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저를 이 땅에 스며들게 하소서
하나님, 저를 이 땅에 스며들게 하소서
[선교사 선교현장③ - 파라과이]
부엔디아~(Buen día, ‘좋은 아침이에요’의 스페인어)
지난 4월 5일 주일(파라과이 당일 시간)에 도착해 오늘이 세 번째 맞는 월요일이다. 이 곳 파라과이(남미)는 앞서 컨퍼런스로 인해 잠깐 머물렀던 과테말라(중미)보다 교통량이 적고 사뭇 조용하지만, 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치안이 불안한 탓에 집들은 거의 예외 없이 높은 담으로 둘러 쌓여있고, 그것마저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가시 같은 철조망이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기온이 높고 습한 기후 탓에 대부분의 벽은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 검은 곰팡이로 얼룩져 있고, 휴지통이 무색하게 거리 곳곳에 쓰레기로 보이는 것들이 뒹굴고 있다. 오래 방치되어 무너져 내린 담벼락과 부서진 벽돌들은 잠시 걷는 동안에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치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동안 어지러웠던 정권이 조금 안정되면서 곳곳에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기도 하지만, 한 집 건너 한 집은 여전히 옛 모습으로 남아 있어 과거와 현재의 도시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아순시온(현재 체류 중인 파라과이의 수도)에 도착한 다음 날, 원주민을 대상으로 말씀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을 만나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육을 받아본 적 없어 스페인어도 거의 모르는 그들을 위해 빵과 말씀을 들고 원주민 마을을 섬긴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사역의 열매 맺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사역의 고충을 털어놓으시며 “주님이 빨리 오시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신다. 이제 막 선교 사역의 첫걸음을 뗀 나지만, “정말 그렇지요? 저도 예수님이 참 기다려집니다”하고 답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수년 전 남편이 단기 선교로 카메룬을 방문했을 때, 하나님께서 그곳에 있는 자신을 얼마나 기뻐하시는지를 보았다고 간증했던 남편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하나님은 그 선교사님을 보시고 얼마나 그 마음이 흐뭇하실까...
나는 오전에는 이곳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는 현지인 선생님 댁에 가서 스페인어 수업을 받는다. 오후에는 현지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팀으로 인도하고 있는 온라인 ‘그리스도인의 삶’세미나 준비와 스페인어 공부를 하며 보내고 있다.
남편과 두 자녀를 두고 떠나와 홀로 갖는 시간이기에 매일매일이 소중하다.
‘후회 없이 두 달을 살아야 할 텐데’하며 매 시간 되뇌인다.
파라과이에 오기 전에는 막연했지만, 과테말라에서 열렸던 컨퍼런스 기간에 중미 교회 지도자들과 교제하면서 스페인어의 필요성과 시급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원활하게 소통함으로써 중미 사역의 행정적인 부분을 잘 감당하고 싶기에 하나님께 나를 사용해 달라고 기도드리게 된다.
문화의 차이를 넘어 기꺼이 감당해야 하는 여러 상황 속에서 날마다 나를 겸손히 내려놓고, 오래전부터 이들과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 나에게 따뜻하게 미소 지어주는, 하나님이 아끼시는 그들을 위해 하나님은 나를 어떻게 쓰실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글쓴이 김남희 선교사]
고등학교때부터 선교사로 헌신하고 준비하던 중 BEE Korea를 만나게 되었다. 2005년 처음 시작해서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2025년부터 미주지역(스페인어권) BEE Korea 파송 비거주선교사로 섬기고 있다. 가족은 남편과 고등학생인 딸과 중학생인 아들이 있다.
[정리 정주영 / 편집 안화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