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마트에서 주로 장을 보다가도 어쩌다 기분전환 삼아 대형마트에 들르곤 한다. 성수동에 있는 이마트에 갔다가 무빙워크를 타고 올라가던 중 발견한 광고문구이다.
"우유가 떨어졌네," 엄마의 말이다.
아이가 답한다, "엄마 내가 주울까요?"
이에 대한 광고 카피는 "아이의 예쁜 말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 두세요"와 같았다. '예쁜 말'에는 특별히 색깔도 다르게 입히고 강조점까지 찍었다.
사진을 찍고 누군가에게 보였더니 엄마를 도우려는 아이의 마음이 예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카피라이터의 의도는 다른 데 있었으리라. 우유가 떨어졌다는 말에서 '떨어지다'는 중의적이다. 그 중의 하나는 어떤 물건이 물리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다는 의미이다. 그외에도 '동나다'의 동의어 쯤에 해당하는 의미도 가진다. 물론 여기서 '우유가 떨어졌다'는 말은 '우유가 동났다'는 뜻이다.
전술한 '떨어지다'의 두 가지 의미 중 전자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다. 그에 비해 후자는 추상적이고 비유적이다.
광고 카피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아이가 언어 습득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미를 먼저 파악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의미에 대한 습득은 사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