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그리고 나.
우리 가족은 이렇게 둘이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고 내가 6살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
엄마아빠는 부부 사업가로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셔서
많이 바쁘셨지만 그래도 나와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셨다.
십년 전 그날도 해외로 나가는 부모님을 배웅하고 할머니와 함께 돌아가는 길이었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검은 풍경에 하얀 눈송이들이 계속해서 내려왔다. 와이퍼가 움직이는 걸 계속 바라보니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가끔 덜컹거리는 시트를 제외하고는 잠에 들기 딱 좋았다.
이대로 잠에 들면 곧 집에 도착하고 내가 자고 있는 걸 본 할머니가 나를 안아서 방에 데려다 주겠지,
그리고 며칠밤을 자야 엄마아빠가 돌아오는지 다시 세어봐야지 따위의 생각을 하고있을 쯤
차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멈췄다. 가물가물한 의식 사이로 얼핏 할머니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다.
다음날 나는 영문도 모른채 검은색 원피스에 검은색 타이즈가 입혀져 어느 건물에 들어섰다.
수많은 사람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는 여기저기 모여있었다.
할머니와 손을 잡은 나를 보고 사람들이 순식간에 흩어지자 그들 가운데 있던 액자 두개가 번쩍였다.
할머니의 뜨뜻미지근한 주름진 손이 내 어깨를 무겁게 토닥였다.
"지원아, 엄마랑 아빠한테 인사해"
*
첫째, 부모님이 탄 비행기에 기계이식 권위자가 타고 있었다.
둘째, 그리고 그 비행기에는 어떤 종교단체의 무장한 신도들도 함께 타고있었다.
이게 이유였다. 신이 주신 육체에 감히 인간따위가 신을 따라한 조잡한 기계 덩어리를 이식하다니...
그렇게 엄마아빠는 영영 태평양 아래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