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가능했던 선물같은 시간들
함께여서 가능했던 선물같은 시간들
[신앙에세이②]
엄마는 생전에 늘 말씀하셨다. 밥 사준 것은 계산 즉시 잊어버리고 대접받은 것은 반드시 기억하라고. 어느 날 식사 대접을 받고 BEE 본부에 나와서 섬기라는 제안을 듣고는 주님의 뜻이려니 하고 사무차장직을 맡게 되었다. (본부에 나가게 되면 내가 사무차장 직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것도 몰랐다.) 아무 계획이나 생각 없이 직을 맡았으니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그때그때 주님께서 함께하여 주시고 너무나 훌륭한 동역자들을 붙여 주셔서 그나마 사역을 즐겁게 감당할 수 있었다. 함께 섬겼던 동역자들은 주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선물이었고 그들과의 동역은 축복의 시간이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라는 명칭도 낯선 전염병으로 모이는 것이 금지됐을 때의 일이다. 집에 놀고 있는 카메라가 있다는 분께는 기증을 권하고, 광고공사에 다니셨던 분께는 촬영을 부탁드렸다. (카메라는 한 번도 만진 적 없다며 손사래를 치셨지만 말이다.) 찬양팀과 기도 모임에 필요한 분들이 본부에 모여 영상을 촬영하고 송출함으로써 기도 모임이 멈추지 않게 했던 기억이 난다. 모일 수 없으니 줌(Zoom) 사용법을 공부해 세미나를 진행하고, 유튜브를 본 적도 없으면서 계정을 만들어 매주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찾아온 사랑을 찾아”라는 이름으로 가장 더운 여름날 전라도 지역을 다니며 혹여 아픈 분이 생길까 노심초사했던 기억(몇 분은 더위 때문에 중간에 기차로 귀경하셨지만), 비엔나에서 열린 BEE World 기념행사에 우리 팀 20여 분을 모시고 가서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현지 관광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기억들. 이 많은 추억이 내 머리와 가슴에 남아 있어 그 순간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 짓게 된다.
차세대에 대한 비전을 주셔서 능력 없는 내가 다른 두 분과 함께 8권의 '라구' 시리즈를 완성하고, 선교 현장을 다니며 인도자 강습회를 진행했다. 그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라구' 교재로 말씀을 나누며 차세대에게 예수 그리스도라는 복음의 씨앗을 심는 귀한 사역에 숟가락을 얹게 된 것은 오로지 주님의 축복이자 은혜였다. 케냐의 어느 선교사님은 이미 400명이 넘는 아이들을 라구로 가르쳤다는 보고를 보내오셨는데, 그 소식에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나의 계획이나 의견과는 상관없이 주님께서 여기까지 나를 이끄시고 함께하셨듯이, 앞으로의 삶도 비전을 주시고 그것을 실행할 지혜와 능력 또한 주시리라 확신한다. 이 나이에도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축복받은 삶이라 생각한다. 지면 관계상 더 쓸 수는 없지만, 혹시 나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으시면 밥을 사시면 된다.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나는 나의 이야기었다.
[글쓴이 한숙영 권사]
2007년 가을, 온비아 9기로 첫 인연을 맺은 뒤 청춘의 시간을 고스란히 비에 갈아넣었고 2025년 12월까지 8년간 사무차장으로 섬겼다.
소개글 써달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위치한 woodloch 리조트에서 마침 딸과 한 팀이 되어 공을 목표물에 가장 가깝게 붙이는 시합을 하던 중이었다. 결승에서 만난 인도 가족팀이 이미 목표물 가까이 공을 붙여놓은 위기의 순간, "주님, 능력을 주셔서 이기게 힘을 주시옵소서"라며 간절히 기도하며 던진 공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목표물에 1mm의 오차도 없이 달라붙었다. 진행 요원조차 Website에 올리고 싶다며 감탄했던 그 기적 같은 승리 앞에서, 살아 계셔서 작은 기도에도 응답하시는 주님을 느끼며 아이처럼 깡충깡충 뛰며 기뻐했다. 그날의 금메달처럼, 삶의 모든 순간에 역사하시는 주님을 신뢰하며 오늘도 감사의 길을 걷고 있다.
[정리 이경주 / 편집 안화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