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의 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귀하
참조 : 농업혁신정책실 농식품혁신정책관 친환경농업과
친환경농업의 확산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시는 장관님 고맙습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2023년 1월13일 공고한 농림축산식품부공고제2023-9호(「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와 관련해서 질의합니다. 2023월 2월22일까지 답변바랍니다.
<질의1>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 제91조(규제의 재검토)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해 다음 각 호의 기준일을 기준으로 3년마다(매 3년이 되는 해의 기준일과 같은 날 전까지를 말한다)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각항의 기준은 2015년 1월1일”로 되어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2023년12월31일이 3년마다 타당성 검토·개선 등의 조치를 해야하는 기준일입니다.
2023년 1월13일 공고한 농림축산식품부공고 제2023-9호(이하 ‘공고’)가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 제91조에 의한 조치인지 답변 바랍니다.
<질의2> 2023년 1월 13일 공고한 농림축산식품부공고 제2023-9호(이하 ‘공고’)가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 제91조에 의한 조치라면 타당성 검토의 과정은 어떤 방식과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답변 바랍니다.
<질의3> 친환경농어업법 제1조의 1항의 정의에 따라 농사를 지었다 하더라도 비의도적(불가항력적) 농약검출 때문에 친환경인증농가 처벌을 받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농약검출유무로 결정되는 행정처분(시정조치, 인증취소) 관련조항의 전면 검토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 제11조 1항 관련 [별표 4] 유기식품등의 생산, 제조ㆍ가공 또는 취급에 필요한 인증기준을 비롯한 [별표9] 인증취소 등의 세부기준 및 절차(제24조, 제46조, 제55조제2항 및 제56조 관련)(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ㆍ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14] 무농약농산물ㆍ무농약원료가공식품의 생산, 제조ㆍ가공 또는 취급에 필요한 인증기준(제54조제1항 관련)(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ㆍ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농약검사중심의 관련조항의 전면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농축산식품부의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질의4> 2023.1.14. IOIA APC(국제유기농심사원협회-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발표한 “유기농업에서 잔류농약 검사에 대한 입장”을 보면
1. 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 (Codex Alimentarius Commission)는 “환경 오염이 일반화 된 상황에서, 유기농업을 이행하여 생산한 제품에 잔류농약이 전혀 없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렇지만 유기농업에는 공기, 토양, 물의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
이 문장은 화학 잔류물에 대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유기농 인증은 오염 물질의 불검출이 아니라 오염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천과 생산과정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2. 유기농 인증은 주로 제품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경작하고 취급하고 가공하는 생산자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다.
3. 잔류농약은 유기농업을 통하여 검출 제로(0)가 되는 것이 아니라 큰 폭으로 감소한다
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유기농인증에 있어서 잔류농약에 대한 유기심사원들의 국제적 입장 입니다.
농약검출유무로 시정조치, 인증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인증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농축산식품부의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별첨 : 유기농업에서 잔류농약 검사에 대한 IOIA APC의 입장
가. 인증 재심사 요건 구체화
제15조(재심사 신청 등)
제18조(인증의 갱신 등의 재심사)
인혁사수정안: 농약이 검출되면 일단 시정명령, 인증취소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는 인증기준 수정(시행규칙 별표3 2.라(8), 4.라(6), 7.다(13) 등의 ‘잔류농약은 검출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라는 내용 삭제)
수정사유: 농약 검출 여부로 심사 결과를 단정하고 농민이 비의도성임을 입증하는 구제 절차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음. 더 이상 억울한 농민이 발생하지 않고, 친환경농업이 권장되고 확대될 수 있는 보다 전면적인 법안 개정이 필요함.
나. 인증수수료 납부 방법 다양화
제90조(수수료)
인혁사수정안: 의견 없음(동의)
다. 취급자 등 행정처분 기준 합리화
(안 별표 9)
인혁사수정안: 의견 없음
라. 무농약원료가공식품에서 비인증 원료를 5퍼센트 이내 허용
(안 별표 14)
인혁사수정안: (수정안 동의)
(추가 개정 건의)무농약원료가공식품 인증기준에서 유기농원료 포함까지 무농약 비율로 인정
수정사유: 무농약 보다 상위 사양인 유기농이 더 많은 비중으로 원료에 포함되었다고 무농약원료 인증기준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 가공생산 현장에서 무농약으로만 원료 조달이 어려울 경우 상위 사양인 유기농 원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함이 마땅함.
농식품부의 개정안 중심으로 의견을 제출합니다. 그 외의 개정되어야 할 사항은 별첨을 참고하십시오.
위 연락처로 시행규칙 개정안이 고시되기 전에 제출된 의견에 대한 회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별첨 : 성명서(친환경 농민들의 농사 의지 꺾는 농약 검출 중심의 친환경 인증제도를 개혁하라! )
친환경농업 외로운 싸움에서 함께하는 혁신으로!
“친환경농업인증은 이미 환경오염이 일반화된 현재에서 공기·토양·물의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천과정을 검증”
“불가항력적 잔류농약 검출로 인증취소농가를 중심으로 ‘인증제도를 개혁하는 사람들’ 모임결성”
“제주 유기감귤 생산자 김영란 농가 인증기관을 상대로 행정심판에서 첫 승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통계에 의하면 행정처분에 의한 연도별 농산물 인증취소 현황(건)은 ‘19(2,422건)▶‘20(2,479건)▶‘21(3,968건)으로 ’21년 전체 인증농가중 7.1%가 취소되었다. 인증취소처분을 받은 농민은 소송의 절차나 행정처분의 계통을 잘 모를뿐더러 행정절차 중 대부분 인증을 포기하고 만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유기농업을 2030년 까지 25% 까지 확대한다는 농업정책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체 농가 중 4.9% 친환경유기농 농가의 씨를 말릴 정책이다.
18년 차 제주 서귀포에서 유기농업을 신념으로 하는 김영란 생산자는 제주도 지역사회에서 친환경감귤연구회 선도 회원이자 지역 친환경농업 입문자를 위한 멘토의 역할 등 신망이 두텁다. 그런 그에게도 설마설마 청천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2년 5월 25일 인증갱신 신청 중 6월 28일 채취한 시료의 잔류농약 분석 결과 식약처 1일권장 안전기준 이내 두 종의 농약이 미량 검출되어 인증이 취소되었다.
불가항력적 인증취소자는 전국에서 속출하였다. 20년 가까이 신념과 철학으로 유기농업을 해오던 농가는 한순간 잘못된 제도로 인해 행정처분(인증취소)으로 정신적 물적 피해를 보았다.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유기농업을 어렵게 유지하던 농가는 사회적 보상은커녕 범법자로 낙인찍혔다. 그것뿐 아니라 농촌공동체에서는 못 믿을 사람이라는 시선도 함께 받았다.
밀집된 농지, 평균 1.5헥타아르의 소농, 태풍과 바람에 의한 비산, 강우 홍수 폭우로 부터의 오염, 알 수 없는 지하수의 유입, 종자, 묘목, 농기구, 이미 오염된 퇴비를 비롯한 농자재..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도 없거니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잔류농약의 위험을 오직 농민이 검증해야만 이 난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부분 고령의 농민들은 복잡한 행정절차나 행정기관의 위압감 그리고 ‘이 어려운 농사를 내가 왜 계속할까?’라는 자괴감에 인증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간 외롭고 억울한 싸움을 진행해 온 농가들은 공통의 문제로 모이게 되었으며, 전국에서 인증취소자가 찾아오기도 했다. 너무 억울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어르신부터 인증제도, 인증기관, 인정기관의 행정오류에 죄 없는 사람을 범법자로 만드는 이 제도는 단순 농업인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치닿았다. 불가항력적인 재해나 비산보다 더 높고 견고한 불가항력적 행정력에 부딪쳐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자며 ‘친환경 인증제도를 혁신하는 사람들’에 문을 두드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친환경농산물은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상표를 앞세워 홍보하여 왔다. 하지만 ‘2017년 살충제계란사건’에서 보았듯이 그들의 안전함이란 상식적이지 못하다. 왜 농림축산식품부는‘안전’에 목말라하는가? 안전하지 않은 국가에서 가장 홍보하기 좋은 문구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잔류농약 0.01kg/mg을 불검출의 기준으로 본다. 1억분의 1의 질량이다. 식약처 식품공전 국가식품안전기준에서 0.01kg/mg은 찾을 수 없다. 모두 50~500배를 상회한다.
“친환경농어업”이란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에서의 생물적 순환과 활동을 촉진하며, 농어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전하기 위하여(중략) 건강한 환경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며(친환경농어업법 제2조 정의)친환경농어업법을 개정 공포(‘19.8.27) 되고 시행(‘20.8.28)되었다. 하지만 하위법과 시행규칙은 재정 23년이 지난 시점 변함이 없다. ‘친환경 인증제도를 혁신하는 사람들’은 친환경유기농업의 정의와 원칙에 맞는 시행령의 개정과 소비자의 바른 시선을 위해 함께하기로 했다.
“국제유기인증에서 시험분석은 생산과정을 평가하는 보조수단이지 생산과정을 검증하는 의존성은 매우 낮다. IFOAM(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의 인정기준(IAR)은 유기 인증이 ‘과정인증’이라는 점에 유의한다.” 라고 명문화 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업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탄소중립과 녹색소비, 환경소비를 촉진 한다.”는 국제적 합의관계를 정부는 이해하여야 한다. 유기농업의 가치와 철학을 신념으로 삼아 묵묵히 친환경유기농업에 매진하는 농업인의 보상을 확대하며 친환경유기농업을 적극 육성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책을 강력히 요청한다.
인증제도를 혁신하기 위한 우리의 목표
1.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인정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농관원은 인정기구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단순 행정기관인 농관원이 사후 징벌적 역할을 함으로써 친환경농업의 육성은 커녕 올바른 인증제도의 운영을 할 수 없다.
2. 시행규칙과 고시 등에 "잔류농약은 검출되지 아니 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
이 내용 때문에 실제 인증제도의 운영에 있어 농사 과정에 대한 심사평가 상 문제가 없더라도 인증이 취소될 수밖에 없어 비의도적 농약검출의 경우에도 그 모든 책임을 농민이 지는 구조가 해결될 수 없다.
3. 심사방법등을 규정하고 있는 시행규칙 및 고시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
과정중심의 인증제를 실현하려면 현재 심사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고시를 전면 개정, 농약,토양,수질 검사등에 관한 절차와 규정만이 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을 과정중심의 심사방법등을 규정하는 내용 위주로 바꿔야한다.
친환경 농민들의 농사 의지 꺾는 농약 검출 중심의 친환경 인증제도를 개혁하라!
“친환경농어업”이란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에서의 생물적 순환과 활동을 촉진하며, 농어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전하기 위하여 합성농약, 화학비료, 항생제 및 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사용을 최소화한 건강한 환경에서 농산물ㆍ수산물ㆍ축산물ㆍ임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친환경농어업법 제2조 정의)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기후위기와 전대미문의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농사를 지어왔다.
하지만 근래 비산과 출처를 알 수 없는 농약의 유입으로 농작물에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친환경인증이 취소되는 일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유기농업의 전설이라 불리는 1세대 친환경 농민들마저 인증제도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제 이 땅 어디에도 친환경농업의 안전지대는 없다.
친환경인증제도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합성농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의 내용은 현실을 외면한 법 조항일 뿐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자신이 뿌리지도 않은 농약이 검출된 농민을 단죄하는 행위는 정의롭지 않다.
이미 지구는 생태위기에 봉착한 지 오래다.
40년 전에 뿌린 DDT성분이 토양에서 검출되기도 하고, 다른 산업이 일으킨 하천의 오염으로 농산물에서 중금속이 검출되기도 한다. 이것이 친환경농업을 수행하는 농민의 잘못인가!
바다에서 잡은 어패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기도 한다. 이것이 어민의 잘못인가!
이 땅의 그 누구도 생태위기와 환경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잔류농약 검출이 잦아진 이유는 농약 검사장비가 더 정밀해지고, 검사 기술 역시 좋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비자를 위한 안전한 농산물을 가려낸다는 이유로 농약검사를 점점 더 늘여가며,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기후변화, 이동수단의 발달 등으로 병해충이 급속히 늘어나고, 농촌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농업기계의 사용이 빈번해지며, 공동 방제와 드론을 이용한 방제등이 늘어나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친환경농업은 환경 훼손을 가급적 피하며, 땅과 물을 살리면서 인간이 생명을 유지할 건강한 농산물을 얻기 위한 행위다.
소비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건강과 땅과 물의 건강도 지키는 것이 친환경농업의 제1목표다.
이를 위해 정직하게 땀 흘리며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온 친환경농민들에게 내려지는 처분은 가혹하다. 농민의 인권은 짓밟히고 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해야 할 뿐 아니라, 양심을 지키며 살아온 삶 전체가 부정당하는 일이다. 이는 죄 없는 농민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다.
결국, 새롭게 친환경농업에 진입해 보려는 농민은 급격히 줄어들고, 친환경농업을 수행하고 있는 농민들조차 떠나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기후위기로 농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이때, 농약검출 중심의 인증제도가 지속되는 한 친환경농업은 급속히 붕괴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건강한 농산물의 생산은 점점 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인증제도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의 인증제도가 불러올 암울한 미래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친환경 농민들은 자신의 인권과 명예와 자부심을 지키고, 소비자의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킬 것이다. 오염된 지구의 생태계를 복원하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소비자와 함께 손잡고 나아갈 것이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의 혁신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뿌리지 않아도 농약은 검출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무고한 농민이 인증취소를 당하지 않고 친환경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 및 고시의 “합성농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조항을 삭제하라!
하나. 친환경농어업법 제2조 정의에 반하여 농약잔류검사에 대한 내용 중심으로 채워져 있는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 농관원 고시의 심사방법을 생산과정을 평가하는 심사방법으로 전면 개정하라!
하나. 인증기관을 관리하고 감독할 전문성을 갖춘 독립적인 인정기구를 설립하라!
2023. 1. 20.
친환경인증제도를 혁신하는 사람들
토 론 문
김하동
우선 농부로서 올 해 겪은 일들을 말씀드리고 저의 심경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올 해 인증 갱신을 위해 심사도중 제가 농사짓는 하우스에 심은 토마토 잎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에서 농약이 검출되었습니다.
검출량은 0.014mg/kg이었습니다. 0.01mg/kg 이하면 불검출로 간주하는 모양인데 0.004만큼 더 나와서 인증부적합 판정을 통보 받았습니다.
인증기관은 빨리 인정하고 새로 인증신청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아니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했습니다.
부적합 판정 통보 후 세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채웠습니다.
그 하나는 내가 뭘 잘못했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검출량은 차치하고, 농약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20여년간 비료도 농약도 사용하지 않고 모든 농사를 인증과 상관없이 유기농으로 해왔고, 주변 토지에서 농약이 비산할 우려도 없는 곳이었고, 물조차 지하수만 썼는데...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정부가 인증한 농자재가 농약에 오염되기 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둘은 농산물을 어떻게 팔지? 어떻게 먹고 살지? 였습니다.
당장 인증이 취소되면 올 해 생산된 농산물을 팔 수가 없습니다. 생협이나 직거래로만 팔 수 밖에 없는 유기농산물은 인증이 취소되면 아무데도 팔 데가 없습니다.
관행으로 농사방법을 바꿔 시장에 팔면되나?
설사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져온 농사철학이고 뭐고 다 버린다고 해도, 관행농법으로 농사짓는 것은 거저되는 것이 아니라서 농사방법도 알지 못하는데 그 역시 당장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셋은 유기농업을 지역에서 거의 초창기에 시작한 농부로 20여년간 지역에서 공동체를 만들고, 농사 방법을 전파하며 살아왔는데 몰래 농약친 놈으로 수군거릴 마을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뒤섞이며 머리가 하얘지고, 가슴이 뛰고 어찌할 바를 모를 심정이었습니다. 우리 부부 모두.
상상이 되시나요? 저희 부부의 심정이.
우리나라는 농지 여건이 대부분 지금의 친환경인증제도를 충족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농부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진대 그렇다면 유기농업을 하는 농부는 어찌해야 할까요? 농업을 포기해야 할까요?
사실은 농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친환경농업을 해왔고, 그 때부터 그런 위험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내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농사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올 해 농약이 검출되기 전, 운이 좋게도 지난 20여년간 농약이 검출되지 않는 행운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인증기관의 잘못을 꼬투리 삼아 쉽지 않은 재심사를 받게 되어 다시 시행한 잔류농약 검사에서 농약이 검출되지 않아 구제는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겪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아무 잘못 없이 인증을 갱신할 때마다 농약이 검출되지 않을까 늘 불안감을 갖고 농사지으면서도 인증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을 반성하기도 했고, 현재의 인증제도가 일종의 폭력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발제자 유병덕 소장님의 현재의 인증제도의 문제가 농부들에 대한 인권문제라는 인식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인증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농사짓기도, 농산물을 팔기도, 그렇게 농산물을 판 돈으로 삶을 영위하기도 힘든 친환경 농부들이 늘 불안감 속에서 농사지어야 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현실이 보여주듯 친환경농업의 확산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친환경농업을 통해 생태계를 되살림으로써 기후변화의 가속화를 막는 농업의 역할을 축소시키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