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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야기가 핵심에 가까워졌다. 나는 엉겁결에 침을 삼켰다.

“우리가 만난 지 반년쯤 지났을 때였나…. 난 임신했다는 걸 알았어. 물론 상대는 신고가 아니라 그때 만나던 애인이었지. 나처럼 연예계에 있는 사람이었는데，타이밍이 좋지 않았어. 그 사람 은 내가 임신한 걸 알기 바로 전에 해외에서 제의를 받아 일본을 떠나 있었거든. 그때 우리는 헤어진 상태였고…. 결국 그 사람은 자기한테 미우라는 딸이 있는 걸 모르고 있단다.”

“아…!”

“그 사람은 지금도 매우 유명한 사람이거든.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어. 모델 일도 계속 하고 싶었고. 그렇지만 임신한 사실은 신고와 유리에게 금방 들켜 버렸어. 그리고 두 사람한테서 불벼락이 떨어졌지. 진심으로 화를 냈단다. 하지만 덕분에 난 미우를 낳을 결심이 생겼어.”

그리고 그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미소로 사샤 씨가 자신의 배를 만졌다.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협력해 주었단다. 신고가 매니저한테는 자기가 이야기하겠다고 했는데, 마지막에는… 호호，내 매니저와 결투까지 하게 될 뻔 했지.”

결투라는 말에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광경이 있었다. 나는 무심코 그만 묻고 말았다.

“…혹시 구두주걱으로?”,

"아니. 내 양산으로. 테두리에 장식으로 프릴이 달려 있던 거라서 얼마나 우스꽝스럽던지…. 아아，안 되겠디.. 떠올리니까 웃음 이 나오네.”

그건 웃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신고 매형다웠다.

"당시의 매니저가 신고를 미우의 아빠라고 착각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 주었단다. 우리는 친구…인 것 치고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났거든. 그래서 친구 이상의 뭔가가 있는 줄 알고… 하지만 우리는 그때 정말로 친구였어.”

그러나 사샤가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사실은 이미 스캔들이 되어 있었다. 일은 격감했고 잡지와 텔레비전에 쫓겨 뱃속의 아이한테까지 위험이 미칠 뻔했다고 한다.

매니저가 뱃속의 아이의 아버지를 신고 매형으로 착각하고 있다면, 차라리 그것을 기정사실로 만들자는 말을 꺼낸 것도 매형이었다고 한다.

소라의 엄마인 첫 번째 부인을 잃고 몇 년이 지난 신고 매형이 ‘내가 네 뱃속에 든 아이의 아빠가 되고, 네가 우리 소라의 엄마가 되는 거야. 그리고 넷이서 새로운 가족이 되지 않겠니?’ 라고 말했다고 한다.

모델 일은 신고와의 결혼과 동시에 은퇴했지. 모델 일을 계속 하는 것보다 소라와 미우의 곁에서 단 하나뿐인 엄마’ 로 사는 게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조국에 부모님과 가족을 두고 온 사샤 씨는 일본에서 번 돈으로 가족의 생활비를 대주고 있었다. 결혼한 뒤에는 그것도 신고 매형이 돌봐 주게 되었다는 점도 모델을 은퇴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사샤 씨가 덧붙였다.

“소라와 미우와 신고와 넷이서 함께 살았던 3년간은 내게 최고의 시간이었단다.”

그렇지만… 하고, 사샤 씨가 말을 잇고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사샤 씨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미우가 세 살이 되기 전에 조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아버지가 거기에 말려들었고 어머니는 외톨이가 되었다. 참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샤 씨 혼자서 귀국하는 것만도 고작이었다고 한다.

“미우와 떨어지는 건 힘들었어. 소라와도 신고와도 해어지고 싶지 않았고. 하지만 어머니를 내버려 둘 수도 없었지. 그리고 나 혼자 돌아가기에도 위험한 나라에 아직 세 살도 안 된 미우를 어떻게 데려갈 수 있었겠니?”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당시를 떠올렸는지，사샤 씨의 눈동자에 희미하게 눈물이 어렸다.

“그때는 그쪽에서 일본으로 국제전화를 거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였어.”

사샤 씨가 추억에 잠기듯 눈을 감았다.

사사는 가까스로 일본으로 연결된 수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