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말에서는 “어디 가나?”와 “어디 가노?”의 의미가 서로 다르고 그 분포가 상보적(즉, 배타적)이다. 나는 이것이 사람들 사이에 지극히 널리 알려진 내용일 것이라 생각해 왔는데, 그렇지만도 않을 수 있겠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부산대에서 박사까지 마치신 우리 대학의 교수님 한 분과, 김해가 고향이신 인제대학교의 교수님 한 분, 즉 뼛속까지 경상도의 피가 흐를법한 두 선생님들께서 처음 듣는 말이라며 신기해 하셨기 때문이다.
“어디 가나?”는 yes/no 의문문으로서 그에 대한 답은 “예” 혹은 “아니요”가 되어야 옳다. 이에 비해 “어디 가노?”는 wh-의문문이어서 가고 있는 목적지를 응답으로 제시해야 옳다. “어디 가나?”에 대해 “부산역이요”와 같이 답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디 가노?”에 대해 “네”와 같이 답할 수는 없다. “뭐 먹나?”와 “뭐 먹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빵 먹나?”는 가능한 말이지만, “빵 먹노?”는 할 수 없는 말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경상도말이 매우 정확하다고 말한다. 종결 어미 하나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의문문의 형태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란다.
물론 예를 들어 서울말에서는 얼핏 이와 같은 차이가 도드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경우나, 가고 있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묻는 경우나 “어디 가니?”와 같이 동일하게 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되는 사실이 있어 보인다. 그것은, 비록 서울말에서의 “어디 가니?”에 두 가지의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겠으나, 각각의 경우에 “어디 가니?”의 억양이 서로 다르게 구현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yes/no 의문문에서는 뒤쪽으로 갈수록 억양이 높아지게 되는 반면, wh-의문문의 경우 “어디” 부분의 억양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구현되게 된다.
경상도말의 “어디 가나?”와 “어디 가노?”도 마찬가지여서, 적절한 억양과 함께 구현되어야만 각각의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게 된다.
사투리는 그 특징이 어휘에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확한 사투리 사용을 위해서는 말의 억양까지를 제대로 구현해야만 한다. 어떤 사투리를 제대로 흉내 낸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