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엄지입니다. 지금은 부산에 사는데 내년엔 부산에 없을 예정인 엄지입니다.
부산에서 재작년 세 번째 공론의장이란 행사가 있었어요. 그 시간을 보내며 보통 부산의 청년정책들이 대학생, 사회초년생, 정규직 청년들 아니면 신혼부부로 한정되어 있는데 그 어느 곳 하나에도 난 안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는 걸 다시 느께게 했어요.
나라는 존재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랄까? 제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 영화가 있는데 그 인물의 설정이 기억에 남아요. 남주인공은 빚이 많아서 주민등록이 말소되었던 인물이고, 여주인공은 불법체류자. 둘 다 시스템에 등록되어있지 않은 존재인 거죠. 시스템으로 인해 인정받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 두고두고 남았는데 청년정책도 마찬가지였어요.
청년정책에서 당시 활동하던 이들은 시스템 외의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내가 여기에 함께 하면 다양한 삶, 내가 가고자 하는 삶도 인정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정리하면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청년이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청년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거 뭐예요? 그거 왜 해요?를 제일 많이 받았어요. 내가 원래 하던 일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 예술창작 쪽 일이었는데 그쪽에선 정책이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니까 그거 왜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이전의 동료들한테서.
2-1.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뭐였나요?
나는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변한다는 가능성에 목마른 사람인데 다큐멘터리 작업, 영화라는 작업만으로는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경험하지 못한 거 같아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노동자를 만나면서 든 생각인데 다큐를 만들면서 이들의 생활이 그래서 얼마나 나아졌느냐. 이 질문에 큰 기대가 없는 상황.
오히려 나는 그래서 다큐 만드는 사람들에게 그럼 그걸 왜 만들어요를 묻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정책이라는게 되게 현실적인 거잖아요. 정책은 늘 현실적인 부분이니까 변화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었어요.
2-2. 지금 그 답은 변했나요?
정책이라는 게 만들어져도 짜잔하고 바뀌진 않잖아요. 같이 활동하는 동료는 이것도 변했고 저것도 변했다며 설명해주곤 하는데 최근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람의 성향이 다르고 누군가는 긍정적인 걸 먼저 보고 누군간 부정적인 걸 먼저 봐요. 그런데 난 후자인 사람이 아닌가 싶고,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내가 참여하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먼저 살피기엔 나란 사람이 힘든 사람이 아닌가 싶고.
그거 왜 해요 라는 질문을 받고 싶었어요. 그 질문을 해주길 바랬던 사람들이 있어요. 나의 아빠나 청년정책을 잠깐 해보고 그만둔 다른 친구나.
우리 아빠는 청년들이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른다며 청년정책이 싫다고 말하시는 데 그 뒤에 한 마디만 더. 그런데 너는 그걸 왜 하는 거니 라고 물어봐주면 내가 가지는 기대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빠에게서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안보였던 것 같아요.
한 마디만 더 해줬으면 좋겠는데.
누군가에게 질문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질문이 가능한데 지금은 여유가 없어서인지 딱히 안 떠오르네요.
괜찮아요. 그럼 이렇게 마무리할게요.
네.
#1. 전청넷 첫 번째 인터뷰이
[부산]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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