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의 중요성

공공병원이 감염병 대응의 성과를 향상시키는가?

                                                                                                  서울대학교 고길곤 교수

(게시일: 2020. 11. 03.)

출처: 고길곤 & 김범 (2020).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평가에 대한 비판적 검토: 이슈의 변화와 경험적 근거 분석을 중심으로. 행정논총, 58(4): 1-29. 

공공병원이 중요한가?

공공 병원의 질적 양적 수준이 감염병 상황에서 중요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한국 병원은 주로 사립 병원이며 SARS, MERS 사태 이후부터 정부가 공공병원의 수를 늘려야 되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따라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공공병원의 실질적 효과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비교연구를 수행하였다.

공공병원 데이터 가용성

유감스럽게도, 모든 국가의 공공 병원에 대한 데이터는 확보하기 어렵다. OECD는 공공병원, 비영리 사립병원, 영리 사립병원 등을 포함한 병원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따라서 이하의 분석은 OECD 국가를 중심으로 하며 총 병원, 공공 병원 데이터를 비교에 활용하였다.

OECD 국가의 공공 병원 수와 대응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병원 수는 3,924개(94.3%)이고,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수는 224개(5.7%)로 공공의료기관 수가 압도적으로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수가 감염병 대응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국가 재난적 감염병 상황에서는 민간병원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통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OECD에서 제공하고 있는 OECD 국가의 인구 백만 명당 누적확진자 수, 전체 병원 수 및 공공의료기관 수를 확진자가 50명 이상이 된 시점부터 30일째가 되었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시각화한 것이다. 누적확진자수와 전체 병원 수의 상관관계 계수는 –0.33으로 유의수준 10% 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의 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공공의료기관 자체보다는 민간병원을 포함한, 전체 병원 수가 중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확진자 및 공공의료기관 비중 추세

다음으로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여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주장이 있다.6)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 또는 민간의료기관 비중이 90% 이상인 국가들의 누적확진자 추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이슬란드(100%), 영국(100%), 캐나다(99%), 슬로베니아(90%)는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이고, 스위스(100%), 네덜란드(100%), 한국(94%)은 민간의료기관 비중이 높은 국가에 해당한다. 하지만 해당 국가들의 누적확진자 추세를 보면 민간 또는 공공의료 여부가 초기대응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 아래 그림은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 90%를 넘는 국가들의 누적확진자 50명 이후 일수에 따른 인구 백만 명당 누적확진자 추세를 보여준다.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높은 아이슬란드의 경우 초기대응에 실패하여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슬로베니아와 캐나다는 코로나19 초기에 갑작스러운 증가가 작고, 비교적 빠르게 안정 추세가 시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민간의료기관의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 신천지 대구교회발 사태가 있었음에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볼 때 그 증가가 매우 작은 편이고, 오히려 스위스, 네덜란드는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공공의료기관의 많고 적음이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초기대응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민간 기업과 각종 공공기관들이 자신들의 시설들을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의료시설의 부족을 극복해 나간 한국의 경험은 공공의료기관 설립 자체가 유일한 해결책만도 아님을 시사한다.

지역별 확진자 및 음압격리병상 수

공공보건의료기관 확충 논의에서 중요 논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음압격리병상 수이다. 음압격리병실은 초기 투자비용과 시설・관리비용이 큰 반면, 전염병 미발생시 이용률 저하로 인한 수익감소 문제로 인해 민간병원에서 음압격리병실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거나 설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임송식, 2020). 따라서 공공보건의료기관을 늘려 음압격리병상을 강제적으로 증가시키겠다는 것이 공공보건의료기관 확충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음압격리병상이 가장 많이 필요했던 시기는 신규확진자 수가 813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2월 29일이라 할 수 있다. 일별 가용 음압격리병상 수 데이터 또는 지역별 격리 환자 수 데이터의 부재로 정확한 분석에 한계가 있지만, 입원 치료자의 평균 입원 기간이 20.7일인 것을 고려할 때 신규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2월 29일 기준으로 누적확진자 수와 음압격리병상 수를 비교하는 것은 유의미한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분석에 사용된 2019년 기준 지역별 음압격리병상 수는 총 병상 수가 1,027개이나 2월 23일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체 음압격리병상 수는 1,077개로 지역별 데이터와 약간의 차이가 있으며,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병으로 사용 중인 음압격리병상 수는 파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분석 결과 해석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음압격리병상 수는 서울(383개), 경기(143개), 부산(90개), 경남(71개), 인천과 대구(54개), 그 외 지역은 50개 미만으로 서울, 경기에 전체의 51.6%가 집중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가 된 대구와 경북의 경우, 대구 지역은 2월 18일 확진자 1명을 시작으로, 10일 만에 2,236명의 확진자 수를 기록했고, 경북은 2월 18일 확진자 0명에서 2월 29일 488명의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대구, 경북지역의 확진자 수만 해도 약 2,7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국의 음압격리병상 수보다 2배 이상의 병상 수가 필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과 관련된 상황에서만 많은 수의 음압격리병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위해 구축비용만 1인실당 2억 원, 월 운영비용 3천만 원이 소요되는 음압격리병상을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통해 확보하고 대응하겠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 단계에는 무증상자나 경증환자가 많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환자 증가에 따른 병원 서비스의 과부화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제기된 것이 3월 2일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생활치료센터다. 이 정책은 현장 의견을 받아 중앙정부가 실시하였지만, 시설물의 제공은 삼성, LG, 한화 등의 기업 연수원, 대학교의 기숙사, 천주교 복지시설, 대한축구협회 등 민간에서 유휴시설을 제공함으로써 집행할 수 있었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의 확충이나 특정 의료설비를 확충하는 것은 전염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은 명확하다. 하지만 정책은 제한된 사회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그 효과성을 당연히 검토해야 한다. 생활치료센터와 같이 긴급하게 사회의 자원과 전문인력을 동원하여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방법도 병원을 설립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일 수 있다. 즉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네트워크 거버넌스 관점에서 민간과 협력을 통해 부족한 의료시설의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지, 국가가 더 많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을 확충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