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연구실에서는 주사터널현미경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등의 local probe를 이용하여 단분자 수준에서 화학적 현상들을 연구합니다. 단분자 실험의 장점은 (1) 수많은 분자(ensemble) 측정에서는 평균화되어 가려진 분자 각각의 움직임과 반응을 단분자 측정에서는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2) 분자 하나가 기본 단위가 되는 단분자 모터 및 기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주사터널현미경이 화학 연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저희 연구 업적 위주로) 보여줍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주사터널현미경의 작동원리, 미세한 분자 및 작용기의 차이를 구분, 광학비대칭 분자 이미징, 단분자 스위치 측정 및 조작.
이러한 높은 공간분해능을 이용하여 우리 연구실에서는 아래의 세부 주제들에 대해 연구를 진행합니다.
credit: Prof. T. Kumagai
Manipulation of long-range motor
단분자 모터 혹은 단분자 기계는 분자 하나가 운동기관으로 작동하여 회전, 이동, 분자전달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요소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분자들을 이용하면 기계의 크기를 극단적으로 작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어, 미래 기술을 향한 나노과학의 한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단분자 모터의 대표적인 예시가 속칭 nano-car(나노카) 입니다. 분자 하나가 마치 우리의 거시세계의 자동차처럼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 (자동차: 석유/전기, 나노카: 전자/광자) 길 위를 움직이며 (자동차: 포장도로, 나노카: 원자 수준에서 잘 정의된 표면) 특정 기능을 수행합니다 (자동차: 승객/화물 운반, 나노카: 분자 운반). 자동차의 움직임을 GPS 혹은 속도계 등으로 측정하듯, 나노카의 움직임은 주사터널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디자인과 기능이 세월에 따라 많이 변해왔듯, 유기합성을 통한 새로운 나노카의 설계와 주사터널현미경의 뾰족한 탐침을 이용한 나노카의 움직임 컨트롤을 향한 연구 노력들이 있었으며, Nano-car Race 라는 대회를 통해 성능을 겨루기도 합니다 (Formula 1이 자동차 회사들의 성능 경연장인 것 처럼 말입니다).
다만, 이러한 단분자 모터가 실제로 유용한 기능을 수행하기까지는 해결해야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단분자 모터의 기능이 분자의 형태 및 분자-표면 상호작용 등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계적인 실험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나노카가 우리의 자동차처럼 유용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속도 뿐 아니라 전진/후진 및 방향전환 또한 원하는대로 조절이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능적인 개발은 분자 내 에너지 전달 방식, 즉 분자에 주어진 자극 (빛 또는 전자)이 어떻게 분자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근원적 이해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On-surface thermal synthesis
Ref: Nat. Nanotechnol. 2007, 2, 687.
We aim on-surface photo-synthesis.
화학과에서 흔히 수행하는 합성은 용액상에서 이루어집니다. 이에 반해, 진공 환경의 표면에서 전자 혹은 열 자극을 이용해 단분자 및 고분자를 합성하는 "표면 위 합성 (On-surface synthesis)"이 여러 표면화학 그룹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표면 위 합성 방법은 기존의 용액상 합성에 비해 몇몇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주사터널현미경 등 local probe를 이용하여 반응물, 중간체, 생성물을 단분자 수준에서 real-space 관측이 가능합니다. (2) 표면 위 합성을 통해 고체 표면 위에 원하는 분자를 준비할 수 있다면 고체 디바이스로의 응용이 훨씬 용이합니다. (용액상 합성을 통해 생성된 분자는 정제 및 표면 흡착의 과정을 별도로 거쳐야 합니다.) (3) 기존의 합성법과는 다른 반응 경로를 이용하여 기존에 합성할 수 없었던 분자나 불안정한 분자를 합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표면의 촉매성과 이차원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도전해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표면 위 합성에 "빛" 자극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표면 위 합성은 대부분 열을 이용하여 반응선택성이 제한적이고 사용가능한 표면 역시 coinage 금속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점을 광반응을 통해 넘고자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표면 광반응은 ground state에서 일어나는 열반응 경로와 달리 excited state를 거치기에 보편적으로 선택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반응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분자의 표면 확산이 제한적이라 열반응을 통한 합성법을 적용하기 힘든 비금속 표면에서도 광반응을 통한 합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반도체 표면과 같은 기술 응용 측면에서 중요한 시스템으로 표면 위 합성법을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SPMs are excellent in terms of the spatial resolution. However, they lack chemical information.
Ref: Science 2009, 325, 1110.
Tip-enhanced Raman spectroscopy offers a chance for the chemical mapping.
우리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주사터널현미경을 비롯한 local probe 장비를 이용하면 위에서 언급한대로 표면 위의 분자 하나의 특성과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분자 이하의 (submolecular) 원자 수준의 공간분해능을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분자 내 화학결합의 위치를 이미징할 수도 있습니다. 왼쪽의 예시에서는 비접촉원자힘현미경을 이용하여 pentacene 단일분자의 공유결합 구조를 이미징한 놀라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높은 공간분해능을 가진 local probe를 이용하면 다른 실험기법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실공간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local probe들은 (주사터널현미경의 경우) 전류 혹은 (비접촉원자힘현미경의 경우) 정전기적 힘을 측정하여 이미징을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화학적 정보는 부족합니다. 이를테면, 왼쪽의 예시에서 pentacene이라는 사전정보가 없었다면 관찰된 화학결합이 탄소-탄소 결합인지 아닌지, 결합차수는 무엇인지 등의 화학적인 정보는 이미지를 통해서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주사터널현미경과 같은 local probe에 분광학을 결합하여 원자 수준의 공간분해능을 가진 광학분광법을 수행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탐침증강 라만분광법 (tip-enhanced Raman spectroscopy)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측정법이 상당히 정교해져서 분자 내의 진동 모드를 이미징할 수도 있고, 진동분광학적 정보를 이용하여 분자 내 에너지 전달 경로를 실공간으로 측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진동 매핑을 보다 다양한 화학적 시스템에 적용하여, 기존의 측정법으로는 알기 힘든 근본적인 이해를 얻고자 합니다. 전자적인 성질은 동일하지만 진동 에너지에 큰 차이가 있는 동위원소의 측정이 이 접근법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시가 되겠습니다. 얼핏보면 같은 측정방법을 단순히 다른 시스템에 적용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분광학적 테크닉과 표면화학적 직관이 필요한 아주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연구주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주제 이외에도 표면 위에서 분자의 움직임이나 분자 간 상호작용 방식 등 다양한 현상에 대한 단분자 수준의 연구 주제들이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위해서는 park@fhi-berlin.mpg.de로 문의해주세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또 더 발전된 연구주제를 구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