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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머리가 좋은 녀석들일수록 경찰이 우습게 보면서 코웃음을 칠 만한 상대만 골라서 노리지. 그러니까 이번 사건, 어쩌면 군에서 관여하고 있을지도 몰라."

켈리의 말에는 강렬한 조소가 담겨 있다.

굳이 등받이를 기어 넘어 소파에 올라온 재스민은 그런 남편을 흘끗 바라보다가 다시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옛 직장이라고 감쌀 생각은 없지만 몇 푼 안 되는 뇌물에 넘어가주기에는 너무 거창한 사건인걸."

맞는 말이다.

류케인에 주둔해 있는 연방 제7군 제5변경 경비함대 총사령관이 화면에 나타나, 눈앞에서 이런 폭거가 일어나게 만든 것은 군인의 수치이며 즉각 연방경찰과 손을 잡고 범인을 찾아내어 반드시 그 조직을 괴멸시키겠다고 단언했다.

얼마 전까지라면 두 사람 모두 군인과 해적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사건이었겠지만 현재로서는 먼 세계의 이야기다.

"진저는 뭐 해?"

"아, 얼굴에 뭔가 칠하고 있어. 나한테도 해주겠다고 난리라서 도망쳐 왔는데."

"어째서? 얌전히 하게 놔두지 그랬어?"

"남 앞에 나설 때에 화장하는 거야 어쩔 수 없으니까 참겠지만, 목욕한 뒤에까지 이것저것 칠하는 건 이해가 안 가. 기분도 찝찝하고."

재스민은 어깨를 으쓱하고서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그 이상한 녀석도 해적이야?"

켈리는 누구 말이냐고 묻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어레인저야. 프리랜서."

재스민의 안색이 살짝 변한 것은 '버밀리온'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실력은?"

"내가 아는 중에서는 최고야. 덤으로 성격 꼬인 것도 장난이 아니지."

"분명히 그쯤 되면 상당히 꼬였을 것 같지만, 그런 남자가 어째서 음악가 따위를 하고 있는 거지?"

"아니, 아마도 음악가 쪽이 본업이고 감응두뇌 어레인지는 취미일 거야."

재스민의 표정이 더욱 이상해졌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취미로 범죄를 저지른다, 그 남자라면 확실히 가능할지도 모른다.

"되게 특이한 친구를 뒀네?"

"오해하지 않게 미리 말해두겠는데, 절대로 저건 친구 같은 게 아냐. 그저 얼굴만 아는 정도라고."

켈리의 말투에는 엄청나게 짜증난다는 기색이 엿보였고, 재스민도 그 이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때 목욕 가운을 걸친 진저가 응접실에 들어와 켈리에게 물었다.

"이봐요, 남편 씨. 이 사람 배가 거의 나오질 않았는데 정말 안에 뭐 들어 있는 거 맞아요?"

"들어 있다고, 엄청난 게."

재스민이 웃으며 대답하고 배를 쓰다듬었다.

"난 원래 몸이 크니까 그다지 눈에 안 띄는 것뿐이야. 꽤 부풀어서 복근 쪽도 얇아졌다고. 이 이상 커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역시 가슴은 꽤 당기는걸."

"정말? 좀 보여줘."

재스민은 기가 막혀서 물었다.

"바로 조금 전에 같이 목욕했잖아. 대체 뭘 보고 있었어?"

"어머, 그런 거 대놓고 보는 건 실례잖아."

"그럼 어째서 지금은 보려는 건데?"

"됐으니까 좀 보여줘!"

목욕 가운을 걸친 미인 여배우가 친구에게 덤벼들어 주저 없이 친구의 가운을 벗기려고 한다. 실로 즐거운 광경이었다.

켈리는 이 상황을 즐겨야 할지, 아니면 말려야 할지 잠시 고민에 잠겼다.

8장

두 사람은 일주일간 론드론에 체재한 뒤 귀국했다.

'쿠어 킹덤'이 애드미럴로 돌아온 날, 의무장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재스민의 아기를 인공적으로 조기분만 시키게 될 가능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는 게 좋다"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그쪽이 안전하다"는 말투였다.

재스민은 현재 임신 224일째이므로 예정일까지는 40일 이상 남았지만 전문가인 의무장의 판단이므로 재스민도 동의했다.

한편 켈리는 의무장이 태아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출산일시를 정하겠다는 말에 잠시 나갔아 오겠다는 말을 꺼냈다.

"할 일이 생각났어. 사흘이면 될 테니까."

프리스틴이 또다시 미쳐 날뛰는 고양이처럼 펄펄 화를 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할 것도 없으리라.

"이런 시기에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이런 시기니까. 어이, 의무장. 사흘 내에 태어나버리는 거야?"

"아니. 그 정도 여유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태어날 때 같이 있으려면 서둘러서 돌아오도록 해."

"그러지."

하지만 한 가지문제가 있었다. '팔라스 아테나'의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하루만 더 기다려줄 수 없어? 그럼 움직일 수 있을 텐데."

다이애나가 말했다.

"나도 가능하면 기다리고 싶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 정말 프리스틴에게 물어 뜯기게 될 걸."

켈리는 호위함 '메르쿠리우스'에 협조를 부탁하고 애드미럴을 떠났다.

어디로 가는지, 어떤 용무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재스민 역시 묻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몸이라는 것은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 법이다. 바로 그 다음날, 재스민은 갑작스럽게 산기를 느꼈다.

"정말 어쩌면 이렇게 손이 가는 임산부냐고. 보통 전조 정도는 보이는 법이야."

이 기습에 의무장은 실컷 한숨을 쉬었지만, 임신한 이래 계속해서 의사의 예상을 배신해왔던 임산부이니 이제 와서 날뛸 의욕도 없었다.

일단 시작된 이상 무사히 놓도록 도울 뿐이다.

프리스틴은 곧바로 '메르쿠리우스'에 연락하려고 했지만 재스민이 말렸다. 재스민은 태어난 뒤에 알리면 될 일이니 절대로 미리 부르지 말라고 강조하고서 분만실로 들어갔다.

외견 및 보도 담당반은 조마조마하며 아기의 탄생을 기다렸지만 그것 이외에도 할 일은 산더미 같았다.

국내의 매스컴만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