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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슬롯, 새벽 첫차를 기다리던 대기실에서 혼자 적어 본 것
모바일 슬롯, 새벽 첫차를 기다리던 대기실에서 혼자 적어 본 것
새벽 네 시였다. 시외버스 첫차를 기다리는데 대기실에 나 하나뿐이었다. 폰 배터리는 8퍼센트. 벽 콘센트 옆에 누가 붙여 놓은 스티커가 있었는데 모바일 슬롯이라고 적혀 있었다. 색이 거의 다 바랜 스티커였는데 그 글자만 살아 있었다. 언제 붙인 건지 알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원래는 막차를 타려고 했다. 회식이 예상보다 길어졌고, 역에 도착했을 때 마지막 차가 십 분 전에 떠난 뒤였다. 택시를 부르면 사만 원쯤 나온다고 해서 그냥 첫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 판단이 맞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네 시간을 아끼려고 사만 원을 안 쓴 건데, 그 네 시간에 한 건 검색이었다.
충전기를 꽂고 앉았다. 의자가 회색 플라스틱이라 앉을 때마다 등받이가 조금씩 밀린다. 앞줄에는 내 폰만 놓여 있었고 그 밑에 표를 깔아 뒀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 왔는데 슬리브가 갈색 종이라서 손이 따뜻했다. 내려놓으니까 김이 계속 올라왔다. 그 김을 한참 봤다. 할 일이 없으면 사람은 그런 걸 본다.
대기실이 조용하다고 처음에 썼는데, 정확히는 조용한 게 아니었다. 어디선가 계속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냉장고 같은 것. 그리고 형광등에서 나는 아주 낮은 웅웅거림. 두 소리가 섞여서 오히려 귀가 먹먹해졌다. 그런 데서 혼자 있으면 시계를 자꾸 보게 된다.
스티커에 적힌 주소를 그냥 넣어 봤다. 넣자마자 자동완성이 먼저 떴다. 모바일 슬롯 뜻, 모바일 슬롯 후기, 그다음이 추천. 뒤에 붙는 말만 조금씩 달랐다.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목이 죄다 비슷했고 문장도 비슷했다. 읽는 동안에는 아는 것 같다가 창을 닫으면 아무것도 안 남았다. 내 기억력 문제인가 싶어서 두 개는 다시 열어 봤는데 두 번째에도 똑같았다. 모바일 슬롯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글들이 다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나한테는 그렇게 남았다.
커뮤니티 쪽도 조금 내려가 봤다. 어떤 사람이 "이거 물어보는 사람마다 답이 다르다"고 쓴 글을 봤는데, 그 밑에 붙은 공감이 두 개였다. 두 개. 읽고 나서 왜 그렇게 적었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그 두 개가 좀 웃겼다. 나는 공감을 누르지 않았다. 누를 만한 사람이었다는 건 나중에 생각했다.
글을 쓴 날짜도 들여다봤다. 최근 것도 있었고 이 년 전 것도 있었다. 이 년 전 글에 달린 마지막 댓글이 작년이었다. 아무도 안 지우는구나 싶었다. 나는 그런 걸 자주 본다. 오래된 게시판 글을 읽는 게 습관에 가깝다. 쓸데없는 습관이다.
「네 시 반, 콘센트 하나를 같이 쓴 사람」
네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청소하시는 분이 들어오셨다. 대걸레 통을 끌고 오셔서 내 쪽을 한 번 보시더니 "거기 콘센트 하나뿐이야"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자기 폰을 내 충전기 옆 빈자리에 꽂으셨다. 두 개가 나란히 꽂혔는데 하나는 희고 하나는 검정이었다.
잠깐 이야기를 했다. 아들이 뭐 하냐고 물으셔서 그냥 회사 다닌다고 했다. 아드님이 이런 데 붙은 스티커는 누르지 말라고 했다고도 하셨다. 그 말을 하시면서도 대걸레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받아야 할지 몰라서 그렇죠, 하고 웃었다. 첫차 타러 온 사람들이 가끔 여기서 잠든다고도 하셨다. 바닥이 차가운데 어떻게 자냐고 물으니까, 젊어서는 나도 그랬다고 하셨다.
오 분쯤 이야기하고 다시 조용해졌다. 그 오 분이 두 시간보다 기억에 남는다. 이상한 일이다.
검색해서 나오는 글은 크게 세 갈래였다. 정리해 둔 글, 캡처만 있는 글, 게시판에 남은 짧은 말들. 편한 건 앞의 둘이다. 편한데 손에 안 남는다. 세 번째는 읽다가 짜증이 나는데, 읽고 나면 뭐가 있었는지는 남는다.
폰 메모에 줄을 세 개 적었다. 네 번째 줄은 적다가 지웠다. 그 유형은 내가 충분히 못 봐서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 유형 | 특징 | 추천하는 사람 |
| --- | --- | --- |
| 정리해 둔 글 | 문장이 고르고 조건이 앞쪽에 몰려 있음, 읽기는 편한데 기억에 안 남음 | 처음이라 큰 틀부터 잡고 싶은 사람 |
| 캡처만 있는 글 | 설명이 거의 없고 화면만 이어짐, 빠르지만 맥락이 빠져 있음 | 눈으로 먼저 확인하고 싶은 사람 |
| 게시판에 남은 말 | 짧고 거칠고 서로 말이 다름, 절반은 걸러야 함 | 정리된 답보다 분위기를 보는 사람 |
표를 적고 나서도 답은 안 났다. 성격상 기준을 하나로 정해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한데, 이번에는 그러면 자꾸 되돌아왔다. 시간이 별로 없으면 캡처만 있는 글부터 훑는 게 낫다. 삼십 분 안에 끝낼 수 있다. 대신 그걸로 마음을 정하면 나중에 한 번 더 보게 된다. 궁금한 게 사람 쪽이면 게시판까지 가야 한다. 읽는 데는 오래 걸리고 짜증도 나는데, 남는 건 그쪽이 많았다. 모바일 슬롯을 알아보는 기준을 하나로 정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오래 걸린다는 게 내가 내린 답이었다. 답이라기보다는 그냥 그랬다는 쪽에 가깝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천장에 시계가 걸려 있는데 분침이 조금 늦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오 분쯤 지켜봤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그 시계를 오 분 넘게 본 사람이 그 대기실에 나뿐이라는 것. 복도 끝에 노란 안내판이 하나 있었는데 글씨가 뭉개져서 읽히지 않았다. 가까이 가 볼까 하다가 그냥 앉아 있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서.
첫차가 왔다. 폰 밑에서 표를 꺼내 주머니에 넣고 커피를 버렸다. 충전기를 뽑으니까 콘센트가 다시 벌겋게 비어 있었다. 스티커는 그대로 붙어 있었다. 버스에 올라 창가에 앉았는데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이 좀 피곤해 보였다. 모바일 슬롯이라는 말은 그 새벽에 안 것 중에 제일 쓸데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안 잊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