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문이나 나름의 매력이 있겠으나,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일 역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어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여러 중요한 특징들 중의 하나여서, 모든 인간은 예외없이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언어적 인간(Homo Loquens)'이라는 말은 인간과 언어 간의 이러한 불가분의 관계를 포착한다.

언어가 인간 존재의 필연적 조건이라는 사실은 언어학자에게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언어학자의 본연의 과업은 마땅히 인간에 대한 관심에 바탕을 둔다. 언어를 살피고 분석하는 언어학자의 일은 결국 인간애를 기반으로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주변과 유리된 폐쇄적 환경에서의 공부는 언어학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언어학자는 모름지기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 언어학자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줄 아는 이다. 더 잘 들을수록 더욱 훌륭한 학자이다.

잘 듣는 것이 기본이다 보니 언어학은 별다른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별한 시약이나 현미경, 값비싼 장비는 물론이요, 그 흔한 컴퓨터 따위도 사실은 필요가 없다. 잘 들을 수 있는 양쪽 귀만 온전하다면 충분하다. 그런데 인간인 이상 대개의 경우 이 사람과 저 사람 간의 청력에 현격한 차이가 있을 리 없다. 따라서 훌륭한 언어학자를 가름하는 중요한 조건은 결국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잘 듣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별다른 장비 없이도 주변 사람에 대한 열린 자세만으로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언어학의 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