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주화(categorization)는 개별 사례들이 공유하는 공통적인 특징을 포착하여 그것들을 하나의 틀로 묶어 이해하는 과정을 이른다. 따라서 어느 한 범주에는 동일한 성질을 가진 부류나 범위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새”라는 범주에는 까치와 참새를 비롯하여 기러기와 갈매기, 그리고 펭귄과 타조가 포함된다. 까치, 참새, 기러기, 갈매기, 펭귄, 타조는 동일한 성질을 공유하여 “새” 범주의 멤버십을 부여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지는 것이다. 이때 “새”의 해당 사례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특징은 무엇인가?
⓵ 날 수 있다.
⓶ 날개가 있다.
⓷ 부리가 있다.
⓸ 다리가 두 개다.
우선 네 개의 선지 중에 ⓵번은 오답이다. 열거한 사례들 중 펭귄과 타조는 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나머지 ⓶, ⓷, ⓸는 모두 정답이어서, 열거한 사례들은 모두 날개와 부리, 그리고 다리를 두 개 가진다는 속성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⓶, ⓷, ⓸는 모두 등가의 가치를 가질까?
이에 대한 답변은 “그렇지 않다”이어서, “새”라는 범주를 이해하는데 있어 어느 하나의 속성이 다른 두 가지의 속성에 비해 더욱 유의미한 기여를 하게 된다. 그것이 무엇일까?
먼저 “날개가 있다”는 “새” 범주를 이해하는데 있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날개가 있지만 새라고 말할 수 없는 비행기가 우리의 배경지식으로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날개가 있지만 새가 아닌 잠자리, 파리, 나방 등의 곤충류도 고려해야 할 일이다.
다음으로 “다리가 두 개”라는 것도 “새” 범주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는 바가 그다지 크지 않다. 당장 인간만 해도 다리가 두 개이지만 새가 될 수는 없다. 안경도 다리가 있는데, 안경다리가 두 개이니 “안경은 새이다”와 같은 명제를 성립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부리가 있다”는 “새”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유의미한 속성이다. 부리가 있는 것 중에 새가 아닌 것을 찾아보기 쉽지 않으며, 모든 새가 공통적으로 부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라는 범주를 이해함에 있어 “부리가 있다”는 신뢰도(reliability)가 가장 높은 단서(cue)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