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타오르는 심지
20년간 타오르는 심지
[신앙에세이⑨ 사역회고]
2006년 어느 주일, 하용조 목사님의 믿음 시리즈 설교 가운데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설교 본문 중에 “가장 큰 믿음은 내게 있어 가장 큰 것을 포기할 때이다. 이것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것과 같다”라는 말씀을 듣고 당시 내게 가장 큰 것은 직장이었기에 직장을 내려놓고 선교지로 향했다.
유아세례까지 받은 나인데 무엇이 부족할까 라는 생각으로 선교지에 갔는데 선교에 무지한 나는 선교 훈련의 필요함을 절실하게 깨닫고 다시 들어와서 훈련을 받았다. 선교지에 대한 무식함, 무지함을 자산으로 삼고 시작한 것이다.
20년,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지만 내게는 너무나 짧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선교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들이 있겠지만 내게 물어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먹먹해진다. 어렵고 조심스럽다. 세월이 갔다. 나이는 들었다. 그리고 내게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실까? 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다.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자주는 오지 않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역문화 충격이 상당하게 크다. 한국은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다. 말끔한 양복 입은 사람들이 거의 안 보인다. 운동화에 편한 복장으로 빌딩 안으로 들어간다. 구두를 신은 여성들을 거의 볼 수가 없다. 간혹 60대 이상의 분들은 구두를 신었다. 도로는 엄청난 너비로 넓혀있다. 꽃들이 너무나 예쁘게 깨끗한 도로를 따라 꽃을 피우고 있다. 지방도 도로가 깨끗하고 집들도 시골의 정겨운 풍경이 아니라 도심의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다. 도심의 전철에는 책이 아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과 다른 사람에 전혀 관심이 없는 무표정의 얼굴로 가득하다.
우리가 지내는 인도네시아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엄청나지만, 한국의 80년대를 떠올리면 짐작하기 쉬울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인심과 인정과 순수함과 인간미가 나를 끌리게 했다.
이곳에서 나를 선교하시려고 인도네시아로 보내신 하나님 아버지를 알게 되었다. 아브라함을 선교하시려고 가나안으로 향하게 하신 하나님, 하나님께 순종할 때만 광야가 가나안이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지금 나는 축복의 가나안 땅 인도네시아에서 주님만 바라보고 살고 있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저 주님만 바라보고 있다. 어느 분이 말씀하시길 기름병의 심지는 우리네 인생의 길이라고 한다. 하루하루 심지가 타고 있다. 엉망으로 살면 심지가 고약한 그을음을 내면서 옆을 어둡게 하는데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며 심지를 태울 때 아주 깨끗한 삶이라고 한다.
나의 심지를 거룩함으로 태우고 싶다.
[글쓴이 강성자 선교사]
2005년 12월 남편 봉해남 선교사가 싱가포르로 BEE 선교사 파송을 받고, 강성자 선교사는 2007년 4월에 합류하였다. 그러나 선교 훈련의 필요성을 느껴 귀국 후 OSOM 훈련을 받고 2008년 8월에 다시 싱가포르로 파송 받았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하고 있으며, 남편 봉해남 선교사와 함께 20년간 BEE 선교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정리 김옥숙 / 편집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