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국가 연구소에 들어갔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제약 연구에 배치되고 나서 사람들과 밤낮을 지새우며 만든 신약으로 사람들이 병에서 이겨내는 것을 보고 자부심을 느꼈다.
연구실에서 크리스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는 이상한 기분이었고, 그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을 때는 기뻤다.
어느 날, 새로운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몸을 담궜다. 이 약은 아픈 이들의 고통을 없애는 약이 될 예정이었다.
크리스와 나는 담당 연구원이 되어 상부로부터 임상 실험자들을 받았다. 어느 정도 개발이 되었던 약의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부작용을 찾는 것이 주 업무였다.
우리는 그들을 지옥으로 몰아 넣었다.
약을 투약한지 3주 가까이 될 동안 아무런 이변이 일어나지 않아 약의 효능을 의심했다. 약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상부에 실험의 실패와 피험자들의 보상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상부에서는 조금 더 지켜보라는 말이 있을 뿐이었다.
반응은 금방 나타났다. 맥박에 이상이 생기고 감정이 급격히 고조되는 피험자들이 생겨났다. 투약량이 많았다던가 하여 약을 투약량을 조절하고 그들을 격리하고 치료하려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다른 피험자들도 같은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먼저 반응을 보인 이들은 체온이 증가하고 두드러기 염증이 일어나는 등 원인 모를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 그들의 치료를 담당하던 인원에게 치료가 불가능 하다는 보고를 들었다. 나는 당장 실험을 멈추어야 한다고 상부에 건의했다. 물론 돌아오는 답변은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나와 크리스는 연구원들에게 당장 투약을 중지하도록 지시를 내렸고, 피험자들의 치료에 모든 인력을 투입했다. 상부에는 거짓 보고를 올렸다.
이쯤되어서는 아무리 바보여도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리가 실험하고 있던 것은 약이 아니었다.
애초에 왜 의심을 하지 않았을까,
실험 지원자들은 대부분 신원 미상의 고아들이었다. 그래야만 그들이 죽었을 때 뒤탈이 없을테니까.
약의 반응이 너무 늦었다. 당연하다 그것은 약이 아니었으니.
병이 없는 이에게 약을 투약했다. 그래야 진짜 반응을 볼 수 있으니까.
치료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니까.
그것은 바이러스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