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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실전이라고 말했다. 거대 재벌의 후계자에게 전투 경험 따위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이 여자는 틀림없이 진짜 전투기 파일럿이었다. 다소의 체험비행이나 전투 시뮬레이션을 겪은 것만으로는 저런 말도 안 되는 실력을 쌓을 수 없다.

켈리는 의미심장하게 웃다가 갑자기 술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좋아, 여왕. 그 종이조각 꺼내. 당신의 돌격 정신에 경의를 표하며 서명해주지."

여자도 웃으며 서류 두 장을 꺼냈다.

한 장은 혼인신고서, 또 한 장은 이혼신고서였다. 준비성도 좋으시지.

"그럼 이름이 필요하겠는 걸."

여자가 말했다.

연방에 가맹된 성계국가만도 150개를 넘는 지금, 결혼에 필요한 것은 서로의 본명과 생년월일, 그리고 출신지뿐. 출생신고서가 제출된 나라와 일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결혼 후의 켈리가 쿠어의 성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결혼 전의 본명이나 출신지를 정해야 한다.

켈리는 귗낳은 듯이 말했다.

"당신이 적당히 정해."

본명도 고향도 기억의 저편에 가라앉은 지 오래. 이제 와서 도로 끄집어낼 생각도 없다.

기본적으로 고향에 집착하는 인간은 해적이 될 수 없다.

여자는 한동안 생각하다가 플라이트라는 이름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비행 솜씨가 좋다는 점에서 착안한 듯하다.

"나이는, 그래, 서른 셋 정도로 해둘까. 출신지 말인데, 바르비스는 어때?"

"어디라고?"

"우주에서 지겹도록 굴러먹은 당신까지도 그렇게 물어볼 정도로 완벽한 시골. 거의 잊혀진 행성이나 다름없지. 연방에 가입한 게 겨우 2년 전이야."

"그건 딱 좋지만, 그런 시골이면 인간 쪽이 더 문제야."

아무리 기록을 조작해도 실제로 그곳에 사는 인간들의 기억까지 조작할 수는 없다.

인간이 우주를 날아다니기 시작한 지는 오래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한번도 우주여행을 해보 적이 없는 인간 역시 수없이 존재한다.

선조 대대로 한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연방행성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그 지방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런 남자는 여기 없다, 본 적도 없다고 해버리면 모든 것이 끝.

그럼에도 여자는 물러나지 않았다.

"맡겨둬.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이력을 준비해주지. 요는 앞뒤만 맞으면 되는 거니까."

무모하다고 할까, 시원시원하다고 할까.

켈리에게도 이견은 없었다.

즉각 두 장의 서류가 준비되었다.

켈리 플라이트와 재스