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정치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의 "다양성+아시아 사업"

다양성+아시아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가 발간하는 웹진의 이름입니다. 아시아 국가가 직면한 이슈, 역사, 사회, 종교, 문화, 정치, 경제적 맥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새로운 관점에서의 분석을 도모합니다. 다양성+아시아는 아시아지역정보센터(Aric)와 협력하여 “데이터로 보는 아시아”를 기획하였습니다. 아시아지역정보센터는 10호 (2020년 9월) 발간에 참여하여 아시아의 정치를 분석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분석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아시아 정치 개요

(게시일: 2020년 9월)

1) 아시아 민주체제 및 유지기간

변수 설명

Center for Systemic Peace에서는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 권위주의 수준 등 민주체제 점수(combined polity score)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정치체제 유지기간, 체제 변동 등 다양한 정치체제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사용된 변수는 민주체제 점수, 정치체제 유지기간, 구매력평가지수(PPP)를 고려한 2010년 기준 1인당 GDP이다. 민주체제 점수(Combined Polity Score)는, 민주주의 점수(0점 ~ 10점)에서 권위주의 점수(0점 ~ 10점)를 차감한 값이다. 따라서, 민주체제 점수는 –10점부터 10점의 값을 가지며, 10점에 가까울수록 민주주의 체제가 성숙된 것을 의미한다.

정치체제 유지기간은 정권교체 이후 몇 년이 유지되었는가를 의미한다. 본 자료에서 정권교체란, 민주체제점수가 3년 이내에 3점 이상 변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1987년이 정권 교체시기이며, 1988년을 0년으로, 체제유지기간의 시작점이 된다(1987년 이전 민주체제점수는 –5, 이후는 6점이며, 김대중 정부 1998년 때 8점으로 향상된 후 계속 8점을 유지하고 있음). 본 분석에서 사용된 국가는 이집트를 포함해 46개국이며, 브루나이와 내전상황인 예맨은 결측값으로 분류되었다.

구매력평가지수는 한 나라의 화폐가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한 구매력을 가져야 한다는 가정하에 구해지는 통화교환비율이다. 즉, 구매력평가지수를 반영하여 구해진 1인당 GDP는 한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이 속한 국가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동일한 구매력을 갖게 된다. 따라서 구매력평가지수를 반영한 1인당 GDP는 국가비교연구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본 분석에서 사용된 1인당 GDP는 Penn World Table V9.1의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아래 그림에서 버블 크기가 클수록 높은 1인당 GDP를 의미한다.

2) 민주체제의 다양성

민주체제점수를 GIS 시각화 기법으로 표현한 지도는 아래 그림과 같다. 신권주의 또는 전제주의가 팽배한 서아시아에서도 레바논, 이스라엘, 조지아, 아르메니아, 이라크에서 민주주의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남아시아의 인도, 동남아시아의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아시아의 몽골, 한국, 일본이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체제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아세안 국가 중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 적지 않은 국가의 민주체제 점수는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및 서아시아 국가의 경우에는 민주체제 점수가 전반적으로 낮아 인도,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 중국을 축으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와 구분되는 지역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3) 잘사는 나라일수록 민주적인가?

분석에 사용된 아시아 국가 수는 46개국이며, 이 중 26개국이 0점 미만, 20개국이 0점 이상이다. 19개국이 정권유지기간이 20년 미만이며, 20년 이상인 국가 중 민주주의 국가는 9개국, 권위주의 국가는 17개국이다. 지리적 분포로 볼 때 서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에 권위주의 국가가 주로 분포하고 있으나, 동아시아의 중국과 북한,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상당 수 국가들이 권위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민주체제점수와 경제력을 고려하여 볼 때, 두 변수간의 상관계수는 -0.00005로 상관관계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본, 한국, 대만, 이스라엘 등이,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등 산유국이 높은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대통령제가 가장 보편적인 정부형태인가?

Database for Political Institution(DPI)은 헌법에 명시된 정부형태, 행정수반 및 국회 특징 등 정치 권력기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배포하고 있다. 본 분석에서 사용된 변수는 정치제도 유형으로, 헌법에 명시되어있는 정부형태를 나타낸다. 아시아의 정부형태 분포는 대통령 직선제가 29개국, 대통령 간선제가 6개국, 의원내각제가 11개국으로, 아시아의 보편적인 정부형태는 대통령제이며, 특히 대통령 직선제가 보편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이사항으로, 한국,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스탄 등 대통령직선제와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로 구성된 변형된 대통령제도 있지만, 아래 유형에서는 대통령 직선제로 분류되었으며, 터키는 대통령 직선제와 의원내각제를 병행하고 있으나 의원내각제로 분류되었다. 또한, 대통령 간선제 국가 6개국 중 사회주의 정치이념을 채택하고 있는 중국, 북한, 베트남, 라오스 모두가 포함되어있어 사회주의 국가 특징이 사회주의 1당 독재체제를 기반으로 한 간선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5) 아시아의 독재체제는 지속되고 있는가?

아래 그림에서는 민주체제 점수와 개별 국가의 행정수반 수행기간 연수를 확인할 수 있다. 행정수반 수행기간 연수는 2020년 기준으로, 현직 행정수반이 취임한 후 몇 년간 직무를 수행했는지를 보여주며, 해당 자료는 개별 국가 웹사이트, 뉴스 등을 수집하여 데이터를 구축했다. 취임 시점 연도에 6개월 이상 행정수반직을 수행했다면 1년, 아니라면 0년을 부여했으며, 연임한 경우 이전 임기의 기간을 포함한다. 본 분석에서도 내전상황인 예맨은 제외하였으며, 이집트가 포함된 46개국을 분석대상으로 활용했다. 전반적으로 민주체제 점수가 낮을수록 행정수반 수행기간이 높으며, 민주체제 점수가 높은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모두 10년 미만에 분포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의 평균 행정수반 수행기간을 보면, 권위주의 국가는 12.9년, 민주주의 국가는 3.8년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분석에서 확실한 것은 정치 체제의 점수가 높은 나라들이 행정수반의 재임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행정수반 재임기간이 10년 미만이면서도 민주체제 점수가 낮은 국가 중 북한, 중국, 태국, 라오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공산주의 혹은 신정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수반이 바뀌더라도 동일 집단에 의한 권력은 유지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행정수반의 권력이 오래 지속될수록 민주 정치체제의 가능성은 낮을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2. 아시아의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있는가?

1) 민주체제점수 추세

아시아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민주체제점수를 대륙별로 단순 평균값을 구하여 비교했으며, 그 결과는 다음의 그림과 같다. 1980년부터 현재까지, 대륙별 개별 국가의 민주체제점수 평균을 확인해본 결과 아프리카, 아시아에 비해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민주체제 점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는 1980년대에 민주주의의 성장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이후 아프리카보다도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이고 있어 아시아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는 인식이 나름 타당할 수 있다.

2) 민주체제점수 아시아 추세

하지만 아시아 모든 국가 또는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이다. 위 그림을 보면 2014년 이후 아시아의 민주주의 성장 추세가 4년간 정체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나, 아시아 지역별 증가추세를 살펴본 결과, 지역별로 서로 다른 추세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시아는 일본(10), 몽골(10), 한국(8), 중국(-7), 북한(-10)으로 현 상태를 약 20년간 유지하고 있다. 그 외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 중앙아시아는 최근 4년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지난 30~40년 동안 민주체제점수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고려할 때 아시아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3. 아시아의 정치이념은 얼마나 다양한가?

1) 정치이념

정치이념의 경우 따로 데이터가 구축되어있지 않아, 개별 국가 웹사이트, 최근 정치 동향에 관련된 뉴스, 위키피디아 등을 참조하여 아시아의 정치이념 분포 데이터를 구축했다. 권위주의 국가는 민주주의를 표방했더라도 장기집권이거나 선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국가 또는 신정주의에 해당하지 않는 왕권국가가 해당된다. 사회주의의 경우 민주적 선거가 없고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를, 전환기(민주주의 성향) 국가는 독재정권에서 문민정부로 이전하였으나, 이후 다음 선거가 도래하지 않은 국가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문민정부 이전 후 선거가 적어도 1회 이상 민주적으로 진행된 국가를, 신정주의는 행정수반 또는 권력기관이 종교에 의해 결정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2) 정치이념 분포

먼저 민주주의로 분류되었지만, 유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국가는 파키스탄, 네팔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민주주의로 분류되었지만 군부의 영향력이 매우 강한 나라로, 선거에 표면적으로 출마 또는 쿠데타 등의 개입을 하지 않지만, 정치적인 선거 개입을 강하게 펼치고 있는 국가이다. 네팔은 민주주의 국가로는 이례적으로 상당수 정당이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2017년 총선에서 승리한 마르크스주의 공산당이, 2018년 마오주의 공산당과 합당하여 네팔 공산당이라는 이름으로 집권 여당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는 민주적 선거가 없고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로 본 분석에서 사회주의로 국가로 분류된 중국, 북한, 베트남, 라오스 모두 사회주의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신정주의 국가는 정교일치 또는 권력기관으로 종교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 오만 등이 해당되며, 사실상의 제정일치 국가이다. 권위주의 국가는 사회주의 또는 신정주의 국가 외에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다. 이 중에는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선거개입 및 야권탄압 등 비민주적 선거를 통한 집권 연장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왕정국가이며, 터키,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태국 등이 왕정국가가 아닌 독재 국가에 해당한다. 이중 터키, 방글라데시는 선거를 통해 각각 대통령과 총리가 3선을 했지만, 야당 탄압 등 비민주적 선거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고 장기집권인 것을 고려하여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했다.

민주주의 성향의 전환기를 겪고 있는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아르메니아, 동티모르, 우즈베키스탄으로, 모두 최근 독재자가 사망하거나 내전에서 벗어나서, 제1차 문민정부가 집권하거나 민주적 선거를 앞둔 국가들이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들의 정치이념 향방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예맨은 현재 다국가가 참전한 내전상황으로, 특정 정치이념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4. 거버넌스와 민주주의

1) 민주주의와 거버넌스의 질은 동일한 의미인가?

민주주의가 정치체제의 모범답안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민주주의 체제가 설립되었다고 국가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권위주의 체제라고 해서 국가의 질이 낮아진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민주체제 점수가 –8점 이하 또는 8점 이상인 국가 즉,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수준이 높은 국가들을 분석대상으로 하여 세계은행에서 발표하고 있는 거버넌스 지표(WGI) 수준의 분포를 살펴보고자 한다. WGI는 총 6개로 (1)시민의 참여와 책임성, (2)정치적 안정성과 무폭력, (3) 정부 효과성, (4) 규제의 질, (5) 법치주의, (6) 부패와 통제 지표가 있으며, 세계은행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다. 개별 지표는 해당 연도를 기준으로 표준정규분포로 점수를 환산했으며, -2.5점에서 2.5점의 값을 가진다.

아래 그림은 분석대상 국가들의 점수를 막대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며, 빨간색은 민주체제점수 –8점 이하, 파란색은 8점 이상인 국가를 의미한다. 시민의 참여와 책임성은 해당 국가의 시민이 자신의 정부를 선택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정도와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인식을 포착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 해당 지표는 민주체제 점수와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데, 이는 ‘민주체제 점수’와 ‘시민의 참여와 책임성’ 모두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자유’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민의 참여와 책임성과 다르게 다른 5개의 거버넌스 지표는 최고점과 최저점의 경우 민주주의 국가가 최고점, 권위주의 국가가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간 수준의 분포는 시민의 참여와 책임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작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 수준이 무조건적으로 거버넌스의 질과 연계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2) 민주주의 성장은 여성의 정치참여를 향상시키는가?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신정주의, 권위주의 등에 비해 여성의 정치참여가 많을 것이라는 인식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V-DEM에서 제공하고 있는 하원 여성 입법가 비율 지표를 활용했다. 양원제가 아닌 경우 단원제 국회가 하원에 해당한다. 아래 지역별 분포를 보면 민주체제 점수, 정치형태나 이념과 상관없이 여성의 정치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체제점수와 여성입법가 비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본 결과 상관계수는 0.15로 매우 낮았고 p-value가 0.3172로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지 않았다. 아시아의 경우 여성의 국회의원 비율이 30% 넘어가는 국가는 대만(10점), 동티모르(8점), 네팔(7점) 3개국으로 민주주의 발전 수준이 높은 국가들만 포함되지만, 30% 미만의 경우 민주주의 발전과 상관없이 분포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