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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해도 되는 걸까.

될 리가 없다. 절대로 있을 리가 없다. 비상식적이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눈앞에 존재하는 것을 부정해봤자 소용은 없었다.

이리하여 '쿠어 킹덤'의 승무원들은 단순한 현실주의자를 넘어서 세상의 상식이라는 것을 일단 의심하고 보는 초특급 현실주의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조명은 밝게 켜져 있어도 선내 시간이 한밤중이어서 통로를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켈리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소란스러워지는 걸 피해서 일부러 심야에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근면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켈리가 거실로 쓰고 있는 방 앞에 누군가가 조용히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집사인 이자드였다. 변함없이 고풍스러운 양복을 걸치고 있었다.

"아직 안 자고 있었어?"

"주인이 돌아오는데 잠이나 자고 있는 사람은 집사로 일할 수 없습니다."

"난 당신 주인이 아닌데 말이지. 그 진짜 주인은 뭐 하고 있어?"

"아가씨라면 지금 근육 트레이닝 중이십니다."

켈리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서, 아마 대부분의 남자가 품을 만한 감상을 입밖에 냈다.

"거기서 더 단련해서 어쩔 생각이야?"

마침 그때 재스민이 나타났다.

샤워를 한 뒤 머리까지 말리고 온 듯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켈리의 코를 간지럽혔다.

하지만 이 부인은 재회를 기뻐하는 것보다도 먼저, 남편이 지금 한 말에 대답을 했다.

"반년 이상 제대로 운동을 못했더니 상상 이상으로 몸이 무뎌졌어."

"당신 같은 경우에는 다소 무뎌지는 편이 딱 적당하겠는데."

이 역시 대부분의 남자들을 대표하는 의견이겠지만 재스민은 상대하지 않았다. 이자드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고 켈리와 함께 방에 들어섰다.

남편을 앞에 둔 재스민의 표정은 의외로 딱딱했다.

애초에 큰 부상을 입은 남편이 무사히 돌아왔다고 해서 기뻐하거나 감동할 만한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상당히 험악한 분위기였다.

무서운 눈으로 남자의 전신을 훑어본다.

"......?"

이렇게까지 사나온 눈길을 받을 만한 짓을 한 기억이 없는 켈리는 일단 소파에 앉았다.

재스민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옆에 앉아 켈리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갑자기 양손으로 켈리의 뺨을 꽉 붙잡고 목을 통째로 가져가려는 듯이 잡아당긴다.

평범한 남자라면 그것만으로도 목이 어떻게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자세였지만 켈리는 말없이 재스민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뒀다.

재스민은 왼쪽 눈으로 남자의 오른쪽 눈ㅡ의안을 가리고서 멀쩡한 왼쪽 눈을 무섭게 응시하며 천천히 물었다.

"이 눈, 보여?"

"당신 얼굴 정도는 잘 보이는데."

"튼튼한 눈알이군. 그 가속을 견디다니."

"그 정도 체력도 없어서는 저 배 조종석에 못 앉아."

체력 이전의 문제겠지만 켈리는 담담하게 말하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재스민의 얼굴을 바라봤다.

"당신, 왜 그렇게 화가 난 거야?"

"화난 걸로 보여?"

"응."

"정답이야."

여왕은 소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