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1학년이 되어 알파벳을 접하며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그 시절, 소문자 알파벳 a의 활자체와 선생님이 판서하시는 a가 왜 다르게 생겼을까에 대해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a는 모자를 쓰고 있는데, 선생님은 왜 모자를 씌우지 않으실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딱 그 정도 수준의 아이에게 영어를 잘 하려면 동의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며 영어 선생님은 당시로서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단어를 암기하라 하셨다. 영어를 왜 잘해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이해할 턱이 없었지만, 외우라고 하시니 그저 외울 수밖에 없었으리라.

집에 돌아와 마루에 배를 깔고 누워 단어들의 면면을 살폈고, big의 동의어로 large를 외울 차례가 되었다. 아마도 big은 이미 알고 있던 단어였고, 그의 동의어로 제시된 large는 생소했던 정황이었을 것이다. 그때 그 당시의 내가 large를 외운 방식은 지금까지도 기억이 너무나 선명하다. “LA 알지이!”와 같이 단어의 구조를 분석하였고, LA가 큰 도시이니 목표 어휘인 large를 ‘크다’라는 의미로 외우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당시의 내가 LA라는 미국의 낯선 도시 이름을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그런 방식의 암기법을 고안해낸 스스로가 꽤나 기특하게 여겨지던 순간이었음에는 틀림없다.

‘동의어’ 중심의 학습은 그 이후 고등학교 시절에도 계속되었다. 문법에 대한 공부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것이 바로 동의어 목록의 철저한 암기였다.


*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자면 내가 large를 외웠던 방식은 철자 기억술(spelling mnemonics)의 변이형쯤에 해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