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대개의 문화에서 금기시되는 주제이다. 죽음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심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세상을 살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인가. 죽음은 그저 모든 것의 종결만을 의미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어딘지 모를 또 다른 세상으로의 이행을 의미한다는 말인가. 그에 대한 답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우리말 표현에 “돌아가시다”는 말은 죽음에 대한 화자의 공포심을 잘 드러낸다. 삶을 다하여 육신은 없어질지언정 우리의 정신은 어디론가 “돌아가야 할 것”이라는 믿음과 바람이 배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돌아가다”라는 말에는 “죽다”라는 뜻이 없다는 사실이다. “돌아가시다”와 같이 높여 말하였을 때 비로소 “죽다”라는 뜻이 살아난다.
망자에게는 이렇듯 높여 이르는 말들이 어울린다. 임금의 죽음에 대해서는 “등하,” “붕어,” “승하,” “조락,” “천붕,” “척방” 등의 말로 높여 일렀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살아생전 그의 권세와 유명세의 정도에 따라 “서거,” “타계,” “별세,” “연세,” “작고,” “소천,” “사세,” “운명”과 같은 말로 그의 죽음을 이른다. 지탄의 대상이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웬만하면)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문화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죽음에 대해 “die”라는 표현만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expire,” “decease,” “perish,” “pass away,” “go west,” “peg out,” “snuff out,” “depart this life,” “go to sleep,” “go to one’s long rest,” “go to one’s final rest,” “breathe one’s last,” “leave this world,” “bite the dust,” “kick the bucket,” “give up the ghost,” “go to their Great Reward” 등 수없이 많은 표현들을 통해 상황에 적절하게 돌려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