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참을성이 예전만하지 못해서인지, 요즘 들어 러닝 타임이 긴 영화가 드문 것 같다. 개봉한 지 20년을 이미 훌쩍 넘긴 “타이타닉(1997)”이나 1984년의 원작을 재개봉하였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2015)”와 같이 3시간 혹은 4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영화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러닝 타임이 긴 영화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시간을 이겨내는 걸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이다. 그 역시 무려 4시간 가까이에 이르는 러닝 타임을 자랑한다.
사실 영화의 러닝 타임을 이야기하려던 참은 아니었다. 러닝 타임을 구실로 어쩌다 언급하게 된 세 영화의 제목이 흥미롭게 다가왔을 뿐.
1912년 빙산과의 충돌 사고로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타이타닉”의 원작은 “Titanic”이며, 갱스터 영화의 최고봉이라 감히 말하고 싶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원작은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이다. 두 영화의 제목은 원작의 제목을 번역차용하지 않고 음차(혹은 음역차용)하였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물론 서로 간 차이점도 있어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는 달리 “타이타닉”은 고유명사 Titanic을 음차한 것인데, 가만 보면 원어를 번역차용할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타이타닉호의 침몰 사고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들, 혹은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타이타닉”이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이든 우리말 제목만 놓고 보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특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외계어의 조합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원작은 “Gone With the Wind”이다. 원작의 제목도 매우 훌륭하거니와 이를 직역하여 번역차용한 우리말 제목도 걸작의 명성에 손색없는 것으로 뽑혔다. 똑같은 직역이라도 “바람과 더불어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 바람과 함께 가버렸다”와 같이 번역하였더라면 그 맛이 확 떨어졌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