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나라에 노래방은 1991년에 처음 생겼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것이 최초 부산에 상륙하였고, 이내 서울의 신촌까지 진출하였다. 우리나라의 노래방은 일본의 가라오케를 들여온 것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나라에 노래방은 1991년에 처음 생겼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것이 최초 부산에 상륙하였고, 이내 서울의 신촌까지 진출하였다. 우리나라의 노래방은 일본의 가라오케를 들여온 것이었다.
가라오케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그 의미가 다음과 같다.
가라오케: 노래는 들어 있지 않고 반주만 들어 있는 음반이나 테이프. 또는 그것을 트는 장치.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가라오케는 우리 국어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가라오케가 심지어 영어사전에도 등재가 된 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옥스퍼드 사전을 따르면 가라오케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karaoke: A form of entertainment, offered typically by bars and clubs, in which people take turns to sing popular songs into a microphone over pre-recorded backing tracks
이렇듯 가라오케는 일본어 어원을 가진 영어 단어이다.
가라오케라는 일본말은 사실 “빈 상태” 혹은 “거짓”을 뜻하는 일본말의 “가라(から)”와 영어의 오케스트라(orchestra)가 합성을 이룬 말이다. “가라 오케스트라,” 즉 “가짜 관현악단”이 그 본래 뜻으로 일본 사람들은 이렇게 조합된 말을 만들어 놓고는 다시 그것을 줄여 가라오케라고 불렀다. 텔레비전(television)을 테레비,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 녹이 슬지 않는 강철)을 스뎅(결국 stain만 남았다. 즉, “녹”이라는 뜻이다), 빌딩(building)을 비루(ビル), 리모우트 컨트롤러(remote controller)를 리모컨, 에어 컨디셔너(air conditioner)를 에어컨,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를 파스콤이라 부르는 등, 긴 말을 어떻게든 싹둑 잘라 간편하게 만들어 사용하곤 하는 일본 언어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말이 가라오케이다.
한편, 가라오케는 일본의 저력을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영어에서 “오케스트라”를 수입해 가져가 자기네 말인 “가라”를 덧붙여 “가라오케”로 변형시킨 뒤 이를 다시 영어로 수출해 버렸다.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인은 이렇듯 새로운 것, 남의 것에 대해 개방적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다시 자기네 사정에 맞추어 현지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과장하여 해석하자면,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의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격차는 어쩌면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문물에 대해 보였던 양국의 서로 다른 태도에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구한말 나라의 대문을 걸어 잠그는데 시급했던 조선과 그보다도 훨씬 앞선 시점부터 새로운 지식과 문물에 대해 이미 우호적이었던 일본의 모습은 그만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14년 “재벌”이란 말이 영어사전에 등재되었다. 이 역사적인 일을 소개하며 신문기자는 영어사전에 등재된 일본어와 중국어의 수에 비해 우리말의 수가 적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해당 신문기사를 다시 찾으려 했지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신문기사를 당시 학부 학생들에게 소개했더니 동의가 어렵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영어사전에 우리말이 등재되고 말고가 우리의 국력과 무슨 상관이냐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는 학생들이 틀렸다. 신문기자의 해석이 옳았다.
영어사전에 한국어를 얼마만큼 등재시키느냐는 한국의 국가적 힘과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다. 영어는 미국사람 혹은 영국사람들만 쓰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공용어로서의 영어는 세계 시민이 문화간 의사소통의 장면에서 가장 널리 또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이다. 어떤 말이 영어사전에 등재가 되었다는 것은 그 말을 세계 시민이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