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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니? 그 사람이 널 좋아해주었으면 좋겠어? 아님 미움받고 싶어? 계속 좋아하고 싶어? 싫어하고 싶어? 넌 뭘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똑바로 응시하는 여자애의 눈동자. 코헤이는 노려보지도,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눈길을 피했다.

“......모르겠어...”

그러자 여자애는,

“하아............!”

하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자기 입으로 ‘한숨을 쉬면 복이 달아난다’ 고 말해놓고는.

“당연히 모르겠지. 왜냐하면 넌 아예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뭔가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거야. 그리고 결국은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포기할 거지? 이런저런 것들을.”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이제 단순한 ‘말꼬투리 잡고 늘어지기’ 다.

이런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여자애는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왜냐면 나도 그랬으니까.”

코헤이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너하고 나는 다른 사람이고 내 경우와 네 경우는 다를지도 몰라. ...으음, ‘흐름’이라는 게 있잖아? 주위의 흐름을 타고 흘러간다는 것 말이야. 흐름에 맡기는 것도, 흐름을 거스르는 것도 결국은 흐름에 관련된 거야. 나는 결정하고 싶어, 나 스스로. 흐름을 탈지 거스를지.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어쩔 수 없다.

하는 수 없다.

그렇게 말하면 그뿐이다.

생각하기를 그만두면 거기에서 끝난다.

어차피 남이니까..., 다른 사람이니까...하고.

그래도 같은 장소에 존재하고 같은 장소에서 살며 똑같이 호흡하고 있다.

알고 있는 일이다.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 모두들 잊고 산다.

깨닫는 것은 언젠타 그것을 잃은 뒤.

“엄마의 얼굴을 잊는다는 건 굉장히 슬픈 일일지도 모르지만 난 그것보다는 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하는 편이 좋다고 봐. 물론 그것도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하느냐 하지 않느냐, 그게 중요해, 뭣하면 네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게 해줄까?”

“뭐?”

갑자기 이야기가 대폭적으로 비약했다.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래서 그 사람한테 다가가지 못하는 거라면 내가 생각나게 해줄 테니까.”

“하? 그런 일이 가능할 리...”

“가능해. 새하얀 사신할테 부탁해볼게.”

여자애도 감정적이 되었는지 서서히 말과 사고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필사적인 노력이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는 때도 있다.

뜻밖에 코헤이와 여자애는 닮은 구석이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여유가 코헤이에게는- 없었다.

전혀, 털끝만큼도 없었다.

“하아-?”

뭐야, 사신이라니.

날 바보로 아나.

바보 취급하는 건가?

이봐, 뭐야?

사신이라니.

“-사람 우습게 보지 마! 내 일쯤은 내가 결정할 수 있어!”

코헤이는 힘껏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러니까 결정하라는 거 아냐!!”

여자애도 일어서며 빽 소리 질렀다.

“할 거라니까!!”

그 말을 마지막 대사로 날린 코헤이는 여자애에게 등을 돌리고 카페에서 나가려 했다.

그런데.

“기다려!”

여자애가 불러 세웠다.

그러고는 서슬이 시퍼래서 말했다.

“돈 내고 가!각자 몫은 각자!”

휘청~.

#

“-사신이라니 뭐야! 재수없게. 날 바보로 아는 거야, 뭐야!”

아까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었던 코헤이. 하지만 지금은 길을 가는 사람들을 전부 노려보며 활보할 듯한 기세였다.

여자애가 전하고 싶었던 말.

추억은 떠올릴 수 있으니까 추억이다.

떠올리려고 하면 언제든지 떠올릴 수 있다.

사라지지 않는다. 줄곧 남아 있다.

마음속에.

잊는 것도 마찬가지다.

언제든 잊을 수 있다.

잊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마음도, 변하는 마음도.

전부 껴안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