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2,500만 명쯤 되는 나라인 호주는 그 자체가 거대한 대륙이다. 내가 만난 여행 가이드는 시드니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4시간을 날아가도 여전히 호주 영토라며 세 번이나 같은 말을 강조하듯 반복했었는데, 그렇게 여러 번을 들어서였는지 지금도 그 말이 기억에 남았다. 땅덩어리가 넓어서인지 호주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무려 250개가 넘는다. 그 중의 하나가 왈비리어(Walbiri)인데, 이는 호주 북중부에 살고 있는 대략 5,000명 정도의 원주민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언어이다.
왈비리어에서는 다음의 다섯 개 문장 모두가 동일한 의미를 전달한다. 그 뜻은 “The two dogs now see several kangaroos(그 두 마리의 강아지가 지금 여러 마리의 캥거루를 보고 있다)”이다.
Dogs two now see kangaroos several.
See now dogs two kangaroos several.
See now kangaroos several dogs two.
Kangaroos several now dogs two see.
Kangaroos several now see dogs two.
이러한 사실을 설명하면 학생들은 대부분 혼란스럽다고 반응한다. 영어에서는 “The two dogs now see several kangaroos”와 같이 깔끔하게(?) 말하는 것을 저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그 사실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냐며 되묻기도 한다. 호주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라고 덧붙이면 혼란스러움의 원인을 해당 원주민의 미개함(?)에서 찾으려하는 학생들도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