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측면의 의미들에 대해 궁금해 한다. 어떻게 하여 우리가 이 세상에 오게 되었는지, 죽음을 맞게 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무엇이 도덕적인 행위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등. 언어 철학자들은 언어에 대해 궁금해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그들은 매우 알고 싶어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의 의미를 알고자 하는 시도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져 왔다. 그 결과 꽤나 그럴듯한 다양한 이론들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강아지”라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만한 네 가지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앞서 “강아지가 뭐야?”라는 질문에 대한 그럴듯한 답변으로 제시한 네 가지의 응답들이 각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
⓵ “푸들이 강아지야”
“강아지”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있어 전형(prototype)을 동원하는 방식이다. “강아지”라는 범주(category)에는 다양한 강아지의 종류들이 포진한다. 그 중앙에는 전형성(protytypicality)이 높은 강아지가, 주변에는 전형성이 낮은 강아지가 위치한다. 전형성이 높은 강아지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개인 화자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푸들이 강아지야”라고 말한다면, 말하는 이에게 강아지하면 푸들이 먼저 떠올려진다는 뜻이다. 즉, “강아지”의 범주에서 푸들이 전형성이 가장 높은 멤버가 된다는 뜻이다. “푸들이 강아지야”와 같이 말하는 것은 그 적용 범위가 넓어 화자 간 상호 소통의 가능성이 높겠지만, “슬로벤스키 쿠바크(Slovensky Cuvac)가 강아지야”와 같은 말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⓶ (지나가는 강아지를 가리키며) “저게 강아지야.”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강아지를 지시함으로써 “강아지”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눈에 들어오는 강아지를 가리켜 보여주면 듣는 이는 “강아지”의 의미를 오감을 통해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직접 지시하여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를 지시 이론(Reference Theory)이라고 한다. 참고로, 그림 사전의 경우 단어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그림 자료가 덧붙여지곤 하는데, 예를 들어 “강아지”의 의미를 설명함에 있어 강아지의 그림 하나가 더불어 제시되고 있다면 그것은 “강아지”에 대한 지시(reference)가 이루어진 사례가 된다.
⓷ “털이 복슬복슬하고 사람을 보면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것이 강아지야.”
이는 강아지에 대한 고정관념(stereotype)에 기대어 설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 세상에는 털이 짧아 “복슬복슬”과는 거리가 먼 치와와와 같은 단모견도 있고, 사람만 보면 꼬리를 두 다리 사이로 감추며 으르렁거리는 사나운 강아지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고정관념은 일반인의 보편적인 경험에서 상대적으로 보다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일 뿐 세상 모든 강아지에 대해 예외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다.
⓸ 강아지의 첫 번째 뜻은 “개의 새끼”이고, 두 번째 뜻은 “주로 어린 자식이나 손주를 귀엽게 이르는 말”이야.
사전적 의미(dictionary meaning)을 동원하여 의미를 설명해 볼 수도 있다. 사전을 찾으면 우리가 쓰는 말들의 발음이며, 의미, 용례들이 제시되어 있다. 그에 근거하여 화제가 되고 있고 있는 말의 의미에 대해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