 분리는 엄격하게는 다른 개념이지만 경험적으로는 일관성이 있는 양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5]. 따라서 학교 소재지 분리를 학교 분리의 대략적인 대리 지표로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분리 지수로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상이성 지수와 노출 지수를 측정했습니다. 상이성 지수는 시군구 내 학교 소재지들(읍면동) 간 저소득층(혹은 고소득층) 학생들이 얼마나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모든 소재지들 간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 경우 0, 그 반대의 경우(예를 들어, 한 읍면동 지역에 저소득층 학생들이 모두 집중되어 있고 그 외 지역에는 전혀 없는 경우)는 1입니다. 노출 지수는 보고자 하는 집단(예를 들어, 저소득층 학생) 개인이 평균적으로 타집단(예를 들어, 고소득층 학생)이 몇 퍼센트나 되는 학교 소재지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측정합니다. 0.3일 경우 해당 시군구에서는 저소득층 학생이 평균적으로 30%의 고소득층 학생에게 노출되어 있는 학교 소재지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먼저, 지역 특성에 따른 학교 분리 정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년차 KIOD 보고서에서는 한국에서의 거주지 분리 양상을 다룬 바 있습니다. 전반적인 사회경제적인 여건이 좋은 지역일수록 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 경향이 약하고, 소득 불평등이 높은 지역일수록 거주지 분리 경향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 분리 양상은 어떨까요?
거주지 분리와 학교 분리의 양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회경제적인 여건이 좋은 지역에서 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 경향이 약하게 나타나더라도, 학교 배정 방식에 따라 학교 분리는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거주지 분리가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에서도 학교가 분리된 학생들을 통합하는 공간적 기능을 한다면 학교 분리가 작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주지 분리와 학교 분리 양상을 같이 살피는 것은 교육 정책과 주거 정책의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인 셈입니다.
<그림 1> 시군구별 거주지 분리 상이지수와 학교 분리 상이지수의 상관관계
<그림 1>은 시군구별 거주지 분리 상이지수와 학교 분리 상이지수가 학교급별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보여줍니다. 크게 세 가지 정도의 흥미로운 점이 발견됩니다.
먼저 전반적으로 모든 학교급에서 거주지 분리와 학교 분리 간 상관관계가 예상보다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대학교로 갈수록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거주지와 학교 소재지 간 연계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준에서는 거주지 분리 수준에 비해 학교 분리 수준이 높은 지역들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많습니다(45도 선보다 위에 위치한 지역들). 이런 지역들은 물리적으로는 다양한 계층이 섞여 거주하고 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해 분리 정도가 더 강해진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거주지를 기반으로 한 근거리 배정으로 운영됨에 따라 학교 분리와 거주지 분리가 비슷하게 나타날 거라는 예상과는 약간 배치되는 결과입니다.
셋째,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특히 대학교 소재지로 갈수록 전반적인 학교 분리 수준은 낮아지는 반면 지역들 간 학교 분리의 차이(분산)는 커지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거주지 분리와의 연관성은 사라집니다. 이런 생애과정에 따른 학교 분리 경험의 변화는 3/4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보다 높은 학력 수준으로 진학할수록 평균적으로 보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구조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역들 간 편차가 크다는 점은 어떤 대학에 진학하는지에 따라 그 경험의 양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추가적이 분석에 따르면 대학 소재지역 간(서울,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및 그 외 지역)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림 2> 시군구 지역 특성과 학교 분리 양상
학교 분리는 시군구 특성들과 어떻게 연관될까요? <그림 2>는 시군구별 학교 간 (1) 상이성지수, (2) 저소득층의 고소득층에 대한 노출지수, 그리고 (3) 소득 계층 집단의 구성 비율의 차이를 보정한 후의 노출지수를 바탕으로 구성한 표준화고립지수가 해당 시군구의 평균 가구소득 수준, 고학력 전문직 비율, 가구소득 불평등 정도(지니계수),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 등 주요 지역 특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보여줍니다.
결과는 어떤 지표로 보건 대체로 그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아질수록 학교 분리는 약화되고(평균가구소득, 고학력 전문직 비율,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 소득불평등(지니계수)이 높아질수록 학교 분리는 강화되는 양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회경제적 수준과 학교 분리 관계는 약한 편이어서 통계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의미 있게 해석하지는 않겠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지역 내 소득불평등이 높아질수록 학교 분리도 강하게 나타난다는 추세입니다. 이 결과는 이전 KIOD 보고서에 보고되었던 거주지 분리 양상과 유사합니다.
<그림 3> 지역 간 학교급별 학교 소재지 분리(상이성 지수)
<그림 3>은 거주지 분리 대비 학교 소재지 분리가 심할 가능성이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지 분석한 결과입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점은 계수의 크기를, 점 주변으로 퍼져 있는 선은 95% 신뢰구간을 나타냅니다. 0보다 클 경우에는 지역 특성과 학교 분리가 같은 방향으로 연관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0보다 작을 경우에는 그 반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95%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서울과 해당 지역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림 3>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거주지 대비 학교 소재지에서의 상이성 지수가 높은 경향이 서울에 비해 지방에서 대체로 더 두드러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거주지 분리 경향에 더해 학교가 소득 분리 양상을 더 심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울보다는 지역에서 이 경향이 더 강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학교에서는 이런 차이가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림 4>는 거주지 분리 대비 학교 소재지 분리가 더 강한 경향이 여러 지역별 특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선형회귀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마찬가지로 대학교에서는 지역별 특성과 학교 소재지 분리 간 별다른 관계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일 것입니다. 일관적으로 발견되는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그리고 소득 불평등이 심한 지역일수록 학교 소재지 분리 수준이 높을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준에서는 학교 소재지 분리 정도와 별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납니다.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학교 소재지에서의 소득 분리 수준이 높을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학교 시스템이 소득 수준이 낮고 불평등이 낮은 지역에서 소득 분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란 가설입니다. 지방 특히 중소도시 및 농촌 지역으로 갈수록 학생 수가 적습니다. 학교가 분포하는 공간적 밀도도 약해집니다. 도심과 비도심 지역 간 학교 분리가 더 뚜렷해질 수 있는 여건입니다. 결과적으로 학교 분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다른 가설은 거주지 분리 자체의 경향 때문에 학교 분리가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게 나타날 가능성입니다. 이미 KIOD의 지난 보고서에서 밝힌 것처럼 소득 수준이 높고 불평등이 심한 지역일수록 거주지 기반 상이성 지수가 높습니다. 그런 지역에서 학교 분리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형성되는 것은 일정 부분 자연스러운 양상으로 보입니다.
<그림 4> 지역별 특성에 따른 학교급별 학교 소재지 분리(상이성 지수)
개인의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직장 또한 계층 간 분리 또는 통합이 구현되는 핵심적인 공간입니다 [6].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거주지에서의 경험과 어떤 차이를 보일까요? 만일 산업이나 직종 간 소득 계층화가 심하고, 또한 기업이나 공장 등의 산업/직종 간 공간적 분리, 집중이 심화된 사회라면 소득의 직장 분리 수준이 높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학력 전문직, 사무직 일자리는 수도권 특정 지역에 집약되어 있는 반면 저학력, 저숙련 일자리는 다른 공간에 배치가 되어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이 두 일자리 유형 간 소득 수준이 뚜렷하게 분리가 된 사회일수록 이런 경우 직장에서 자신과 더 비슷한 사람들만 접하고 소통하는 사회경제적 분리를 강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KIOD는 2010년 가구통행실태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군구 내 읍면동 간 직장인들의 소득 분리 정도를 측정하였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직장 분리는 직장(기업체, 사업체)를 식별해서 시군구 내에서 직장별 근로자들의 소득 계층들이 얼마나 집중 또는 편재되어 있는지를 측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대안으로 이번 보고서에서는 학교 소재지 분리를 학교 분리의 대리로 활용한 것과 유사하게 가구통행실태조사 응답자들의 직장 소재지에서의 소득 계층 분리를 측정했습니다. 직장이 아니라 직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얼마나 다양한 혹은 동질적인 소득 계층을 사람들이 경험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림 5> 거주지 분리와 직장 분리의 상관관계
<그림 5>는 상이성 지수를 기준으로 시군구 지역들의 거주지 분리와 직장 분리 간 상관관계를 보여줍니다. 수직축은 직장 분리를, 수평축은 거주지 분리를 나타냅니다. 적색 실선은 선형 회귀를 통해 예측된 적합선입니다. 두 변수 간의 전반적인 관계 방향을 보여줍니다. 위 그림은 거주지에서의 사회경제적 분리 수준과 직장 공간에서의 분리 수준 간 연관성이 매우 약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예측선이 미세하게 우상향을 보이고 있지만, 거주지 분리지수가 0.2부터 0.4 사이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직장 분리는 더 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거주지와 직장이라는 두 공간이 서로 다른 사회적·제도적 논리로 구성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결과는 대다수의 지역에서 거주지 분리 정도에 비해 직장 공간의 소득계층 분리 정도가 더 약하다는 점입니다. 약 유효한 시군구 지역의 43%만이 직장 소재지의 소득 분리 지수가 거주지의 소득 분리 지수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앞에 살펴봤던 학교 소재지의 소득 분리 양상과는 다른 결과입니다.
이 결과는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첫째, 직장은 주거지보다 훨씬 넓은 생활권이나 통근권 단위에서 형성됩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지역 내 특정 산업이 집중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에도 산업 내에 고소득 전문직부터 저소득 일용직, 서비스직까지 다양한 일자리 근로자들이 직, 간접적으로 고용되어 종사하게 됩니다. 이런 조건은 거주지에 비해 직장 공간의 다양성이 더 높게 만듭니다. 둘째, 거주지 분리는 개인의 선택이 크게 작동합니다. 자신과 유사한 계층과 함께 살고자 하는 선호의 영향이 큽니다. 반면 직장 분리는 노동시장 및 산업의 구조적 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유유상종의 경향이 작동할 여지가 적게 됩니다.
<그림 6>은 이런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 분석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 추가 분석에 따르면 직장 분리가 거주지 분리 정도에 비해 약한 경향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더 높습니다. 서울에 비해 경인지역(수도권)은 10%(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 아님), 지방 광역시와 그 외 지역은 각각 34%, 61% 높습니다(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 수도권 지역은 지방에 비해 직장 공간이 거주지 공간에 비해 훨씬 소득 계층적으로 다양하다는 의미입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그리고 소득불평등이 높을수록 직장 소재지에서의 분리 수준이 덜 한 경향 또한 발견됩니다.
<그림 6> 지역 특성과 직장 소재지 분리(상이성 지수)
끝으로 이번 학교 소재지 분리와 직장 분리 분석 결과를 개인의 생애과정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직장을 거치면서 생활 공간에서 어느 정도의 소득계층 분리를 경험할까요? 아래 <그림 7>은 거주지 분리에 비해 생활공간의 분리가 더 높은 지역의 비율을 보여줍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대부분 거주지에 비해 생활공간에서 더 높은 소득 분리 환경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그 비율은 고등학교, 대학교로 갈수록 떨어지고, 직장에서는 43%까지 낮아집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다 다양한 소득계층과 접하고 상호작용하는 생활환경을 경험하게 되는 경향이 발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이야기입니다만 실제 데이터로는 처음 제시되는 결과입니다.
<그림 7> 생활공간 분리의 생애과정 변화
[1] Cagney, Kathleen A., Erin York Cornwell, Alyssa W. Goldman, and Liang Cai. 2020. “Urban Mobility and Activity Space”. Annual Review of Sociology 46: 623–48. doi:10.1146/annurev-soc-121919-054848.
[2] Fong, Eric, Kumiko Shibuya and Brent Berry. 2022. Segregation. 1st edition. Cambridge Medford (Mass.): Polity.
[3] Owens, Ann. 2018. “Income Segregation between School Districts and Inequality in Students’ Achievement”. Sociology of Education 91(1):1–27. doi:10.1177/0038040717741180.
[4] Chetty, Raj, Matthew O. Jackson, Theresa Kuchler, Johannes Stroebel, Nathaniel Hendren, Robert B. Fluegge, Sara Gong, Federico Gonzalez, Armelle Grondin, Matthew Jacob, Drew Johnston, Martin Koenen, Eduardo Laguna-Muggenburg, Florian Mudekereza, Tom Rutter, Nicolaj Thor, Wilbur Townsend, Ruby Zhang, Mike Bailey, Pablo Barberá, Monica Bhole, and Nils Wernerfelt. 2022. “Social Capital I: Measurement and Associations with Economic Mobility”. Nature 608(7921):108–21. doi:10.1038/s41586-022-04996-4; Mijs, Jonathan J. B. 2016. “Stratified Failure: Educational Stratification and Students’ Attributions of Their Mathematics Performance in 24 Countries”. Sociology of Education 89(2):137–53. doi:10.1177/0038040716636434.
[5] Owens, Ann, Sean F. Reardon, and Christopher Jencks. 2016. “Income Segregation Between Schools and School Districts”. American Educational Research Journal 53(4):1159–97. doi:10.3102/0002831216652722.
[6] Godechot, Olivier, Donald Tomaskovic-Devey, István Boza, Lasse Folke Henriksen, Are Skeie Hermansen, Feng Hou, Jiwook Jung, Naomi Kodama, Alena Křížková, Zoltán Lippényi, Silvia Maja Melzer, Eunmi Mun, Halil Sabanci, Max Thaning, Paula Apascaritei, Dustin Avent-Holt, Nina Bandelj, Alexis Baudour, David Cort, Marta M. Elvira, Gergely Hajdu, Aleksandra Kanjuo-Mrčela, Joseph King, Andrew Penner, Trond Petersen, Andreja Poje, Anthony Rainey, Mirna Safi, and Matthew Soener. 2024. “The Great Separation: Top Earner Segregation at Work in Advanced Capitalist Economie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130(2):439–95. doi:10.1086/73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