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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저렇게 당신하고 결혼하고 싶어하는데 차라리 내가 빠져줄까?"
조수석에 앉아 있던 재스민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 말야, 생각 좀 해봐. 그 사람들로 충분했으면 뭐 하러 널 데리러 가서 그 술래잡기까지 했겠어?"
"그러니까 난 그 이유를 듣고 싶다고. 어째서 나야?"
재스민은 깜짝 놀랐다.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으면 왠지 귀여운 느낌도 든다.
굉장히 의외의 질문이었는지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글쎄......"
"뒷세계에서 살아가는 남자라면 나말고도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뭐, 그건 그렇지만. 굳이 말하자면 난 너에게 흥미가 있었어."
"헤에?"
"해적 켈리의 소문은 여기저기에서 들었지만, 보통 해적들 사이에서 '왕'이라고 하면 잘 나가는 집단의 두목을 가리킬 것 같잖아. 게다가 해적들의 왕쯤 되면 뒷세계의 보스쯤 될 것처럼 들린다고. 조직을 통솔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행동하는 네가 어째서 그런 별명으로 불리는 건지 신기했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별명이지만."
"불쾌해?"
"그래. 생각해보라고, 그런 거창한 이름으로 불려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어. 쓸데없는 환상만 생겨나서 멋대로 돌아다니지. 난 이래봬도 담이 작아서 전혀 유쾌하지 않아."
명성을 쌓으려고 비행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자신이 원할 때 마음대로 우주를 날아다닐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지만, 재스민은 그 이상은 언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약하자면, 난 적당히 버릇없고 적당히 알아서 살 줄 아는 손이 안 가는 남편을 원했다는 거지."
우주정을 조종하던 켈리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조수석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잘 봐줘도 남편감의 이상형이라고는 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또 뭐랄까. 일단은 쿠어 재벌의 부총수 역할을 맡아줘야 할 테니 어느 정도는 성격도 좋고 머리도 좋아야겠지. 널 택한 게 정답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불만이야?"
"아니, 알고서 한 계약이니까. 당신이 날 억지로 애 아빠로 만들려고 하지만 않았으면 불만도 없었겠지만......"
"그러니까 넌 아무것도 책임질 필요 없다고 했잖아. 정말 끈질기네."
"아이를 갖고 싶으니까, 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여자는 지금껏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그랬겠지."
그렇기에 일이 이렇게 흘러버린 것이 믿기 힘들었지만 재스민은 웃고 있었다.
"저기, 해적. 네가 지금까지 어떤 여자들하고 어울리면서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공화우주에는 한창 나이 여자들만 해도 몇십억은 있어. 그 사람들 전부가 다 똑같은 성격에 똑같은 사고방식일 리가 없잖아. 여자는 이런 거다 하고 처음부터 단정해버려서는 곤란해."
"당신이 여자 중에서는 예외 중의 예외일 가능성 쪽이 훨씬 더 높을 것 같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누구 애라도 상관없었던 거야?"
재스민은 놀란 듯이 눈을 치떴다.
"누구 애라도라니, 무슨 소리야? 네가 내 남편이잖아?"
켈리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과연. 남편말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을 예정은 없다는 말이다.
어떤 의미로는 정조를 지키고 있다는 말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이 여자의 경우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묘한 신념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것 같은 위화감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정작 중요한 얘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것도 본인은 지극히 진지하게 대답하고 있는 만치 더 고약하다.
"당신이 날 쫓아왔을 때부터 생각하던 건데, 이 녀석이 내 남편이니까 이 녀석의 아이를 낳자는 식으로 간단하게 결론 내릴 수 있는 거야?"
"그거 꼭, 내가 널 안 좋아한다는 식으로 들리는데?"
마침 펠릭스의 자동유도가 시작되었고, 켈리는 조종간에서 손을 떼고 재스민을 바라보았다.
"당신 때문에 나는 좋든 싫든 애 아빠가 된다고. 나에게 있어서는 계약에 없던 얘기야. 그 점만은 확실히 해둬야겠는데."
재스민도 조종석에 앉아 있던 켈리를 똑바로 응시하다가 갑자기 씨익 웃었다. 좋아하는 사냥감이 눈앞에 뛰어나왔을 때의 육식동물을 연상시키는 불온한 웃음이었다.
"그런 거야?"
"뭐가?"
"너, 그래서 화냈던 거야?"
"뭔 소리야?"
정말로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반문했지만 재스민은 쿡쿡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과연...... 응, 이제야 알겠어. 하지만 곤란한데,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혼자서 결론 내리지 마. 기분 나쁘게."
재스민은 웃음을 멈추고 조수석에서 조금 몸을 내밀었다. 금색으로 빛나는 눈에는 켈리가 비춰지고 있었다.
"아무라도 상관없었던 게 아냐. 난 네 아이를 갖고 싶었어. 이걸로 설명이 될까?"
켈리는 잠시 눈을 치떴다가 곧바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뻔뻔스럽게 말해버리면 오히려 상대할 생각이 사라져버린다. 어쩐지 반론할 기력까지 함께 꺾이고 마는 기분이었다.
재스민은 다시 명랑하게 웃으며 시원스럽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것 때문에 화내고 있었던 거지? 바보같이.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 얼마든지 말해줄 테니까."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오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여왕님이다.
지금 말은ㅡ저런 것도 일단은 고.백.에 들어가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말의 내용만으로 생각하자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확인해볼 생각으로 물었다.
"그럼 계약을 연기할까?"
다시 잿빛 눈망울이 기묘하게 반짝였다.
켈리는 그런 재스민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당신 아이는 내 아이이기도 하니까, 내버려두는 건 아무래도 꺼림칙해. 2, 3년 정도는 더 어울려주겠다는 거야."
다이애나가 들었다면 실로 뻔.뻔.스.럽.다.며 기막혀하겠지.
재스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지만, 뚜렷하고 커다란 눈에는 이렇다 할 감정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표정이 묘하게 차가워지면서 낮게 웃었다.
"어울리지도 않는 짓은 집어치워."
"뭐?"
"쓸데없는 의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거야. 아기 기저귀 가는 해적 따위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당신이 애에게 젖 주는 것도 상상이 안 가는데."
"모유는 안 줘. 그럴 틈이 없다고. 어차피 육아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지."
"그거, 애가 너무 불쌍하지 않아......?"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진심에서 나온 말이었다.
재스민과 얘기하다보면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는다. 하는 말은 단순 명쾌하지만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묘하게 거리를 두나 싶으면 갑자기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적인 부분까지 파고들어온다.
켈리 자신이 이 여자를 사랑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No'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존재라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럼 이 여자 쪽은 켈리를 조금은 사랑하고 있는 걸까? 켈리의 아이를 낳고 싶어할 정도만큼은?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자 술술 대답했다.
"네 아이니까 낳고 싶은 게 아냐. 네 아이를 낳기로 정했다고."
딱 부러지는 말이지만 역시 의미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다른 거야?"
재스민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머리 나쁜 학생을 붙잡고 설명하는 것처럼 또박또박 말했다.
"그건 남녀의 신체 구조의 차이야. 잘 들어,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 수만큼 씨를 뿌리고 다닐 수 있지만 내가 낳을 수 있는 건 한번에 한 명뿐이야. 어떤 씨로 할지는 처음부터 정해놓는 게 당연하잖아."
무서운 기세로 딱 잘라 말했지만 켈리는 회의적인 눈으로 부인을 바라보았다.
정작 중요한 곳에서 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