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구자혜와 루인은 먼쓸리퀴어를 결성했고, 2025년 11월 다음세대재단의 기금을 지원받게 되었다.
먼쓸리퀴어는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매달 한 번, 퀴어 가시화를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2026년 1월 17일, 먼쓸리퀴어는 광주에 위치한 이것은서점이아니다(이서점), 소년의서, 두 서점과 협업하여 '퀴어, 다종정의, 젠더정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대화와 낭독 행사를 진행했다.
15시 이서점 행사에서는 구자혜의 희곡집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모두가 개인 세계에서 다종정의와 퀴어정의를 연결할 이야기를 나누었다. 30명에 가까운 관객이 찾아왔고, 이서점은 따뜻했다.
19시 소년의서 행사에서는 구자혜의 희곡집 <로드킬 인 더 씨어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발화와 삶과 죽음을 같이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본의 일부를 참가자와 함께 낭독하는 행사도 진행했고 소년의서는 포근했다.
도서관의 소장 도서는 그 지역 주민에 대한 도서관의, 혹은 지역 정치의 상상력을 상징한다. 한국에서도 종종 금서를 둘러싼 논쟁이 나오고, 도서관 신청 도서가 별다른 이유 없이 혹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된다. 혹은 기존 도서가 금서로 지정되고 폐기되기도 한다. 이것은 퀴어 도서 역시 마찬가지다.
퀴어 도서가 있는 도서관과 퀴어 도서가 거부되는 도서관. 이것은 그 지역이 퀴어에 대한 태도와 문화적 방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먼쓸리퀴어는 퀴어 가시화의 한 방법으로 도서관에 퀴어 도서를 신청하고 그 결과를 제보받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2월달 프로젝트로 기획되었지만 한 달만에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리하여 6월까지 확장했다.
먼쓸리퀴어의 3월 행사는 대전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또한 3월 먼쓸리퀴어는 최초 계획처럼 퀴어독백과 퀴어 아카이브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자 했다.
발화자는 연극에서 무대감독으로 유명하고 몇몇 공연에서 배우로 활동한 이효진 감독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또한 두 분의 대전 거주 퀴어들이 우리의 행사를 도와주겠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 하지만 대전의 자동자 부품 제조 공장인 안전공업에서 화재가 나고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먼쓸리퀴어는 3월 공연을 연기하기로 한다. 우리의 공연에서 애도와 추모의 내용을 담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애도와 위로의 글을 올린 뒤, 4월로 연기했다.
4월로 연기된 먼쓸리퀴어_대전은 기존 섭외된 배우의 일정 문제로 새로운 배우를 섭외해야 했다. 그렇게 백소영, 이주영 두 배우가 함께 하기로 했고 촬영을 전담해줄 스텝이 추가되었다. 스텝을 추가한 이유는 이제부터 두 명의 먼쓸리퀴어 구성원은 배우의 낭독극 진행을 조율하고, 우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공연은 거리에서 진행될 예정이었고 이에 따라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두 번 진행하기로 한 대전 공연에서 첫 번째 장소는 예원당 실내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예원당은 트랜스여성이자 무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원당님의 신당이기도 했다. 예원당님은 이미 무대 공연에 참가해 트랜스젠더로 살아온 삶, 무당으로 살아온 삶을 관객들에게 들려준 적이 있었다. 바로 그 예원당님이 운영하는 신당 예원당을 빌려, 대전에서 진행하는 첫 번째 낭독_기자회견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두 번째 장소는 아마도 문을 닫은 퀴어 업소 앞에서 진행했다. '무지개'가 위치한 골목은 성심당에서 가까웠고, 많은 퀴어 업소가 밀집해 있는 곳이었다. 먼쓸리퀴어는 대전의 퀴어 업소가 밀집했고 이제는 많은 곳이 문을 닫은 거리에서 퀴어 독백을 낭독하며 퀴어 존재를 다시, 대기에 날려보내고자 했다. 또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 밖으로 나와 한참을 구경하고 가기도 했다.
먼쓸리퀴어_대전 낭독행사는 1990년대 후반 대전충남을 거점으로 활동했던 퀴어 모임, 한울타리의 소식지를 발췌해서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또한 2024년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행사를 개최하며 진행한 기자회견문을 함께 낭동했다. 이어서 구자혜 작가가 직접 쓴, 아직 공개된 적 없는 7편의 퀴어 독백을 낭독했다. 두 공연 모두 관객이 총 7명 가량이었으니 뭔가 어울렸다.
예원당에서 행사는 영상촬영을 담당할 기기에 문제가 생겨 현장 기록이 별로 남지 않았다.
하지만 '무지개' 앞에서 진행한 퍼포먼스는 바람님이 DSLR 카메라로 촬영을 해주어, 현장을 선명하게 기록할 수 있었다.
5월 먼쓸리퀴어_서울 행사는 행사제목처럼 서울에서 진행했다. 구자혜 작가의 비공개 퀴어독백을 선택했고, 배우는 김효진, 박수진, 성수연, 이리, 전박찬, 최순진, 조경란이 함께 했다. 이 배우들은 행사의 내용을 듣더니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장소는 미아리고개예술극장 옆 공터를 택했다. 이곳을 잡은 이유는 몇 해 전 트랜스젠더 작가의 작품이 공연된 곳이었고, 내일모레면 일흔살이 되는 트랜스젠더 색자가 자신의 삶으로 공연한 곳 근처였다. 날짜는 5월 17일로 정했는데 그날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BIT)이기도 했다.
7명의 배우들은 각자 두세 편의 퀴어독백을 각자의 스타일로 낭독을 했고, 관객은 40여명 가량 되었다.
배우들은 퀴어의 삶을 다룬 독백을 거침없이 낭독했다. 퀴어, 트랜스젠더 등 퀴어 관련 발화들이 인근 도로 너머로까지 울려퍼졌고 주변의 자동차 소리와 섞였다. 퀴어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거리에서 외쳐도 안전한 감각. 거리에서 퀴어가 안전한 감각, 이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였다는 점에서 거리에서 퀴어독백은 계속될 필요가 있었다.
웹 포스터처럼 이 행사는 계속 연장되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홍보가 더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웹자보를 변경해서 다시 홍보하자 리트윗 횟수가 100회 이상으로 증가했다. 또한 구성원 루인이 참가한 다른 행사에서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자 또한 문의가 늘어났다. 그리하여 결국 도서관에 퀴어를 행사는 단발적 행사가 아니라 오래 지속되어야 하는 행사라는 점을 깨달았고, 우리는 6월까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신청한 책과 관련한 정보, 동네 도서관에 소장 중인 퀴어 책과 관련한 사진을 보내주었다. 이 행사는 언젠가 금서읽기주간이나 앨라이도서전과 연계된 행사로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일단은 지금을 시작으로 기록하려고 한다.
공개한 도서 사진보다 더 많은 제보가 있었지만, 책 중심으로 몇 가지를 공유하면 이렇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도서관에서 더 많은 퀴어 도서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도서관에서 퀴어 도서를 거부한다면, 신청하고 다시 신청하고 또 신청하고 친구들과 같이 신청하며 동네 도서관에 퀴어 도서과 필요하다는 사실을 더 많이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7월 먼쓸리퀴어_목포 행사는 제목처럼 목포에서 진행했다. 목포는 항구가 있고, 비서울지역이며 대도시도 아닌 그런 동네였다. 일제강점기의 흔적 남은 건물이 남아 있고 새롭게 내부를 꾸민 공간이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 독백은 '관계의 끝에 관한 퀴어 독백'을 주제로 삼았다. 두 종의 웹포스터를 제작했고 한 편은 공개되었고 한 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독백의 주제가 남아 있다.
이주영 배우가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했고, 이주영, 전박찬, 조경란 세 배우가 낭독을 했다. 적은 관객 앞에서 진행한 행사였지만 먼쓸리퀴어의 1차 프로젝트는 마무리 짓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다음세대재단에서 기금을 받은 먼쓸리퀴어 2026 상반기 행사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지만 우리는 또 다른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그것이 먼쓸리퀴어 이름을 사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퀴어 가시화, 젠더 다양성을 드러내는 행사를 이어갈 것이고 지금도 그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