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가자
우리, 함께 가자
[신앙에세이⑥ OBA 인도자 모임]
어느덧 무더위가 뒷모습을 보이고 가을 내음에 설레는 9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 토요 BEE 기도 모임과 테이블 나눔 후에 카페에 들어서자 인도자 브런치 모임으로 초대받은 인도자들(FT/FA, 16명)의 반가운 모습이 보인다. 각자의 세미나를 준비하며 인도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BEE 말씀 사역 기쁨과 은혜, 삶을 서로 나누는 모습에서 이런 모임이 자주 있어야 함을 소망한다. 인도자와 학생으로 만났던 만남이 이제는 학생이 인도자가 되어 동역자로서의 한 비전을 품는 모습 또한 감동이다. 때마침 생일을 맞이한 최선 인도자의 깜짝 생일 축하와 FA로서의 긴장과 도전의 모습, 연륜 있는 FT지만 때마다 주시는 말씀과 지혜를 나누는 모습은 짧게 마무리되는 이 자리를 더욱 아쉽게 한다. 그래서 우리 동역자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여 본다.
다시, 있던 자리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저희가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딤후 2:2).”
BEE 세미나 인도, 힘든 줄도 모르고 쉼 없이 달려온 지난 12년. 조금은 가볍고 편안하게 말씀을 전하고자 오래전 섬겼던 고등부 교사를 지원했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말씀을 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풍요 속 고3 아이들, 비전(Vision)이 없고 눈이 빛나지 않아 가슴 아프다. 아이들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다가서기가 불편하다. 믿음의 삶 가운데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복음을 마음껏 깊이 있게 전하던 BEE 세미나가 떠오른다. 자녀들의 신앙을 위해 부모 교육이 먼저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있었던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세미나를 인도하며, 고난의 시간을 지나며 하루 루틴이 생겼다. 하루 1시간 통독과 1시간 기도, 산책이다.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로서의 기쁨과 평안이 “부서지지 않는 선물”로 주어진다.
2년 만에 세미나를 인도하려니 사단의 방해가 있다. 개강하는 날부터 매주 결석생들이 있다. 학생들의 직장과 삶에서 일어나는 돌발적 상황들 때문이다. 또한 ‘챙길 것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부담도 있다. 나의 기질로는 신경 쓰이고 힘든 일이지만, 빈틈없이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한 분을 향해 하나님이 계획하셔서 하시는 일을 나도 하려고 한다.
방대한 학습 내용 중 보내신 분들에게 꼭 필요한 주제가 깊이 있게 다뤄지도록 기도로 준비한다. 말씀이신 하나님으로 인하여 회복되고 성장하는 젊은 자매님들을 보며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저분들이 남편과 자녀들을 더 깊이 사랑하도록 교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한 분 한 분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내 생각과 준비로 분주하다.
채근(採根)하지 않으시며, 늘 등 뒤에 계시며, 오래 참고 기다리시며 깨닫게 하셔서, 스스로 결정하도록 이끄시는 하나님의 인격적인 사랑과 존중에 더욱 주님께 빠져든다.
하나님 경외(敬畏)하기, 항상 배우기를 원합니다.
4주차 세미나 인도를 하며 설렌다. 한 분 한 분이 깨닫게 된 바를 배우자와 나누어 부부가 하나 되고, 자녀 양육의 어려움 겪는 부모들을 도와주는 학생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성경적 가치로 세워지는 하나님의 가정들, 지혜로운 집짓기! 가슴이 뛴다.
고명신 인도자
[양재 그리스도인의 자녀양육 FT]
말씀 사역 앞에 선 나의 성찰
말씀을 전한다는 것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설득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청지기의 자리에 서는 일이며, 영혼을 세우고 변화시키는 사역이다. 그렇기에 말씀 사역의 엄중함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먼저 나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정말로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내가 이해한 것들을 학생들 앞에서 전하고 있는가? 말씀으로 인도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말씀 앞에 세우고, 그 말씀에 인도받고 변화되는 과정을 통과하고 있는가? 혹시 내가 말씀을 조금이라도 변형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것을 전하여 하나님의 진리를 가리고 있지는 않은가?
또 내 마음을 돌아본다. 정말 하나님을 드러내려는가, 아니면 은연중에 나 자신을 드러내려는가? 하나님에 대하여, 복음에 대하여 말한다고 하면서도 그 안에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려는 욕망이 교묘하게 스며 있지는 않은가? 복음의 능력과 말씀의 생명력을 진정으로 신뢰하고 있는가? 속으로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교만한 생각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 학생들을 매 순간 진정성 있게 대하고 있는가? 그들을 위해 집에서도 기도하며, 그들 가운데 가장 낮은 자로 있기를 힘쓰고 있는가?
사역의 자리는 나를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다. 그곳은 철저히 하나님만 드러내야 하는 자리이며, 말씀 앞에서 가장 낮은 자로 서야 하는 자리다. 사실 나는 능력도, 지혜도, 건강도 부족하다. 그러나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진다”라고 하신 말씀을 붙들며, 오히려 나의 연약함을 통해 주님이 드러나실 것을 의지한다. 말씀 사역은 결국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나를 통해 행하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서 이 진리를 조금씩 심장으로 절절히 깨달아가며 한없이 부서지는 중이다.
돌아보면, 나는 늘 배우면서도 진리에 이르지 못한 채, 경건의 능력 없이 경건의 모양만을 쫓아 살아온 너무 긴 시간이 있었다. 그 분주하고 헛된 시간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게 말씀 사역의 책임을 맡겨주심으로, 평생 단순히 학생으로만 머물던 자리에서 벗어나, 말씀을 맡은 자로서의 다른 차원을 경험하게 하셨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은혜다.
이제 나는 기도한다. 내 입술에서 나오는 말이 내 생각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 되기를,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결코 나를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기를 간구한다.
말씀 사역은 두렵고 떨리는 자리다. 그러나 동시에 은혜로 가득한 자리다. 말씀을 맡은 자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디며, 다시금 하나님께서 주실 배움과 성장, 영적 깨달음을 기대한다. 말씀 앞에 가장 낮아져서 하나님만 드러나게 될 때, 비로소 나는 이 길 위에서 올바로 서 있는 것이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심는 이와 물 주는 이는 한 가지이나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고전 3:6-8).”
아멘!
김금영 인도자
[서빙고 로마서 FA]
[정리 김옥숙 / 편집 안화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