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즈음 여러 대학의 교수 몇과 함께 원서 하나를 나누어 번역하고 있다.

함께 번역 일에 참여하고 있는 모 대학의 교수 한 분은 이 일을 시작하기 몇 달 전 큰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얼마나 큰 사고였던지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나셨으며, 또한 살아있는 것이 그저 용한 일이라고 하셨다. 그런 끔찍한 일이 있었음을 채 모르고 번역 일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처음 모였던 자리에서 수척해진 얼굴로 목발을 짚고 나타나신 선배 교수님을 뵈었고, 그 모습에서 교통사고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