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의 상당 부분이 비유적인 표현들이고, 그 중 환유가 단단히 한 몫을 한다.
앞 차가 우회전을 하려나봐.
(앞에 있는 차는 우회전을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없다. 앞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졸업앨범에 철수가 없네?
(철수는 졸업앨범에 애당초 존재할 수가 없다. 철수의 이름이나 철수의 사진이라면 모를까)
다저스가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 드디어 우승을 했어!
(애초 다저스가 우승을 할 수는 없다. 다저스의 선수들이 우승을 했다면 모를까)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어떻게 발표를 할 수 있겠는가. 정부의 담당 기관에서 근무하는 책임 있는 그 어떤 사람이 발표를 했다면 모를까)
차를 닦았어.
(차를 어디까지 닦아야 “차를 닦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상식적인 경우 차의 표면을 말하는 것이어서, 차를 분해하여 안팎을 남김없이 닦은 경우에만 쓰는 말은 아닐 것이다. 전체로 부분을 가리켜 말하게 되는 제유의 예시이다)
화장실 좀 잠시 쓸 수 있을까요?
(걱정하지 마시라. 화장실의 전 공간을 구석구석 사용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기껏해야 세면대, 혹은 변기에서 볼 일을 보겠다는 뜻이다. 역시 제유의 예시라 하겠다)
딸린 입이 많아요.
(“입”이 많다는 것은 부양할 가족이 많다는 뜻이다. 부분으로 전체를 가리켜 말하게 되는, 역시 제유의 예시이다. 흥미로운 점으로 한집에 사는 가족을 이르는 또 다른 말인 “식구(食口)”라는 표현도 “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에서는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의 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되는 모양이다.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는 제비 부모와 둥지에서 부모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새끼들을 본 적이 있는가. 부모 제비의 눈에는 새끼들의 샛노란 주둥이들만이 눈에 가득 들어올 뿐이리라)
청와대가 중대 발표를 하였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저이다. 대통령이 머무는 청와대라는 장소가 무슨 발표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의 입을 빌어 대변인이 발표를 했다면 또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