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거리에서 무언가를 찾는 것을 할 수 있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내적인 고민들을 고뇌하려 걸으러 나갔던 밤거리에서 오히려 고민을 더 얻게 되었다. 짧은 밤거리의 경험이 하루 이틀 켜켜이 쌓이다 보니 고민은 점차 늘어갔고, 이로 인해 조그만 자극만 들어와도 감각세포들이 더 쉽게 반응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때문이었을까? 걷는 도중 만나게 되는 이질적인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는 시점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이질적인 것에 눈을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밝고 경쾌한 사람들로 가득한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에서 혼자서 묵묵히 그 거리의 모습을 만드는 이들을 보고서는 이질적이라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뒷모습이 그들이 서 있는 곳의 배경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나의 편협하고 좁은 마음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이질적인 게 아니라 그저 내가 그들을 모르는 것이었다.
그들을 몰랐던 부끄러움을 만회하기 위해 거리를 더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리의 모습을 차근히 살펴보니 곳곳에 걸려 있는 표지판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일방통행, 제한속도 30Km, 주차금지, 일단정지, 안전확인, 견인지역, 직진 후 좌회전, 대피소.
쨍한 색깔을 가진 표지판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을 위해 설치되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이질적으로 느꼈던 이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설치되어 있는 그 자리에서 단 하루도 벗어나지 못하고 매일 똑같은 과업을 수행하는 표지판들, 그리고 그 표지판이 설치 되어 있는 거리를 만드는 이들.
상이해 보이는 개체들 속에서 공통점을 찾고 나니, 거리의 모습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반달리즘(Vandalism)이라고 불리는 그래피티가 하나의 작품으로, 보도 블록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써놓은 경고 문구가 하나의 공공 미술로 보이기 시작했다. 부분적으로 고장 난 바닥 신호등은 세상을 향해 존재함으로써 소심한 반항에 동참하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누군가의 뒷모습 1 | Appearance from behind 1
누군가의 뒷모습 2 | Appearance from behind 2
표지판 : 일방통행 | Sign : One-way Traffic
표지판 : 제한속도 30km | Sign : Speed Limit of 30
표지판 : 주차금지 | Sign : No Parking
표지판 : 일단정지 안전확인 | Sign : Stop First and Safety Check
표지판 : 주차금지 견인지역 | Sign : No Parking, Towaway Zone
표지판 : 직진 후 좌회전 | Sign : Straight First, Lefty Second
표지판 : 대피소 | Sign : Shelter
거리미술관 | Road Museum
작품 1 | Artwork 1
작품 2 | Artwork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