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볼 때마다 저 커다란 덩치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신기하기만 하다. 양력과 항력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설명들은 나로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똑똑한 척하기 위해 하는 말일 뿐이다. 내 눈을 가득 채우는 육중한 체구가 사람과 화물을 가득 싣고 날아오를 때면 전율만이 느껴질 따름이다.

어릴 적엔 비행기를 동경하는 마음에 커다란 우산을 펼쳐들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곤 했다. 그저 한두 번 폴짝 뛰어내리고 말았던 것이 아니라, 한 번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수십 아니 수백 번을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놀았다. 난생 처음 비행기를 실제로 타게 되었던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비행기 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친구들은 수학여행을 앞두고 비행기를 화제로 몇 날 며칠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기저기에서 비행기가 나는 원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기내에서는 어찌어찌해야 한다는 식의 사실상 근본 없는 비행기 여행 예절에 대한 훈계가 오갔다. 정작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하던 날, 예상과는 달리 기내 안에는 적막만이 가득하였다. 긴장감에 온 정신이 사로잡힌 영락없는 촌놈들의 모습이었다. 얼마나 긴장을 하였던지 친구 하나는 심각한 멀미 증상으로 그 짧은 여정 내내 사경을 헤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