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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건이 이런 데서 어물거리고 있었어? 너희 영지는 저어기 동쪽이잖아.”

“기，길을 잃어서……”

“뭐어?!”

소년이 딱한 표정으로 대답하자，리파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바, 방향치도 정도가 있지! 너 진짜 이상하다!！”

상처 입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 소년을 보고 있으려니 결국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한참을 깔깔 웃은 후，리파는 그때까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장도를 허리의 칼집에 넣고 말했다.

“뭐, 아무튼 인사는 해야지. 도와줘서 고마워. 난 리파라고 해.”

“……난 키리토. 얘는유이”

소년이 손을 벌리자 볼을 부루퉁하게 부풀린 픽시가 얼굴을 내밀었다.

꾸벅 고개를 숙이며 날아오르더니 소년의 어깨에 걸터앉는다.

리파는 어찐지 이 키리토라는 소년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에 다소 놀랐다.

낯을 가리는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결코 이 세계에서 친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던 자신을 돌이켜보면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큰맘 먹고 말해보기로 했다.

“저기，혹시 지금 예정이라도 있어?”

“아니. 딱히 할 일은 없는데……”

“그래? 그럼，저기……，보답으로 한잔쏠게. 어때?”

그러자 키리토라는 소년은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리파는 내심 감탄했다.

감정표현이 엉성한 VR 세계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웃는 사람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거 기쁜걸. 사실은 이것저것 가르쳐줄 사람을 찾던 참이었거든”

“이것저것？’

“이 세계에 대해서 말이야. 특히……”

갑자기 웃음을 거두더니，시선을 북동쪽 방향으로 돌린다.

“……저 나무에 대해서.”

“세계수? 좋아. 난 이래 봬도 꽤 고참이거든. ……그럼 조금멀긴 하지만 북쪽에 중립 마을이 있으니까 거기까지 날아가자.”

“응? 수일벤이란 도시가 더 가깝잖아？”

리파는 약간 어이 없어하며 키리토의 얼굴을 보았다.

“그야 그렇지만……，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거긴 실프 영지야.”

“뭐 문제라도 있어?”

천연덕스러운 키리토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문제라고 해야 하나……，우리 영지에선 넌 실프를 공격할 수 없지만, 그 반대는 괜찮단 말이야.”

“헤에，그렇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다들 다짜고짜 공격 하는 건 아니잖아? 리파 씨도 있으니까. 실프 나라는 예쁠 것 같아서 한번 구경하고 싶은걸.”

“……그냥 리파라고 불러.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둬, 그렇게 말한다면 상관없지만，나도 목숨은 보장 못해”

리파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래도 애착이 있는 실프 영지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 데는 썩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이 근처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스프리건을 데리고 돌아간다면 다들 놀라겠지 생각하니 장난기도 동했다.

“그럼 수일벤까지 날아가자. 슬슬 북적거릴 시간이야.”

윈도우를 슬쩍 확인하니 현실 시간으로는 오후 4시가 되었을무렵이다.

아직은 조금 더 다이브할 수 있다.

리파는 비상력이 상당히 회복되어 빛을 되찾은 날개를 펼쳐 가볍게 흔들어보았다.

그러자 키리토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응? 리파는 보조 컨트롤러 없이도 날 수 있어?”

“아，응. 너는？”

“바로 조금 전에 이거 쓰는 법을 익힌 참이라서”

키리토는 왼손을 움직이는 시늉을 했다.

“그렇구나. 자유비행은 요령이 필요하니까 할 수 있는 사람은 금방 하는데……. 한번 해보자. 컨트롤러는 꺼내지 말고，뒤로돌아봐”

“어，응.”

휘릭 몸을 반회전시킨 키리토의,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등에 두 손 검지를 뻗어 견갑골 바로 위를 만졌다.

어깨에 앉은 픽시가 흥미진진하다는 둣 내려보고 있었다.

“지금 만진 데 있지?”

“응.”

“있지，자유비행이라고는 하지만，정말 이미지만 가지고 날아다니는 건 아니야. 이 근처에 가상의 뼈와 근육이 있다고 생각하고，그걸 움직여야 해.”

“가상의 뼈와…… 근육이라……”

모호한 목소리로 되풀이하는 키리토의 견갑골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그 정점에서 검은 옷을 꿰뚫고 뻗어 나온 실체 없는 회색 날개가 움직임에 동조해 가늘게 떨렸다.

“오，그거야. 그런 식으로. 처음엔 있는 힘껏 어깨랑 등의 근육을 움직 이고, 날개랑 연동하는 감각을 잡아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소년의 등이 안쪽으로 콱 수축했다.

날개의 진동이 피치를 올리며 휘이이이잉 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래，그렇게! 지금 그거 다시 한 번만, 더 세게！”

키리토가 신음을 내며 두 팔을 한껏 몸에 붙였다.

충분한 추력이 발생했다고 느낀 순간, 리파는 키리토의 등을 있는 힘껏 밀어 올렸다.

“으악?!”

그러자 스프리건은 로켓처럼 머리 위로 솟아올랐다.

“으아아아아아아아ㅡ”

키리토의 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작아지고 비명도 멀어져갔다.

바삭바삭 나뭇잎 흔드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나뭇가지 저편으로 사라졌다.

리파는 키리토의 어깨에서 굴러 떨어진 픽시와 얼굴을 마주쳤다.

“아차”

“아빠?!!”

두 사람은 허겁지겁 동시에 날아올라 뒤를 따라갔다.

수해를 벗어나 밤하늘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마침내 금색 달에 그림자를 새기며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비틀비틀 이동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나 좀 잡아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ㅡ”

한심한 비명이 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