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항에서 아마존으로
작은 어항에서 아마존으로
[선교사 선교현장⑥ 브라질]
얼마 전, 관상용 새우를 키워볼까 하는 마음에 중고로 어항을 하나 샀다. 동네 호수에서 물을 떠 와 새우를 키워보려 했지만 환경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신학생 동료가 구피 몇 마리를 건네주었다. 그 작은 물고기들은 놀라울 만큼 잘 자랐다. 두 달도 안 되어 어항은 “물 반 고기 반”이 되었다.
어느 아침, 차를 마시며 어항을 바라보다 흥미로운 장면을 보았다. 큰 구피가 먹이를 먹고 있는데 고기의 입안에서 잘게 부서진 먹이가 다시 흘러나오자 주변의 작은 구피들이 달려와 먹었고, 다시 입 밖으로 나온 더 작은 조각들을 치어들이 낚아챘다. 한 덩어리의 먹이가 여러 입을 거치며 나누어지는 모습. 그 순간, 말씀을 배우고 나누는 BEE 사역이 떠올랐다.
2024년 초, 상파울루 연합교회 리더들과의 만남이 한 빵집에서 있었다. 한국어권과 포르투갈어권의 간극을 줄이고, 신앙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길을 찾던 교회는 “말씀 양육”이 해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BEE 프로그램의 협력을 요청받았다. 같은 해 3월, 15명의 리더와 함께 첫 과목 갈라디아서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평일엔 신학교 공부, 주말엔 교회 섬김으로 이어지는 일정 속에 걱정도 기대도 컸다. 언어의 벽과 학습서 번역의 문제로 세미나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1년의 과정을 마친 수료식 날, 눈물로 간증하는 리더들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얼마 전, 전도와 제자 양육2 세미나를 앞두고 교회의 영성 훈련 담당 집사님에게 연락이 왔다.
“선교사님, 일대일 제자양육은 내년으로 미루면 어떨까요?”
학생들에게 일대일 제자 양육 실습을 요청했는데 동반자 찾기를 어려워한다는 소식이었다. 이어 집사님은 FTS도 한 학기 미루고 ‘그리스도인의 결혼’ 과목을 먼저 하자고 제안하셨다.
“깨어진 가정, 무늬만 가정, 서로 원수처럼 사는 가정이 너무 많습니다. 필요한데 가르칠 사람이 없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하나님께서 교회의 현실과 필요를 보여주신다는 걸 느꼈다. 교회가 BEE의 체계 속으로 들어오길 바라던 내 조급한 마음을 멈추시고, 대신 주님은 말씀하셨다.
“지금 있는 곳에서 잘 섬겨라. 교회의 필요를 먼저 채워라.”
그 순종의 고백 끝에 2026년 1월부터 BEE 기도모임을, 3월부터는 '그리스도인의 결혼'을 시작하기로 했다. 회의 자리에서 집사님은 눈시울을 붉히며 “함께하겠습니다”라고 답해주셨다.
어항 속 먹이가 여러 입을 거쳐 작게 부서지듯 말씀도 그렇게 나누어진다. 그 먹이가 한입 크기로 작아지기까지 2년이 걸렸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직 더 작은 부스러기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주님이 세우신 이 자리에서 말씀을 먹고 나누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이 작은 구피들이 아마존강을 헤엄치며 더 많은 치어에게 먹이를 나누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 오늘도 나는 내 몫의 말씀을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글쓴이 브라질 김성주 선교사]
[정리 김종영 / 편집 안화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