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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안에 신나서 덤벼들 만한 남자라고 생각했다면, 더욱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부자들의 변덕이나 자기만 좋으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태도, 덤으로 비상식적인 행동에도 상당히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 여왕님은 그 이상이었다.

더 이상 어울려줄 수는 없다. 그럴 생각도 없었다.

켈리는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한테 어울리는 일이 아냐. 미안하지만 제안은 거절하겠어."

여자도 그런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 고개를 살짝 갸웃하면서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물러날 것 같아?"

"아니, 당신은 그런 종류의 여자가 아니야.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 역시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을 만한 인간이 아니라서 말야."

"알고 있어. 해적들의 왕."

켈리의 발이 멈췄다. 왼쪽 눈이 날카롭게 빛나면서 태연하게 앉아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말을 걸었다고 생각해? 난 당신이 지고바로 내려올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지."

"......"

"30개 이상의 나라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연방경찰에게 국제수배를 당한 것은 물론 연방군에서까지 눈엣가시 취급을 받으면서도 당신은 여전히 자유의 몸이야. 게다가 보통 대해적이라면 많은 부하와 큰 조직을 거느리는 인간을 말하지만 당신은 달라. 혼자서만 행동하지. 파트너는 있지만."

켈리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졌다.

이 여자는 처음부터 자신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비합법적인 선원이 아니라, '해적들의 왕'이라는 긍지 높으면서도 위험한 별칭을 뻔히 알면서 이런 제안을 했다는 말이다.

"당신도 이상한 여자로군. 이런 것도 가르쳐줘야 하는 건가? 국제수배범은 감춰주기만 해도 중죄야. 이런 일이 들통나면 당신도 쿠어 재벌도 무사할 수 없을 텐데."

"그런 것쯤 얼마든지 얼버무릴 수 있어. 그러자면 당신 협력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그 얼굴부터 바꿔야 하고, 이쪽에서 준비할 가짜 이력을 완벽하게 외워서 최소한 남들 앞에서는 그런 인간을 연기해 줘야겠지. 뭐, 그것도 계약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1년만 참아주면 고맙겠는데."

죽어도 남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건가.

켈리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딱 잘라 말했다.

"여왕, 난 당신이 싫지 않아. 남의 일이긴 해도 옥좌를 잘 지키라고 응원해줄 수도 있지. 하지만 이것만은 사절하겠어."

"이유를 들려줬으면 좋겠는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건데? 1년이나 배를 떠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니면 형식적이라고는 해도 초국제기업의 부회장 흉내를 내야 한다는 것?"

"이것도 저것도 전부 다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악으로 마음에 안 드는 건 반하지도 않은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정말로 유쾌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실례했군. 거기까지는 생각 못해봤어."

"생각이 물러. 남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