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인간이 서로간의 의사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기 위해 동원하는 자원에는 언어만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 과정에서 비언어적 기호(nonverbal signs)도 큰 몫을 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아이콘들이 그러하다.
두 팔을 교차하여 X자를 그리면 “안 돼!”라는 의미를 표현하게 되고,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O자를 그리면 “좋아!”라는 의미를 표현하게 된다.
도로 표지판들도 아이콘으로서의 특징을 가지는데, 자전거 그림을 그려두면 자전거를 타도 좋다는 뜻이 되고, 자전거 그림 위에 X자를 얹어두면 자전거를 타서는 안 된다는 뜻이 된다.
언어는 자의적인 측면이 있어서 사과(의미)를 왜 사과(형태)라고 부르는지 굳이 따져볼 여지가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사과(의미)를 어찌하여 우리는 사과(형태)라 하고 미국 사람은 apple(형태)이라고 하는지 그 근본적 이유를 설명하기란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비언어적 기호인 아이콘의 경우 의미와 형태가 상대적으로 더욱 필연적인 관계를 맺는다.
신호등의 멈춤 사인과 보행 사인이 의미하는 바는 그 형태, 즉 생긴 모양을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누가 봐도 멈춤 사인은 멈춤 사인이고, 보행 사인은 보행 사인이다.
* 영어 표현에 “iconic”이란 말이 있다. 묘사하는 대상이 직관적이고 상징적이라는 뜻으로, 우리 주변의 아이콘들이 가진 의미의 명징성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아이콘은 대개 언어적, 문화적 배경 등과 무관하여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외국에 나가서도 길거리 표지판을 통해 정보를 얻고, 현지인과 손짓 발짓을 동원해 겨우겨우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도 아이콘은 한 몫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