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산이라면 어디가 손꼽힐까?

외국의 이름난 큰 도시들의 경우 주로 평야지대에 위치하여 둘러봐도 제대로 된 산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에 비해 서울엔 상대적으로 산이 참 많다. (여담으로, University of Arizona에 보름 정도 방문할 일이 있었다. 대학이 위치한 Tucson이란 도시에도 눈에 띄는 산이 사실상 없었다. 현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A” Mountain이란 닉네임의 산이 하나 있었을 뿐이었는데, 우리로 치면 마을의 작은 뒷동산 같은 느낌이었다. 산이라 할 만한 지형이 오죽이나 없었으면 저런 작은 동산에도 “A” Mountain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싶었다. 한편, 바다 보다는 산을 훨씬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른 도시가 아닌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유학을 하였던 것이 큰 행운이었다. 다행히도 다른 도시들과 달리 호놀룰루를 비롯하여 하와이 곳곳에는 멋드러진 산들이 넘쳐났고, 나는 유학하는 동안 그런 산들을 바다 이상으로 많이 찾았다. 대학 소재지인 작은 섬 오하우의 등반코스 100곳을 소개하는 책자도 늘 내 손 안에 쥐어져 있었다. 하와이를 두고 왠 산타령인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하와이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다가 아닌 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산이 세월의 무게에 눌려 부드러운 능선의 동글동글한 모양새를 가지게 되었다면 하와이의 산은 젊고 웅장하며 성난 살쾡이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생채기를 낸 듯 계곡은 깊고 날카롭다. 스필버그의 역작 쥬라기공원 1편은 물론, 킹콩, 고질라 등 많은 영화작품들이 태곳적 신비를 담은 하와이의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험준한 산세로 인해 사고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나 역시 길을 잃고 몇 시간 동안이나 산속을 헤맸던 경험이 있다. 어디로든 쭉 내려가면 바다와 만날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러다 정말 큰 일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무척 두려웠다.) 관악산은 대학 시절 학교 바로 뒤편에 위치하여 심적으로 늘 가까운 산이었고 실제로도 열 몇 번은 올랐을 것이다. 북한산은 전국 22개 국립공원 중의 하나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산이다. 서울에 있는 산 중 높이가 가장 높고(해발 837m) 험하며,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등의 봉우리가 유명하다. 산이 무섭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던 시절, 눈발 날리는 북한산에 뭐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고 올랐다가 낭패를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도봉산은 북한산과 더불어 국립공원으로 포함된 아름다운 산이다. 바위산이라서 암벽등반의 성지라 할 수 있으며, 그래서인지 전국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빈번한 산이라고도 들었다. 군 복무 시절 자주 찾았던 수락산도 참 아름답다. 그 시절엔 하산하며 막걸리 한 잔 하는 재미가 특히 좋았다. 그 외에도 청계산, 아차산, 인왕산, 개운산, 응봉산, 북악산, 구룡산, 대모산 등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산 이름만 해도 꽤나 많다. 그 중 일반인들에게 서울하면 어떤 산이 가장 먼저 떠올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