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드는 기도
기적을 만드는 기도
[신앙에세이⑤ MK]
두 살이 조금 지나 처음 가나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조금은 두려웠다. 언어가 다르고 환경도 익숙하지 않았다. 마치 발밑의 세계가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여러 질병을 겪었다. 말라리아 발작, 고열, 그리고 고통으로 가득한 긴 밤들.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들을 셀 수 없을 만큼 경험했다. 아직도 그때의 쓴 약의 맛과 부모님께서 간절히 기도하시던 흐릿한 밤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특히 그때, 더욱 하나님은 항상 내 곁에 계셨다. 한순간도 나를 떠나지 않으셨다!
가나에서의 삶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나를 변화시켰다. COVID-19 팬데믹이 세상을 멈춰버렸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 고요함 속에서 내 안에 새로운 재능을 키워주셨다. 예술을 통한 창의성, 요리를 통한 기쁨, 그리고 더욱 깊어진 하나님을 섬기려는 열망.
어려운 순간마다, 외롭다고 느껴져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을 때도 하나님은 내 말을 들어주셨다. 학업에서부터 일상생활까지 하나님께서는 나를 인도하셨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부모님이 선교사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예수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두려웠다. 심지어 내 이름의 의미가 ‘예수님의 지혜’라는 것을 말하는 것조차 주저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분 없이는 내 삶을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내 이름을 온 마음을 다해 소중히 여긴다.
나의 믿음이 시험받은 순간들이 있었다. 특히 미래와 관련된 일이었다. 대학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부터 나의 기도는 간단했다.
“나의 아버지, 나의 하나님, 저를 위해 준비하신 최고의 길로 인도해주세요.”
하버드, 아이비리그 대학들, 그리고 MIT. 아마도 모든 학생이 한 번쯤은 꿈꿨을 대학들이다. 내게 있어 그 꿈은 하버드였다. 우리 학교의 한 선배가 하버드에 합격했을 때, 그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환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로 다가왔다. 나는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항상 수석을 유지했으며, 전국적인 인정을 받았다. 친구들은 심지어 내가 공부할 것이라는 걸 알고 더 이상 파티에 초대하지 않았다.
나는 하버드(Harvard University)에 ‘얼리 액션(Early Action)’으로 지원했다. 단 하나의 학교만 지원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긴 기다림 끝에 12월 12일, 가족에 둘러싸인 채 입학 결과를 확인했다.
보류(deferred)! 내 심장은 산산조각이 났다. 하버드에 너무 많은 희망을 걸었던 나머지 다른 대학들의 지원서를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다른 학교들을 조사하고 에세이를 쓰느라 불안과 피로 속에서 보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다트머스 졸업생과의 인터뷰가 갑자기 잡혔고, 웨슬리언 대학교(Wesleyan University)에서 전액 장학금 최종 후보라는 놀라운 이메일을 받았다. 존재조차 몰랐던 장학금이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나를 다른 길로 인도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3월이 합격자 발표가 시작되었다. 거듭된 거절, 웨이팅 리스트, 그리고 눈물.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발표날에는 내가 지원한 다섯 개의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나를 결코 버리신 적이 없으셨다. 웨슬리언 대학교(Wesleyan University)의 프리먼 아시안 장학금(Freeman Asian Scholars Program)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길을 예비해두셨다.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된 축복이었다. 아시아 11개국에서 한 명씩 전액 장학생을 선발하는데 그 가운데 한 명으로 선발되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기적이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돌보심이었다!
이제 나는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내 꿈을 무너뜨리려 하신 것이 아니라 그 꿈을 새롭게 정의하려고 하셨던 것이다. 나는 선교사의 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나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내가 한때 추구하던 ‘성공’은 이제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더 이상 명문 대학이나 명성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어디로 보내시든지 그분의 자녀로 충성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나님의 계획은 곧 나의 계획이다.
부모님께서 많은 사람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늘 말씀하셨다. 나는 그 기도들이 내 인생에서 기적을 만든다고 믿고, 그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모든 영광을 좋으신 하나님께 돌립니다.
[글쓴이 김예지 MK]
2009년 8월에 가나로 파송 받아 서아프리카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BEE 사역하시는 김용달&강혜경 선교사의 딸이다. 올여름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동생 예성이(아들)는 2010년 가나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정리 이경주 / 편집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