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삼각관계다
결혼은 삼각관계다
[선교사 선교현장② 케냐]
“Christian Marriage”는 크리스천들에게 결혼의 성경적인 기반을 가르치는 유익한 과목으로 한국에서는 부부가 함께 등록해야 참여가 가능했던 터라 나는 세미나를 듣지 못한 채 케냐로 나왔고 선교지에서도 이 과목이 디플로마 과정 중 가장 마지막 과목이다 보니 10년 만에야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케냐에 와서 느낀 가장 심각한 현상은 가정의 붕괴였다. 다오리(남자가 여자와 결혼하려면 상당의 지참금을 신부 아버지에 드리는 문화)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고 사는 가정이 많지 않고, 심지어 목사 가정도 그냥 아이를 낳고 사는 가정이 대부분이어서 법적 결혼증서가 없어 보호받을 수 없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혼자 아이를 기르고 있는 미혼모가 생각보다 많다. 또 직업을 가지려면 도시로 나가야 하므로 부부가 따로 떨어져 사는 경우가 빈번하고, 가는 곳마다 새로운 여자와 동거하는 남편들이 많이 있는 게 현실이다.
아침 일찍 농사를 짓고 온종일 가축을 키우며 많은 자녀를 돌보아야 하므로 여기서 부부가 함께 집을 비우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 과목은 부인과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늘 혼자 오는 목사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주일에 연합집회차 그 지역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게 되어 부인들을 먼저 만나 성경적인 결혼의 창세기 부분을 알리고 싶으니 하루만이라도 참석하라고 독려하였다. 월요일 세미나 첫날 아침부터 5명의 목사님이 부인들과 함께 오셨다. 하루 정도는 그래도 집을 비울 수 있으니까….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세미나를 시작했다. 성경 말씀을 찾아가며 결혼이 하나님이 만드셨고, 결혼에는 그 계획과 목적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님은 결혼을 통해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신다는 이야기로 첫 관문을 열자 모두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여기도 예외 없이 시월드가 있었다. 어머니와 부인의 중간에 껴 있던 남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남편은 물론 부인도 고통을 겪고 있었다. 부인이 자녀를 감싸고 자녀 문제에 대해 남편인 목사님을 제쳐놓고 큰일을 결정한 사모에게 화가 나 별거를 선포한 목사님도 있었다. 나이 차가 많아 그 갭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는 분, 부부 사이 정이 식어 서로 데면데면한 커플, 권위 의식과 다오리를 주고 부인을 사 왔다는 생각으로 부인을 은근 하대하는 분, 남편들의 의식 수준은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루만 참석하리라고 생각하던 사모님들은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참석하였다. 이런 공부를 언제 해보았겠나! 한국에서도 흔치 않지 않은가! 남편들과 함께 앉아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해 남편들의 생각을 듣는 아내들, 자신들의 불만을 내놓고 이야기하는 아내의 솔직한 말에 당황하는 남편들, 내 눈에도 너무 사랑스러운 부부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결혼에 대한 기대가 바로 이런 것이었겠구나.
“이 책을 미리 공부했더라면 나의 결혼생활도 달라졌을 수도….” 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시간에 아내들을 나가 있게 한 뒤 남편들에게 편지를 쓰게 하고 그 안에 1,000실링 (약 10,000원 정도, 등록금과 다르게 아내를 위해 남편이 선뜻 돈을 낼 수 있는 분이 많지 않은 제법 큰 돈임) 넣는 것을 숙제로 내주었다. 꼭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다. 많은 남편이 정말 유익했다고, 자기들이 이제 알았으니 변화해 보겠다고 다짐하는 눈빛이었다. 아내를의 행복한 미소와 함께 부부 사이가 그사이 한 뼘은 가까워진 것 같았다.
[글쓴이 윤경환 선교사]
갈보리 교회와 BEE 파송 선교사로 2014년 케냐로 파송 받고, 2018년 우간다 코디네이터로 임명을 받아 우간다를 오가며 섬기고 있다. 슬하에 결혼한 아들 (방성재)와 며느리(백혜령) 손녀딸 민지가 있다.
[정리 김옥숙 편집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