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즉 공동체에는 그 나름대로의 정해진 관습이 있다. 이를 전문용어를 동원하자면 “Practice of the community”라고 이르며, 그렇듯 특정 관습을 비롯하여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집단을 일컬어 “A community of practice”라고 말한다.
학교의 교실 역시 하나의 커뮤니티이다. 교실을 구성하는 성원들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며 정해진 관습과 규율을 따른다. 그 중의 하나가 출석을 부르는 행위이다.
내가 강의실에서 출석을 부르는 방식은 다소 특이하다. 이것이 특이한 방식이라는 것을 애초 깨닫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느 학생 하나가 그렇게 말해 주어서 알았다.
난 “홍길동,” “홍길순,” “홍길수”와 같이 호명하는 대신, “길동이,” “길순이,” “길수”와 같이 학생들의 이름을 부른다.
우리는 아주 빈번히 우리가 하는 행위들을 미처 의식하지 못한다. 그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일이 벌어지고 난 연후에나 그에 대해 의식하고, 경우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내가 출석을 부르는 행위가 그러했다. 내가 출석을 부르는 방식을 그를 지적해 주는 학생을 통해서야 비로소 의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호명 행위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