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7
지난 8월 3일 저녁 6시경 분당 서현역 쇼핑몰에서 20대 청년의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계속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 청년을 보면 꼭 황심소에서 라이브 상담을 받았던 철군을 보는 것 같습니다.
철군은 처음 황심소에 출연했을 당시 7년 반동안 정신과약을 복용해 왔다고 했었어요. 그리고 자신이 전파조종을 받고, 조직 스토킹을 받고 있다 말했지요.
서현역 사건의 ‘최 씨' 역시 ‘스토킹 집단'이 있고, 그들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 씨는 중3이었던 2015년부터 2020년 경까지 정신과약을 복용해 왔었다고 해요.
철군과 그를 조는 사람들이
보내온 편지
사실 최 씨는 중3 재학 당시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할 정도로 이과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특목고 진학을 희망했다고 해요. 그렇지만 이맘때쯤부터 정신과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하니, 특목고 진학은 어려웠겠지요.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는 황박사님의 책 <만들어지는 병, 조현병>에서도 설명되고 있습니다.
정신과약은 환자에게 보여지는 문제시되는 행동들을 보이지 않게 masking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정작, 의료진에 의해 환자에게 투여한 약물로 환자의 행동은 억제되고 마는 상태에 처하게 되지요. 마치 수면제나 마취약을 복용한듯한 상태에서 환자는 지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환자가 불안이나 두려움에 시달리지 않게 되지만, 일상생활에서 거의 무기력하게 지내게 되기도 하지요. 사실, 코끼리도 얌전하게 조용히 있게 하는 약의 효과가 발휘가 되는 것입니다.
만일 중학생이 이런 약을 먹게 된다고 한번 상상해 보면, 이 학생이 제대로 학교 공부를 하고 험난한 시험 과정을 잘 견디어 나가기 힘들겠지요. 아마, 조금 자신을 덜 불안하게 만들고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교과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기억해 나가야 하는 그런 활동은 거의 하지 못하게 되는 경험을 했겠지요. 이런 상태, 즉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게 된다면, 결코 시험을 무사히 통과할 수준의 성적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진답니다. 대부분의 정신과 약을 먹고 난 청소년들은 거의 공부에 손을 놓아버리게 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 되고 말지요.
중학교 때 정신과약을 복용하게 된 이 학생은 결국 특목고 진학에 실패합니다. 그렇지만 기사에서는 엉뚱하게도 그 반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조현성 인격장애가 발병해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서 일반고로 진학했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에서는 영재였던 중학생 최 씨가 특목고 진학에 실패하고 또 그와 동시에 ‘조현성 인격장애’라는 정신병에 걸리게 되어, 결국 일반고로 진학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치 최 씨에게 정신병이 생겨서 특목고에 진학하지 못한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요. 가짜뉴스도 이런 가짜뉴스는 없겠지요.
이 상황을 최 씨의 말로는 이렇게 이야기하네요.
최 씨는 “형처럼 좋은 특목고에 가지 못했다. 이런 시시한 일반고는 안 다닌다”며 자퇴를 택했다고 합니다.
최 씨의 당시 이런 상황과 마음에 대해서는 황박사님의 <만들어지는 병, 조현병>의 일부를 대신 빌어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나쁜 상황에 처하거나 왕따를 당하면 우리는 대개 엄청난 마음의 아픔을 겪게 되고 이를 이상한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한다. 심한 경우 환각이나 환청을 경험하기도 한다. 사회관계가 위축될 수도 있고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 만들어지는 병, 조현병 p.235
당시 일반고의 학생 최 군은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는 나쁜 상황'에 처했던 거겠지요. 그때 이미 최 씨의 친형은 특목고에 진학해 있었다고 하고, 이후엔 명문 국립대에 진학했다고 하더군요. 최 씨에게 특목고에 대한 의미가 무척이나 컸다면, 중학교 3학년 때 느꼈을 압박이나 어려움도 상당했을 것 같아요. 그럴 때에 최 군의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은 없었고요. ‘정신과약’은 특목고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복용한 듯합니다. 하지만, 이 정신과 약 복용은 최 씨의 불안을 잠재워 주고 또 공부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코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독약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최 씨는 계속 약을 복용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20년에는 ‘조현성 인격장애’라는 완전한 성인용 정신병 진단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은 최 씨는 중학교 때부터 이미 5년 동안 정신과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사이에 일반고 진학과 중퇴 등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집에서 나와서 현재 혼자 서현역 근처에서 살고 있어요. 이런 최 씨가 2020년에 정신병원에 가서 정신병 진단을 다시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이후 최 씨가 집을 나와 혼자 살게 된 것은 아닐까요? 최 씨의 중학생 이후의 생활에 대해 여러 가지로 확인을 해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계속 2020년 정신병 진단을 받고 나서 약을 먹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여 알려줍니다. 이미, 5년 동안 정신병 약을 먹어 왔는데, 그리고 그 사이에 별로 최 씨의 상황이 나아지거나 좋아졌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2020년 정신병 진단 이후에 약을 먹지 않은 것'이라며 언급합니다.
정말 이상한 이야기 아닌가요?
최 씨는 중학생 때에 정신과약을 복용하면서, 정말 상태가 지극히 나빠지고 인생이 망가진 상태가 되었는데 말이지요.
(기사중)
“경찰이 확인한 병원 기록에 따르면 최씨는 2015년~2020년 2개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으며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이어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이후 최근 3년간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 씨는 고교 자퇴 후 집에 있거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소일을 하면서 보내다가 얼마 전부터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했었다고 합니다. 부모님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혼자 지내다가 이런 일이 있어 며칠 전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고요.
이제부터 ‘흉기난동범’으로 확실히 등장하게 된 최근의 행적을 가지고 질문을 던져 보도록 합시다.
바로 현재의 최 씨의 마음에 대해 읽어보는 일입니다.
현재의 최 씨의 마음읽기
혼자 지내던 최 씨가 어떤 계기로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을까요?
최 씨는 경찰에 체포된 후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나를 청부살인 하려는 조직이 있다"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 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그들이)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
"자신을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서현역을 찾았던 이유로는 "스토킹 집단 구성원 다수가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합니다.
영화 '추격자'의 한 장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어떤 위협적인 존재로부터 쫓기며 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도주하는 그런 장면들이 나오곤 하는데요, 때때로 자신을 추격하는 자들을 피해 달아나거나 해치워야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기도 하지요. 서현역에서 최 씨가 보였던 행동도 그런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언론에서는 마치 최 씨가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칼부림을 한 듯이 말하고 있는데, 공개된 CCTV화면을 보면 일단 최 씨는 주변을 살피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갑니다.
최 씨는 "스토킹 집단 구성원 다수가 그곳에(서현역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고 하는데요,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 느낄 때 칼을 휘두르게 되었던 건 아닐까요.
최 씨는 이런 일이 있기 전날 대형마트에서 칼 2점을 구매하여 서현역에 갔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날에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라고 진술했다 하는데요,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범행을 미리 계획하여 흉기까지 준비했지만 막상 실행하려니 겁이 나서 범행을 실제로 저지르지는 못했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최 씨가 어떤 마음이었나 살펴보면,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게 되는군요.
최 씨는 ‘자신을 살해하려는 자에게 더 이상 목숨을 위협받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어하기 위해 맞서려 했는데, 그러기가 무서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 씨의 마음을 전혀 읽어내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이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파악을 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라고 진단받은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이들을 어떻게 보호,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대책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정부의 대책인데, 뭔가 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되는 대목입니다.
(기사 중)
보건복지부는 오늘(4일) "최근 일련의 폭력·살인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최소화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합동 TF에는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사건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신질환자 입원제도 전반을 검토하고 외래치료 지원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신질환자 치료 실효성을 높이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법무부도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및 격리 제도가 적법절차에 따라 실효성 있게 운용될 수 있도록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법관의 결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JTBC 2023.08.04
정신질환자 치료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혹시 더 많은 사람들을 정신과약을 통해 정신질환자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에 더불어 법무부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및 격리 제도에 대해 ‘사법입원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여러분 누군가 당신을 ‘정신질환자’로 낙인을 찍는 순간 당신이 마치 범죄자처럼 격리, 수감된다는 말입니다.
이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은 당신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법으로 확인한다는 말이 되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당신은 대한민국에서 맨 정신으로 잘 사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때로 나는 미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도움을 받기 위해 정신과 의원에 갔을 때, 내가 정신병 환자로 진단이라도 얻는다면, 동시에 나는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될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사회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니, 언제라도 내가 정신질환자, 범죄자로 누군가에 의해 바로 진단, 평가될 수 있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걸리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것이 여러분들이 황상민의 심리 상담소를 꼭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