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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급인 자기 배 안에 있어도 날고 있다는 반응이 오겠지만, 이 장치를 통해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리모트 콘트롤로 작동하는 장난감처럼 굉장히 손맛이 미약했다. 그럼에도 퀸 비는 조작하는 대로 반응하고 있다.

우주선과 전투기는 똑같이 우주를 날아다니는 물건이라고 해도 조종성이나 운동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이 퀸 비는 더욱 그랬다.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전산기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대기권에 돌입한 후 궤도를 바꿔 순항고도에 들어선다.

죽어가는 전산기가 최후의 힘을 짜내어 차례로 지시를 내려주고 있었다.

켈리의 온몸이 완전히 땀에 젖었다.

지시에 따라 순항고도에서 내려와 강하비행으로 들어간다. 착륙항로를 유지하는 데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이었다.

착륙예정지점은 아이아스 우주공항의 활주로였다.

하지만 활주로를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기체 외부 탐지기까지는 되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지상의 상태도, 기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반응이 느껴지지 않는데다 실제 기체 외부의 상태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켈리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었다.

그저 계기에 표시되는 수치에나 필사적으로 의지하며 조종간을 쥘 수밖에 없다.

잔산기는 퀸 비가 올바른 항로를 타고 있다고 표시했다. 최종전환 지점과 그 각도를 지시한다.

대기권에 돌입하면 착륙까지는 겨우 몇 분.

겨우 몇 분이었지만 켈리나 선내의 사람들에게는 미칠 듯이 긴 시간이었다.

정비반은 마른침을 삼키며 장치에 집중하고 있는 켈리의 등을 바라보았다.

같은 시각, 선교는 퀸 비의 궤도를 비추는 탐지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아이아스 우주공항과 통신을 확보하고 있었다.

퀸 비의 착륙은 공항 측에서도 큰 사건이었다.

자동착륙 유도장치가 없는 계기착륙이라니 아무도 경험한 적이 없는 전대미문이다. 관제 측에서도 손을 쓸 수 없었다.

막 개항한 지 얼마 안 되는 한가한 공항이므로 다른 우주선이 방해가 되는 일은 없었지만, 만일에 대비해 이동할 수 있는 시설은 모두 다른 곳으로 치워두었다.

관제관들은 다른 작업을 모두 내팽개치고 긴장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강하는 기체를 기다렸다.

"왔습니다! 그쪽으로 영상을 보내겠습니다!"

관제관의 목소리와 함께, 선교의 통신화면에는 지상이 풍경이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지상에서 바라본 공중의 풍경이었다.

구름 하나 없는 쾌청한 하늘.

그 안에 붉은 점 하나가 나타났다.

"강하속도 양호! 강하각도 정상!"

"활주로에 진입합니다!"

아이아스 우주공항의 관제관이 계속해서 상황을 보고했지만, 그 내용이 선교에 객실에 잇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왔을지는 상당히 의문스러웠다.

전원이 무사 착륙만을 기원하며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정비반은 더욱 그랬다.

모의조종실에는 통신화면이 없기 때문에 전원이 복도로 뛰어나와 식은땀을 흘리며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겉보기에 눈에 띄는 손상은 없는데?"

"그만큼 부딪혀댔는데도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정말 튼튼하긴 하군."

"하지만 이미 한계일 거야."

"문제는 다리야. 바퀴가 제대로 내려올지 어떨지......"

"내려온다고 해도 착지하고 나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버텨줄지......"

자연히 목소리가 낮아졌다.

선교에 있는 골드맨 선장도 지상에서 보내오는 통신은 굳이 모의조종실에 보내지 않았다. 켈리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조종하고 있는 걸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비행이었다. 켈리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계기비행일 텐데, 좀 전의 무모한 감속으로 기체 역시 상당히 손상되었을 텐데도 마치 바람직한 착륙의 모범 같은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활주로에 진입했다.

기수를 살짝 들면서 정확하게 고도를 낮춘다.

객실에서는 진저가, 헬렌이, 프리스틴이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주먹을 꼭 쥐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었다.

"아아, 하느님!"

"제발!"

그녀들의 뇌리에는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불안과 함께, 착륙에 실패해 지상에 처박히며 폭발하는 퀸 비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숨을 삼키며 통신화면을 바라본다.

이미 지면에 근접해 있었다. 거의 사용될 일이 없는 착륙용 다리가 활주로 위에 내려선다.

"바퀴 접지!"

관제관의 목소리에도 안도와 비명이 뒤섞여 있었다.

정비원들의 주먹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기체가 완전히 멈추지 않고서는 착륙했다고 할 수 없다.

'제발 버텨줘!'

'정지해!'

소리 없는 비명을 억누르며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그 기원이 통한 것일까. 붉은 기체는 착실하게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버티는 게 한계였을까, 정지 직전에 다리가 부러졌다.

균형을 잃은 기체가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쓰러진다. 그 충격에 날개가 부러졌지만 기ㅔ는 그 덕에 완전히 정지했다.

다리가 부러지는 것과 동시에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의료반이 뛰쳐나왔다.

선교와 객실에서는 비명과 환성이 올랐다.

"재스민?!"

"아뇨, 저 정도라면 괜찮아요! 괜찮아요!"

기체가 부서진 것은 정지하기 직전이었다. 그 정도라면 목숨에는 큰 지장이 없을 터.

정비반도 일제히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던 와중에 그 중 한 명이 모의조종실로 달려갔다.

"미스터 쿠어! 됐습니다! 간신히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이쪽 계기도 그래......"

켈리는 모의조종석 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정말이지 안 하던 짓은 하는 게 아니었다. 단시간의 조종으로 이렇게나 기력을 소모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코엔이 벽의 구멍을 지나 켈리에게 다가왔다.

모의조종석의 계기를 살펴봐도 기체는 확실히 지표에 내려서서 완전히 정지한 상태였다.

거의 색을 띠지 않는 코엔의 눈이 길게 뻗어 있는 켈리를 바라보았다.

"잘도 해냈군."

엄청나게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멋진 솜씨라는 뜻이기도 했다.

켈리는 머리를 저었다.

"난 그저 전산기가 지시하는 대로 조종했을 뿐이야. 이런 거라면 아무라도 할 수 있어. 이거 정말 잘 움직이더군."

그렇게 말하며 코엔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코엔은 눈을 조금 치뜨다가 바윗덩어리 같은 손으로 기세 좋게 켈리의 손을 마주잡았다. 악수라기보다도 팔을 쭉 잡아당기는 느낌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객실에서는 여자들이 환성을 지르며 일제히 뛰어나왔다.

아직 남아 있는 우주정으로 지상으로 내려가기 위해 격납고로 향했지만, 그때 의료반으로부터 황급히 연락이 들어왔다.

"'쿠어 킹덤', 지금부터 재스민을 데리고 돌아간다. 서둘러 의료두뇌에게 수술실을 준비시키도록."

8장

의료반이 달려갔을 때 조종석의 재스민은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아이아스의 의료시설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의료반은 재스민을 우주정에 태우고 즉각 궤도상에 머무르고 있던 '쿠어 킹덤'으로 돌아왔다.

재스민은 그대로 의료실로 옮겨졌고, 의료용 자동기계가 기절한 재스민의 비행복을 능숙하게 벗겼다. 그러나 비행복의 바지 안쪽은 완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우려하고 있던 최악의 사태였다.

당연히 남편인 켈리도 그 자리에 불려왔다.

의무장은 어두운 표정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